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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GING/Insight

타게팅 불가능한 세상에 대비하는 마케터의 자세

<Data Blending>은 광고 캠페인 전략 수립에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에 관한 코너입니다.

글 빅데이터솔루션팀 김지은 CⓔM

 


 

평화롭던 디지털 광고 시장에 찾아온 위기

어디서 우리 제품을 봤는지, 그래서 누가 얼마나 샀는지. 고객의 선택과 관련한 모든 것을 쉽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된 디지털 광고 시장. 스치듯 지나쳤던 낯선 브랜드/제품이 네이버에도, 인스타그램에도, 인터넷 서핑할 때도 좀비처럼 따라다녀 결국 ‘그래서 이게 뭔데?’ 하며 누르게 되는 경험. 나를 너무나 잘 따라다니는 나머지 광고 피로도(Ads Fatigue)까지 높이는 일명 ‘좀비광고’.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낯선 경험은 아닐 것이다.

 

 

유저를 따라다니는 광고는 흔히 사용자 디바이스 기반의 써드파티 데이터(3rd party data)를 활용한 ‘리타게팅(Retargeting)’에 의해 실현된다. 웹/앱에 들어갈 때 입구에서 유저에게 일종의 ‘태그’를 붙이고 이렇게 부여된 태그를 통해 유저를 계속 추적하는 방식이다. 실제 심리학적 관점에서도 리타게팅은 점화(priming) 효과 면에서 매우 유용하다. 유저의 디지털 맥락 속에서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자주 노출하면 친근함이 높아져 무의식적으로 구매 동기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저에게 부여된 태그를 알 수 없게 된다면 어떨까? 리타게팅으로 만들어낸 소비자와 브랜드의 연결고리를 이제 더는 만들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리타게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애플과 구글의 3자 데이터 제한 정책

디지털 광고의 리타게팅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태그가 써드파티 데이터다. 써드파티 데이터는 디바이스 기반의 ID로 안드로이드 기기는 ADID, 애플의 iOS에는 IFDA, 웹브라우저(크롬)에서는 쿠키의 형식으로 수집된다. 쉽게 말해서 해당 기기 사용자가 ‘실제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디바이스에서 부여된 익명 ID를 통해 웹/앱에서 발생하는 사용자의 행동 정보를 트래킹 하는 방식이다.

마케터에게는 고마운 도구일지 모르나 써드파티 데이터 활용 로직이 개인정보를 침해한다는 챌린지는 오래전부터 계속됐다. 실제 내가 누군지 몰라도 내가 본 광고, 상품, 페이지가 모두 나를 타게팅하는 데이터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그런 써드파티 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광고 시장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스마트폰 OS의 90% 이상을 점유한 구글과 애플이 써드파티 데이터 제한 정책을 현실화한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 강화에 방점을 둔 이번 조치는 유저 정보의 수집과 사용을 더욱 투명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구글은 2023년까지 크롬 내 모든 써드파트 쿠키의 지원을 중단하기로 선언했고, 애플은 앱 추적 투명성(App Tracking Transparency)을 강화하며 2021년 4월 26일, iOS 14.5 업데이트부터 이미 공식적인 옵트인(Opt-in, 개인 데이터 수집 금지) 옵션을 앱의 기본 값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앱 설치 시 뜨는 사용 동의 메시지 (좌) 영문 (우) 한글

 

이제는 직면해야 할 디지털 광고 시장의 생태계 변화

이러한 변화로 인해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타게팅 광고에 의존하는 페이스북의 CEO 마크 주커버그는 “애플의 정책이 수백만의 산업체에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크게 반발했다. 실제 운영단에서도 정책 실행 이후 페이스북 광고의 효율이 너무 낮아졌다며 SOS 요청이 크다.

이러한 제한은 단순히 페이스북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애플 iOS 14.5 시행 한 달 후 발표된 Appsflyer의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은 해외 평균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유저가 광고를 거부해 트래킹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외국 60% < 한국 63%). 이처럼 써드파티 데이터 수집 자체의 어려움은 물론 타게팅 정밀도와 효율 추락이 가시화되며 디지털 마케터가 직면한 구체적 사례는 아래와 같다.

