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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AIGN/Archive

이후의 세상이 온다면

거리두기로 달라진 일상과 광고

 

글 CS4팀 박수진 CⓔM

 


 

분명 잘 맞은 안타였다. 진작 환호가 터지고도 남았어야 했다. 적막한 경기장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무관중 경기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마스크를 끼는 습관은 제법 익숙해졌지만, 텅 빈 야구장 관중석을 바라보는 건 좀처럼 적응되지 않는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으로 정부의 지침이 완화됐으나 우리의 생활 곳곳은 여전히 고요한 빈틈 투성이다.

서글픈 틈 사이에는 전에 없던 생활들이 슬며시 뿌리내리고 있다. 매주 3장씩 꼬박꼬박 마스크를 사러 가는 삶. 칠판 대신 모니터와 마주 보는 화상 수업. 출근할 때마다 열화상 카메라를 지나치는 직장인들. 그나마 우리나라는 일찌감치 방역과 확진자 파악으로 대응하며 커다란 일상의 붕괴 없이 이런 변화들을 감내하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글로벌 브랜드의 사회적 거리두기 로고 캠페인 / 출처: 벤츠, 맥도날드, 아우디 SNS 캡처

 

저항할 수 없는 뉴노멀의 물결이 세계를 덮치는 동안 글로벌 브랜드의 형태와 행태도 함께 달라졌다. 저마다 로고 사이를 띄워가며 거리두기 캠페인에 동참하는가 하면, 상업적 메시지는 미뤄두고 전 세계 의료인을 향해 응원을 보내는 사려 깊은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서로 멀어지는 것만이 인류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연대인 지금, 코로나로 인한 일상에서 비롯된 간격 사이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까. 오늘은 그 틈을 다소 멀찌감치 떨어져 들여다보려고 한다.

 

Jeep : Off Road, In House

출처 adsoftheworld.com / 클릭 시 이동

 

오프로드의 상징이던 지프도 멈춰 섰다. 오늘의 지프가 견뎌야 하는 길은 그간 달려온 그 어떤 자갈밭이나 진흙탕보다 더 험하다. 끝이 보이지 않고 마음껏 나설 수도, 함부로 맞설 수도 없으니까. 지프의 시그니처 그릴 너머에는 거침없는 자연의 풍광 대신 다소곳한 집안의 풍경이 펼쳐져 있다. 지프는 숨죽인 채 한마디를 남긴다. ‘The best view for these days.’

지프가 이 시기를 극복하는 가장 멋진 방법은 시동을 거는 대신 확실하게 제동을 거는 일이다. 그리고 지프는 탄생 이래 처음 겪는 ‘멈춤’의 임무를 무사히 수행하고 있다. 더 먼 여정을 떠나기 위해 잠시 준비자세를 취하고 있는 지프. 보닛 위에 뽀얗게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갈 그날을 고대해본다.

 

IKEA : Your house has something to tell you

 

지난 몇 달간 마스크 한 장의 지위가 격상했듯 위기 속에서 오히려 브랜드 가치가 급부상한 곳이 있다. 다름 아닌 집. 지금까지 집은 늘 인류와 가장 가까운 공간이었지만 이토록 가열차게 집에만 머무르게 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어떤 이들은 타의에 의한 가택연금이라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그 사이 이케아는 #Stayhome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집이 품고 있는 감성과 가치를 근사하게 녹여냈다. 이번 주말엔 거실에 머무르며 사방을 둘러보자. 무심코 지나치던 벽지의 손때와 마루의 흠집들을 유심히 살펴보자. 그곳에 당신과 집이 함께 남긴 소중한 시간의 음각이 숨어있을 테니.

 

Guinness : We will toast again

 

함께 만나 잔을 부딪칠 순 없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 제대로 부딪혀볼 수는 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달고나 커피로 이두를 단련하고, 이탈리아 테라스에서는 동네마다 오페라를 펼친다. 그리고 기네스에서는 랜선 건배를 시작한다. 화면을 향해 잔을 들어 올리고 즐거움을 나누는 사람들. 그들이 들어 올리는 것은 단지 맥주 한잔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단단한 지지와 무언의 긍정이다. 늘 그렇듯 맥주 한잔은 오늘 밤에도 모두에게 공평한 위로가 되어주고 있다.

 

岐阜新聞 : Stay Home with newspaper

 

출처: news.biglobe.ne.jp / 클릭 시 이동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야만 훌륭한 메시지일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 일본 기후신문에서는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 독자들을 위해 다양하고 흥미로운 컨텐츠를 게재했다. 그중 가장 화제가 된 광고가 바로 5월 6일 자 전면 광고로 실린 ‘離れていても心はひとつ(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하나)’ 시리즈다. 얼핏 보기엔 몽글몽글 원형이 피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이미지는 2m의 거리를 두고 바라봤을 땐 글자 형태로 바뀐다. 한 발짝 물러선 자리에서 기적처럼 맞닥뜨리게 되는 이 메시지는 우리 마음에 소담하지만 분명한 희망 한 송이를 피워낸다.

 


 

멀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가까워졌을지도 모른다. 일상이 마모된 자리에서 소박한 하루의 즐거움에 대해 더 몰입하게 됐고, 나만 살기 바빴던 세상이었는데 요즘 따라 부쩍 이웃들을 응원하게 됐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분명 다르겠지만 이후의 세상이 온다면 우리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더 아름답고 진정 소중한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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