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 Blending>은 광고 캠페인 전략 수립에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에 관한 코너입니다.
글 전략솔루션1팀 노운초, AS3팀 김미정 CⓔM
누구나 한 번쯤 검찰청, 서울지방경찰청, 은행 등에서 전화를 받아봤을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라 보이스피싱 전화는 더 자주 일상적으로 걸려오곤 한다. 최근 들어서는 가족을 사칭한 카카오톡 메시지, 은행 대출이나 중고나라 해킹 등으로 인해 범죄에 연루됐거나 금융 관련 문제가 발생했다는 등의 여러 가지 시나리오로 사람들에게 접근하곤 한다.
대홍기획 봉사동호회 <나눗셈>은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캠페인 수립을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사이트를 얻고 전략을 도출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액을 살펴보면, 2017년 약 2470억원 수준이었으나 매해 약 2천억원씩 피해 규모가 늘어나 2019년에는 약 6400억원에 이른다. 특히 2030 젊은층은 기관 사칭형, 40대 이상은 은행 대출을 빙자한 대출 사기형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가 늘어나는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우선 소비자 관심도부터 살펴봤다. 매년 늘어나는 피해액에 비해 소비자의 보이스피싱 관심도는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었다. (2017년 234,790건 → 2019년 145,712건 / 17년 대비 약 38% 감소) 피해가 증가하면 그만큼 사람들의 불안감도 증폭되고 관심 또한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대로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보이스피싱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보이스피싱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 그 관심도를 구성하는 여론을 확인했다. ‘보이스피싱’ 연관어 추이를 살펴보면 2017년 기관 사칭을 대표하는 주요 키워드인 ‘경찰/검찰’ 연관어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반면, 새로이 기승을 부리는 가족 사칭/구글 기프트카드 관련 연관어는 많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신종 수법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다수의 피해가 기관 사칭과 대출 사기에 기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 수법에 대한 관심도가 지속 하락하는 것은 문제로 볼 수 있다.
보이스피싱에 대한 접근_ 우리는 왜 감정에 주목했는가?
우리는 구체적으로 이러한 보이스피싱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에 집중했다. 보이스피싱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유형별로 나누면 4가지, 유머 소비형, 자체 응징형, 불안 잠재형, 경고/한탄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① 유머 소비형은 보이스피싱에 대해 장난을 치거나 비웃는 등 유머 소재로 소비하는 유형 ② 자체 응징형은 보이스피싱 전화임을 알고 호통을 치거나 따지는 형태로 대응하는 유형 ③ 불안 잠재형은 보이스피싱임을 알고 끊었거나 차단했으나 개인정보 유출에 별다른 대응을 할 수 없음에 불안감을 표현하는 유형 ④ 경고/한탄형은 이미 사고가 발생해 피해를 입었고 이에 대해 한탄하거나 사고 내용을 경고 차원에서 공유하는 유형이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건 무엇일까? 보이스피싱 컨텐츠를 살펴보기 위해 유튜브와 SNS 등 인터넷상의 인기 게시글과 컨텐츠를 살펴봤다. 경고성 글보다는 유머 소비형 글이 다수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때 인기를 끈 개그콘서트의 코너를 비롯해 유튜브에서는 보이스피싱범을 어떻게 혼내주거나 조롱했는지에 대한 컨텐츠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또 커뮤니티 상에서 회자되는 글은 주로 보이스피싱범의 실수담을 포함해 유머 소재로 활용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에 보이스피싱에 대한 관심도가 하락하는 원인은 사람들의 태도변화에 기인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게 됐다. 실제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반기별로 보이스피싱에 대한 감성어를 살펴보면, 2017년 상반기에는 주로 불안감에 대한 키워드가 상위권을 차지한다. 가령 ‘의심되다/하다, 날치기, 납치되다, 진화하다, 화나다, 충격’ 등의 키워드가 10위권 내에 있다. 그러나 2020년 상반기가 되면 2017년에 있던 감성어는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대신 ‘찝찝하다/찝찝한, 우려 없다, 웃기다/웃음’ 등의 감성어가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사람들이 보이스피싱의 기관사칭과 대출사기 유형을 반복해 접함에 따라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일상화된 경험’이 됐으며, 웃음 소재로 삼는 등 방심의 태도가 만연함을 의미한다. 즉 범죄의 자극에 점차 무뎌지는 것이다.
이렇듯 사람들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있어 과거의 지식에 머물러 예방과 대응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는 이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충격’을 전해 보이스피싱을 강력범죄 급으로 느껴 위기감을 격상시키고자 했다. 그래서 잡은 방향성이 보이스피싱 ‘범죄의 재규정’이다.
대국민 인식전환 방법_ 사람들은 어떤 사건/사고에 행동하는가?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위해 과거 범죄사건에 대한 태도 변화 사례를 확인해봤다. 지역별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가 오픈 2년여 만에 접속 폭주한 사건이 있었다. 통영 여자 초등학생을 살해한 피해자가 이웃마을에 사는 성폭행 전과범으로 밝혀진 날, 사이트 접속자수는 25만 명으로 평균 일일 방문자 수의 25배 수준이었다. 올해 초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신정동 엽기토끼 살인사건편에서 경찰관과 제작진이 지목한 용의자의 성범죄 전력이 알려지며 방송 후 해당 사이트의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즉, 사람들은 나와 내 주변에 심각한 피해가 올 수 있다고 인지할 때 경각심을 갖고 적극적인 정보를 탐색함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최근 보이스피싱은 고도화된 수법과 기술력을 활용해 단순 금품편취 이상의 공갈, 협박, 아르바이트를 가장한 범죄 가담 유도 등 더 큰 2차 피해가 증가하는 추세로 일상을 무너뜨리는 범죄로 확대되어 그 심각성을 알리는 것이 필요했다.
보이스피싱 예방 메시지_ 답하면 털린다, 누르면 털린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재규정이란 ‘이미 익숙하며 웃긴 범죄’에서 ‘사람들의 허점을 찔러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 심각한 범죄’로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의 기로에 서 있는 인물의 모습에 ‘답하면 털린다’ ‘누르면 털린다’와 같이 직설적인 메시지를 더해 잘못 대처하면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2종의 포스터에는 스마트폰 화면 안의 내용을 보고 망설이는 모습에서 보이스피싱의 대표적인 대출사기형, 기관사칭형의 범죄 유형을 시각적&메시지적으로 전달해 의심 포인트를 쉽게 기억하게 했다. 또 피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대응 방법인 ‘전화를 끊고/(링크를) 누르지 말고, 경찰에 신고하세요’를 명확하게 안내해 보이스피싱에 대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한편 시각적으로는 무거운 경고의 메시지가 톤앤매너에서부터 느껴지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에 강한 콘트라스트를 주어 인물의 표정을 강조해 보이스피싱의 심각성을 부각했고, 헤드카피에는 공포 영화 포스터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그런지 효과를 주어 강력한 메시지에 힘을 더해 보이스피싱이 가벼운 범죄가 아님을 전달하고자 했다. 이렇게 완성된 포스터는 전국 경찰청과 공공기관, 온라인에 배포됐고 더 적극적인 홍보를 위해 롯데마트에도 부착할 수 있도록 지원됐다.
보이스피싱 문제가 크고 심각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빅데이터로 본 사람들의 심리 기저에는 이미 일상적으로 접하는 보이스피싱이 더 이상 위협이나 불안으로 느껴지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대홍기획은 감에 기초한 인사이트를 넘어,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람들의 심리와 트렌드를 살펴보고 검증함으로써 더욱 효과적인 전략을 도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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