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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GING/Insight

[M Report] 생태계의 확장, 플랫폼 비즈니스

 

글 이승훈 / 가천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네모파트너즈 대표.

 


 

플랫폼의 세상이 오고 있다. 지식은 구글 검색 플랫폼을 통해 공유되기 시작했고 신문과 방송은 SNS 미디어 플랫폼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무언가 구매할 때 상점을 찾기보다는 스마트폰에서 어플을 찾는 것이 일상이 됐다. 심지어 음식도 어플을 통해 배달시키는 게 당연시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플랫폼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플랫폼이 일상을 장악해가는 지금, 이를 바로 아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완벽히 달라진 시장의 현재

플랫폼은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사업방식이다. 무엇보다 시장의 공급자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환경, 도구, 인프라를 제공한다. 플랫폼이 매력적이면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태생이 개방적이기에 성장 속도는 눈부시다.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 해당 영역은 한 단계 발전한다. 지식이 공유되고 미디어는 공정해지며 상거래는 훨씬 편해졌다. 바로 이런 플랫폼이 삶의 모든 영역에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다.

 

 

우리가 기존에 알던 사업방식은 단선적이다. 생산, 제조와 유통, 판매가 소비자를 향해 하나의 선을 이룬다. 반면 플랫폼 사업자는 이 선들을 모두 모아 면을 만들고 그 면을 관리한다. 선에서 면으로의 변화를 알고 있으면 기존 사업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그저 기존의 방식에서 조금 변화했거나 진화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장 개방된 형태, 광장 플랫폼

플랫폼 비즈니스는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유형화의 명칭은 없지만 개방 정도와 운영자의 참여 수준에 따라 광장, 시장, 인프라 플랫폼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광장은 가장 개방된 플랫폼이다. 지식과 정보의 플랫폼인 구글이나 미디어 플랫폼 페이스북, 그리고 컨텐츠 유통 플랫폼인 유튜브 등이 여기에 속한다. 운영원칙과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알고리즘에 의해 운영되며 대부분이 글로벌 플랫폼으로 작은 시장을 나눠 갖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당근마켓은 3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중고거래 플랫폼의 대장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 우리가 아는 ‘결제’의 역할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동네 사람임을 인증해주고 그가 얼마나 믿을만한지를 거래온도로 알린다. 당근마켓을 통해 우리는 동네 사람을 만나고, 중고물품을 싼 가격에 나눈다. 소수의 사람들이 중고물품을 사고팔던 16년 된 중고나라와 당근마켓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당근마켓이 가진 가치는 중고거래를 통한 수수료 수익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모바일 상의 광장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 새로운 광장을 ‘하이퍼 로컬 커뮤니티 플랫폼’이라 부른다.

 

만나고 결제하는 시장 플랫폼

시장 플랫폼을 이해하는 데 가장 쉬운 예는 오픈마켓이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한다. 만남을 편리하게 하고 중간에서 이들 간의 신뢰를 구축한다. 이렇게 수많은 상품과 고객이 만나게 됐고 전자상거래라는 새로운 방식이 자리잡았다. 이로 인한 플랫폼 간의 경쟁은 규모의 경쟁을 기본으로 한다. 보다 많은 판매자가 더 많은 구매자를 모이게 하고, 다수의 구매자는 판매자를 유인하기 때문이다. 교차네트워크 효과라는 플랫폼의 양면시장이 갖는 특징은 어떻게 하면 빠르게 규모를 확보할 것인가의 경쟁으로 치닫는다. 현재 우리가 목도하는 쿠팡의 독주와 이를 견제하려는 네이버, 11번가, SSG의 노력을 보면 이 경쟁의 양상을 이해할 수 있다. 오픈마켓으로 대표되던 플랫폼은 이제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며 한 단계 더 진화하고 있다.

 

시장 플랫폼의 현재(2020년 기준) / 출처 11번가, 이베이코리아, 네이버, 인터파크, 쿠팡, 티몬, 위메프, 롯데쇼핑, CJ ENM, SSG, 카카오커머스, 현대백화점, GS SHOP, 번개장터, 무신사, 당근마켓, 지그재그 홈페이지

 

무신사는 6천여 개의 브랜드가 모여있는 패션 플랫폼이다. 운영자 무신사의 역할은 이들이 고객과 만나고 상품을 판매하게 할 뿐만 아니라 큰 규모의 패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게 돕는다. 룩북을 만들어주고 글로벌 진출을 돕는 무신사의 지원 프로그램은 시장에 자극을 주고 경쟁을 촉진한다. 무신사가 키우고자 하는 100개의 브랜드에 선택되기 위한 경쟁이 플랫폼 내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심지어 무신사의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는 손님을 끌어 모으기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 첫 구매를 무신사 스탠다드로 시작한 고객의 70%가 다른 브랜드를 추가 구매하기 때문이다. 매일 새로운 의지를 불태우는 패션 스타트업들의 꿈은 무신사의 대표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무신사는 플랫폼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새로운 모습의 시장이라 할 수 있다.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는 인프라 플랫폼

양면시장의 참여자에게 비즈니스 기반을 제공하는 형태로 어마어마한 투자(오프라인, 연구개발, 장비 등)를 바탕으로 플랫폼을 형성한다. 애플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 텐센트의 위챗 샤오청쉬(미니프로그램), 그리고 아마존의 AWS나 MS의 애저와 같은 클라우드 등이 여기 포함된다. 일종의 표준화 경쟁과도 유사하며 환경을 제공하는 경쟁이기에 진입 자체도 무척 힘들다. 중국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훙멍(Harmony OS)이라는 새로운 모바일 OS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에서는 도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아래) 카페24

 

인프라 플랫폼의 예시로는 패션 스타트업에게 기반을 제공하는 네이버와 카페24를 들 수 있다.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의류 판매에 도전한다면 이 두 곳이 솔루션이 된다. 난이도면에서 보면 스마트스토어가 훨씬 편하다. 네이버가 스토어, 검색, 마케팅 나아가 결제까지 모두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이버 안에 갇혀 있다는 이미지를 떨쳐내기 어렵다. 카페24는 좀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 나만의 쇼핑몰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이 자사몰을 기반으로 다양한 오픈마켓과 연동이 가능하다.

 

성공한 플랫폼이 시장에서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버(Uber)처럼 아직 성공하지 못한 기업이 겪고 있는 문제를 이해하는 과정일 수도 있고, 위워크(WeWork)처럼 플랫폼이 되고자 했지만 인정받지 못한 기업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플랫폼이 지배하는 세상이 다가왔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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