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곽팀장 / 마케팅 칼럼니스트. 10년 차 디지털 마케터로 활동하고 있다. 유튜브 곽팀장 채널을 운영하며 브런치에 마케팅과 트렌드 칼럼을 쓴다.
사람도 브랜드도 컨텐츠가 중요한 시대. 과거에는 마케팅에서 컨텐츠가 보조적인 수단이자 역할이었다면, 최근에는 컨텐츠 자체가 마케팅의 핵심적 역할을 맡아 브랜드는 되레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웹툰, 영화 등 오리지널 컨텐츠 홍보를 위해 또 다른 컨텐츠를 만들기도 합니다. 컨텐츠 Only 시대, 마케팅 캠페인을 관통하는 컨텐츠의 저력을 알아봅니다.
보통 컨텐츠란 고객에게 특정 브랜드나 제품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무형의 컨텐츠 그 자체를 홍보하기 위해 또 다른 컨텐츠가 제작되기도 합니다. 개봉을 앞둔 영화 <승리호>는 컨텐츠로 컨텐츠를 알리는 대표 사례입니다. 영화 개봉 시점에 맞물려 카카오페이지 플랫폼에서 런칭된 웹툰이 연재 15회 만에 누적 조회 수 500만을 돌파하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웹툰과 웹소설을 서비스하는 카카오페이지의 컨텐츠 간 시너지 전략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누적 조회 수 3억 6천 만회를 돌파한 웹툰 <이태원 클라쓰>는 래퍼 비와이와 콜라보 음원 발매, 웹소설 <달빛조각사>의 OST와 뮤직비디오에는 가수 이승철과 배우 박보검이 참여했습니다. 이렇게 컨텐츠를 위해 제작된 컨텐츠들은 오리지널 작품을 효과적으로 알리며 흥행을 견인합니다. 물고기로써 더 큰 물고기를 낚는 IP 컨텐츠 마케팅의 성공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큰 화제를 모은 <네이버 시리즈>의 TV 광고 또한 웹소설을 영상 컨텐츠로 홍보한 성공적 사례입니다. 영화배우 김윤석과 수애, 이제훈, 변요한이 출연해 실제 웹소설 속 대사를 연기하는 모습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전해 소설 원작의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컨텐츠를 미끼로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호감을 얻어내는 방식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유튜브 인기 영상에 오른 신동엽과 이수근의 당구경기 시합 컨텐츠. 연예계 대표 당구 고수로 알려진 두 사람의 승부라는 주제만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왔지만, 사실 두 사람이 대화하는 <롯데렌터카> 영업점과 유니폼에서 협찬 컨텐츠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하지만 광고적인 메시지나 마케팅 요소 어필 없이 오로지 컨텐츠 주제에만 집중합니다. 시청자는 컨텐츠 내용에 몰입하는 동시에 좋은 광고였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비록 영상에서 브랜드가 언급되는 순간은 거의 없지만, 역설적으로 훌륭한 컨텐츠가 된 셈입니다.
이처럼 최근에는 컨텐츠를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브랜드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한 시간 동안 자연의 소리만 들려주는 힐링 PPL 컨텐츠도 있습니다. 명상과 힐링 음악을 다루는 유튜브 ASMR Soupe 채널은 아모레퍼시픽의 샴푸 ‘려’와 협업해 샴푸 만드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어떠한 브랜드 요소 언급 없이, 1시간 분량의 음악 파일을 듣는 동안 힐링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느끼고 경험할 뿐입니다.
지난 6월 론칭된 피자알볼로 광고에는 빅 모델이나 쭉 늘어나는 치즈가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이날치 밴드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가 신나게 춤을 추고, 피자알볼로 부사장이 등장해 도우를 돌리는 안무를 선보입니다. 최근 빙그레우스라는 캐릭터로 새로운 브랜드 세계관을 구축한 빙그레도 위트있는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컨텐츠를 전면에 놓고 브랜드를 숨기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침대가 등장하지 않는 침대 광고를 만든 시몬스도 다른 방식으로 편안함을 이야기합니다.
그동안 광고나 마케팅 활동은 브랜드 관점에서 나름의 철학이나 USP를 전달하려고 했다면, 지금은 소비자가 무엇에 반응하고 흥미를 느끼는지에 마케팅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이제 컨텐츠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해석되어야 합니다. 마케팅 업무를 다루는 현장에서 가장 흔히 언급되는 원칙이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소비자가 듣고 싶어하는 말은 다르다는 겁니다. 컨텐츠를 통해 또 다른 컨텐츠를 알리고, 브랜드를 숨기고 컨텐츠를 중심으로 소통하는 이유는 모두 소비자의 관점에서 그들이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입니다. 소비자가 느끼는 브랜드란 더 이상 가치나 이미지가 아닌 ‘경험’으로서 존재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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