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지원 / 제이앤브랜드 대표. 아이덴티티 기획, 브랜딩,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두루 경험한 후 다방면에서 마케팅 솔루션을 풀어낸다. 저서 <맥락을 팔아라> <어바웃 브랜딩> 외 다수.
팬데믹은 전 세계 인류를 온라인 세계로 몰아넣었다. 가상현실과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앞당겼을뿐 아니라 60대 주부까지도 온라인에서 장보기를 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팬데믹 3년 차에 접어드는 지금, 사람들은 다시 오프라인을 찾기 시작했다. 지금 만나는 오프라인은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팬데믹을 겪으며 오프라인은 더 이상 ‘판매’를 위한 공간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판매는 온라인으로 충분하다. 오프라인은 온라인이 줄 수 없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는 인식은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브랜드도 공감한다. 아니, 온라인에서 성공한 브랜드일수록 이는 더 철저하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지금 브랜드에게 주어진 가장 큰 화두가 ‘고객 경험’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이 줄 수 없는 것을 오프라인으로
그렇다면 온라인에서는 할 수 없는 오프라인만의 경험이란 어떤 것일까?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최근 3번째 오프라인 공간을 강남에 열었다.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요인은 옷을 직접 만져보고 입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 무신사 강남점은 ‘라이브 피팅룸’이라 명명한 고객의 피팅룸을 차별화했다. 옷을 갈아입는 고객이 직접 조명 색상이나 온도, 밝기를 조절할 수 있고, LG 스탠바이미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휴대폰 화면 미러링이 가능하다. 옷을 입어보는 과정을 숏폼 콘텐츠로 만들거나 라이브 스트리밍하기 쉽도록 공간을 구성한 것이다.
무신사의 비:사이클(be:cycle) 프로젝트. 매장 설치물이 일회성으로 사용되고 버려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아티스트와 함께 기획한 작품을 전시하고 이는 다시 아티스트에게 돌아가 작품으로서의 역할을 이어나가게 된다.
리뉴얼과 동시에 화제가 된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은 400여 평에 달하는 국내 최대 체험형 와인매장 ‘보틀벙커’를 조성했다. 이 역시 온라인이 할 수 없는 것에 집중한 결과다. 왜 와인이었을까? 주류라는 품목 자체가 온라인에서 판매 금지돼 오직 오프라인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을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체험형 요소를 결합해 ‘테이스팅 탭’이라는 시음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경험의 극대화를 실현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와인 체험 공간’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선점하며 롯데가 와인시장을 리딩한다는 이미지까지 보여줄 수 있었던 것도 오프라인이라 더 가시적일 수 있다.
오프라인의 과제는 이제 단순히 판매가 아니다. 오프라인 공간은 체험의 강도와 밀도를 통해 반드시 브랜드 이미지 형성에 기여해야 하는 미션이 생긴 것이다. LG전자가 ‘금성오락실’이라는 공간을 통해 디스플레이를 경험하게 하는 것, ‘어나도키친’이라는 공간에서 LG전자의 가전을 활용해 쿠키를 굽고 다이닝 이벤트를 여는 것도 같은 이유다. 럭셔리 브랜드 구찌가 구찌가옥에 레스토랑을 열고, 프라다가 상하이 재래시장에서 제품의 패턴과 로고를 청과물, 생선, 잡곡의 패키지에 적용해 캠페인을 벌인 것도 공간 경험을 통해 브랜드를 직접 만지고, 느끼고, 고객의 삶을 구성하는 콘텐츠로 함께 하겠다는 의도였다. 프라다 콜렉션의 슬로건 ‘Feels Like PRADA’처럼 말이다.
경험 콘텐츠를 만드는 공간
남성 그루밍 브랜드 올드스파이스(Old Spice)는 플래그십 스토어 대신 바버샵을 오픈했다. 오하이오 주립 대학 근처 쇼핑거리에 위치한 올드스파이스 바버샵은 남성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그들만의 감성으로 공간을 연출했다. 기본적으로 세 명의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이발 및 면도 서비스를 제공하며 세차 및 스타일링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매장에는 고객의 요청에 맞게 3D 모델로 다양한 스타일링을 보여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곳의 큰 차별점은 콘텐츠 스튜디오다. 매주 유명 이발사와 배우, 운동선수, 가수와 같은 인플루언서들을 초대해 남성 미용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고 디지털 및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광고를 촬영하는 데 사용된다. 고객들은 유명 이발사의 서비스뿐 아니라 그 과정을 SNS 등에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 올드스파이스는 결국 오프라인 매장을 전파 가능한 콘텐츠가 생산되는 공간으로 발상을 전환해 활용했다.
구글,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국의 온라인 안경 브랜드 와비파커(Warby Parker)의 공동 창업자 닐 블루멘털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창업하는데 이렇게 돈이 적게 들었던 시대는 없다. 하지만 성장하기 이렇게 어려운 적도 없었을 것이다(It’s never been easier or less expensive to start a business, but it’s also never been harder to scale one).” 디지털 전환은 고객과 브랜드에게 많은 기회와 효율을 제공했다. 그러나 온라인의 효율이 휩쓸고 간 자리에 무엇을 남길지 고민하는 것은 온전히 브랜드의 몫이다. 무언가 판매하는 것은 고객을 설득하는 과정이다. 온라인을 통해 제품을 팔았다면, 오프라인에서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 브랜드를 최대한 느끼고 뇌리에 남도록 해야 한다. 온라인이 지배하는 이 시대에 역설적으로 오프라인에 대한 기대감은 최고조가 되는 이유는 뭘까? 답은 단순하다. 그곳에 고객이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생생하게 경험하고 싶어 하는 고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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