 

 

  • 전반적 모수 감소: 타게팅 광고를 할 수 있는 모수 자체가 감소해 예산 소진에 어려움
  • 오디언스 확장의 어려움: 앱 활동패턴에 기반한 ‘좋은 유저’ 센싱과 유사 오디언스 확장 불가능
  • 광고 단가 상승: 제한적인 타게팅 광고 매체 트래픽으로 인해 광고 단가 상승
  • 성과 데이터 수집의 한계: 광고 성과 데이터의 일부 누락 및 전반적인 지표의 하향 경향성

 

애플 CEO 팀 쿡이 “부당한 방식으로 수집된 유저 데이터를 이용해 돈을 벌고 있다면 존중받을 가치가 없다”라고 정책의 당위성을 강조한 만큼 이제 써드파티 데이터를 활용하는 타게팅 방식에는 기대를 내려놓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자. 수많은 디지털 다이나믹스 속에서 우리는 리타게팅 하나로 디지털 광고에서 너무 많은 마케팅 퍼포먼스를 기대했던 것은 아닐까?

 

현실을 극복할 하나의 방법, 다시 찾아온 퍼스트파티 데이터의 시대

유저에게 광고가 노출된 후 검색, 앱설치(홈페이지 방문), 가입, 장바구니에서 결제까지.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여러 번의 이탈과 재접속을 반복하고서야 최종 구매에 이른다. 아주 매력적인 가격 조건의 마케팅 이벤트를 제외하면 광고를 보고 난 후 ‘전환’까지의 디지털 여정에는 너무나 다양한 다이나믹스가 있어 유입부터 구매 사이에는 많은 허들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광고 형식별 CPI / CPA 단가 비교 / 출처 Lift off 리포트

 

실제 구매 여부가 가장 중요한 KPI인 이커머스앱의 경우 광고를 통한 앱 설치까지의 비용(CPI) 보다 구매까지 획득하는 비용(CPA)이 3배 이상 드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를 통해 구매전환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실감할 수 있다. 이제 리타게팅에 제한이 가해지면 매출과 직결되는 고객 획득 비용(CAC, Customer Acquisition Cost)이 크게 증가할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디지털 광고로 고객을 우리 사이트에 ‘방문’하게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렵게 광고로 유입시킨 ‘방문자’를 실제 ‘구매하는 고객’으로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광고를 통해 홈페이지에 방문하고 인스톨한, 최소한 우리에게 ‘관심’을 가진 소비자. 그런 소중한 분들에게 탁월한 고객 경험을 제공해 친해질 수 있는 소통의 방법, 그 중심에 퍼스트파티 데이터(1st Party Data)가 있다.

 

광고로 유입된 ‘방문자’를 우리의 ‘고객’으로 만들기

마케팅의 본질은 고객에 대한 가치 제안인 만큼 이제 정당한 방식으로 플랫폼에 쌓이는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 광고주의 자체 플랫폼에 쌓이는 퍼스트파티 데이터(1st Party Data)는 써드파티 데이터 활용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이다. 유저의 ‘유입 경로’는 물론 ‘로그인/로그아웃 정보’ ‘상품 상세 등 특정 페이지 조회 여부’ ‘장바구니 추가, 삭제’ ‘구매/재구매 여부’ 등을 분석할 수 있는 퍼스트파티 데이터는 정확한 대상에게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해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실제 구글에서 발표한 ‘쿠키 제한’도 써드파티 쿠키에만 한정된 정책으로 퍼스트파티 쿠키인 자사 데이터를 활용하면 우리 브랜드 고객의 디지털 여정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써드파티 데이터를 활용한 광고 트래킹과 리타게팅이 불가해진 세상. 결국 지금의 마케터들에게는 디지털 광고 ‘노출 전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입 방문자를 진짜 고객으로 만드는 ‘전환 전략’이 절실하다. 이것이 한동안 소외되던 CRM은 물론 그로스 마케팅(Growth Marketing)과 온사이트/인앱 마케팅이 각광받는 이유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러한 퍼스트파티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 성패를 좌우하는 ① 고객 행동에 기반한 퍼널 분석 방법과 ② 반응성 높은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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