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의 많은 것들이 변화와 성장을 말한다. 하지만 느긋하게 제 호흡대로 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와중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흐름을 지키며 자라는 대상이 있다. 바로 식물이다. ‘식집사’라 하기엔 다소 어설프고 아직 배울 것이 많지만, 나는 반려식물들과 ‘제대로’ 살아가는 2년 차 초보 식집사다. 마음에 드는 식물을 만나고, 이름을 알아가고, 매일매일 그들의 생장을 돕는 일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지! 날카로운 겨울을 뚫고 기어이 오는 봄처럼, 힘겹게 새순을 내놓고 마는 강인한 생명력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
물은 일주일에 한 번? 그 말을 믿지 마세요
화원에 가서 화분을 사면 꼭 ‘물은 언제 주면 되나요?’라고 묻게 된다. 이내 돌아오는 대부분의 대답은 일주일에 한 번 또는 3일에 한 번. 그러나 이처럼 식물을 떠나 보내기에 좋은 답은 없다. 사람도 먹는 양이나 생활 방식이 저마다 다르듯이 식물도 마찬가지다. 마음에 드는 식물을 만나 집으로 데려온다면, 손끝으로 화분의 흙을 만져보자. 손에 흙이 묻어나면 아직 물 마실 때가 아니라는 뜻이다. 손끝에 마른 흙이 톡 떨어진다면 물을 충분히 줄 때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나무젓가락 꽂아보기. 묻어나는 흙이 없다면 천천히, 물이 흘러내릴 때까지 주면 된다.
인테리어에도 좋고 키우기도 쉬운 식물?
나는 단연코 몬스테라를 추천한다. 몬스테라는 종류에 따라 가치가 천차만별이지만 나에게는 모든 몬스테라가 아름답다. 햇볕을 받는 양과 양분의 정도에 따라 어떨 때는 어마어마한 ‘찢잎(찢어진 잎)’을 보여주기도 하고, 알보 몬스테라의 경우에는 야속할 만큼 흰 지분의 잎을 안 보여주기도 한다. 이쯤이면 몬스테라의 신엽이 나와 ‘밀당’ 하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속상할 때마다 새로운 잎이 태어날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면 늘 자연과 생명의 신비로움을 경험한다. 어느 정도 자란 몬스테라는 잘 잘라서 물에 담가 두면 또 뿌리를 내린다. 그렇게 몬스테라는 내 식물존의 한 켠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허브 종류는 실내에서 키우기 쉽지 않으니 비추. 관엽식물들로 시작하기를 추천한다. 보통의 고무나무는 대게 무심해도 잘 자라는 편이고, 가지치기를 하며 원하는 수형으로 다듬는 맛이 있다. 고사리 같은 종류는 돌아서면 자라 있고, 마치 산발한 머리처럼 기르는 것이 나름의 멋이 있어 인테리어에도 좋고 키우는 재미도 있다.
생각보다 많은 내 주변 식물들
공용 생활 공간에는 생각보다 많은 화분이 있다. 그중에서 관리가 되지 않는 화분도 종종 눈에 띈다. 특히 회사에는 대형 식물들이 많은데, 나는 그 식물들을 눈여겨봤다가 병충해 입은 것들은 아무도 없을 때 몇 가지를 소독하고 약을 뿌려준다. 너무 커서 관리가 어려운 것들은 조금씩 잘라서 약을 뿌리고, 자른 가지를 물에 꽂아둔다. 그러면 이내 뿌리가 내려 흙에 옮겨 심을 수 있을 정도로 자란다.
늘어진 가지나 병충해로 힘들어하는 식물들을 이렇게 살려내고, 또 다른 장소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마치 세상을 구한 것처럼 뿌듯해지기도 한다. 식물은 늘 그 자리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있지만, 힘을 잃어가는 순간 내가 손을 뻗으면 훨씬 다양한 모습으로 자랄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지금 주변을 둘러보자. 관리가 되지 않은 식물들이 보인다면, 거미줄이나 흰 가루가 잎을 장식하고 있다면 가위를 들어보자. 그 가위 든 손이 식물에게는 구원의 손길이 될 수 있다.

우리 동네 고수를 찾아서
식집사 사이에서는 ‘소매넣기’라는 말이 있다. 소매치기가 아니라 소매넣기. 물꽂이 해서 자란 식물이나 씨앗을 선물하는 등 식집사들의 나눔 활동을 이렇게 부르곤 한다. 나 역시 물꽂이 한 식물들을 나눔 하기 위해 열심히 키우고 있는 중이다. 소매넣기 활동은 카페나 중고 거래 플랫폼 등 지역 기반의 커뮤니티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마음에 드는 ‘식쇼(식물쇼핑)’를 하지 못했다면, 근처의 고수 식집사를 찾아보자. 그들의 너른 마음을 먹고 자란 반려 식물을 얻게 될 지도 모르니!
★추천 사이트★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들
해가 갈수록 식물의 종류가 늘어나고 식물존의 라인업도 다양해지지만, 그중에서 내가 가장 아끼는 건 아픈 식물들이다. 잘 자라다가 갑자기 멈춘 식물들, 갑자기 색이 변하는 식물들은 이러다 떠나 보내게 될까 봐 늘 몇 번을 더 돌아본다. 자주 돌아보면 물도 자주 주게 돼 빨리 죽는다는 말도 있지만, 식물이 조금 더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내 역할이다. 순환이 되지 않는다면 겨울에도 선풍기를 틀어 공기의 흐름을 바꿔주고, 식물끼리 너무 붙어 있으면 틈을 만들어주고, 성장을 멈췄다면 해가 잘 드는 곳으로 잠시 옮겨주거나 숨을 쉴 수 있도록 흙에 구멍을 내주는 등 간접적이나마 내 손길이 닿을 때 더 잘 자라는 경우도 있다.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며 식물 저마다의 흐름과 시간을 기다려주는 일이 식집사의 최선 아닐까? 지치거나 우울하거나 힘이 나지 않는다면 작은 화분이라도 곁에 두길 추천한다. 내 곁에서 제 호흡으로 자라는 생명에게 의외로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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