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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GING/Insight

[M Report] 마냥 귀엽지만은 않아! 모바일게임

 

글 신진섭 / 게임칼럼니스트

 


 

얼마 전 막을 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e스포츠를 놓고 메달 경쟁을 펼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게임이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선정된 사실보다 더 놀라운 건 e스포츠 종목 7개 중 무려 3종이 모바일게임이라는 점이다. 크래프톤의 PC 게임 IP를 기반으로 만든 모바일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대표적이다(이외 몽삼국2, 왕자영요).

 

(좌) e스포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한국 대표팀이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우) 서바이벌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 / 출처 krafton.com, pubgmobile.kr

 

게임 전문 조사기관 뉴주(Newzoo)에 따르면 알파세대의 73%, Z세대의 69%가 모바일로 게임을 즐긴다. 반면 PC와 콘솔 플랫폼을 이용한 게임 이용 유무는 두 세대 모두 50% 이하로 조사됐다. 모바일이 알파·Z세대 게이머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게임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주 이유는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젊은 세대의 게임 이용 행태를 고려하면 모바일게임 정식 종목 채택이 이례적이 아닌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급성장한 모바일게임, 현격한 마케팅 전략의 변화

 

<게임빌프로야구>, <미니게임천국> / 출처 com2us.com

 

모바일게임은 그리 길지 않은 게임사(史)에 비춰봐도 역사가 짧은 신생 장르에 속한다. 모바일 기기의 탄생 자체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까닭이다. 2000년대 초반 피처폰 시절에는 디바이스의 한계로 인해 단순한 그래픽과 조작으로 작동하는 캐주얼게임이 주로 소비됐다. 컴투스의 미니게임천국 시리즈, 게임빌의 프로야구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피처폰게임의 마케팅 방식은 기존 PC게임과 다르지 않았다. 게임잡지나 온라인 배너광고가 사실상 마케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처폰게임의 마케팅 활동이 미진했던 것은 당시 시장 환경과도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당시 피처폰게임은 이동통신사가 운영하는 시장에서 소수의 개발사가 경쟁하는 구도였다. 경쟁이 심하지 않았지만 이용자의 소비력 역시 그리 크지 않았다. 마케팅보다는 게임의 질적 우위가 강조되던 시기였다.

 

<애니팡>, <드래곤플라이트> / 출처 corp.wemadeplay.com, line.games/game/DF

 

2007년 아이폰이 도입되며 국내 게임계는 큰 전기를 맞았다. 피처폰 대비 혁신적인 성능의 게임을 구현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등장한 것이다. 이는 모바일게임 유통의 혁명을 동반했다. 이동통신사의 허락 없이는 진입이 불가능했던 과거와는 달리 앱스토어를 통해 누구나 게임을 유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한국 모바일게임의 부흥기는 스마트폰 도입 수년 뒤인 2010년대에 찾아왔다. 당시 메신저 스타트업에 불과했던 카카오가 선보인 ‘게임하기’ 서비스는 ‘게임 체인저’라고 부르기 손색이 없었다. 메신저 특유의 연결성을 활용해 이용자 간 점수 경쟁을 붙이고 ‘하트(일종의 게임 코인)’를 선물하는 시스템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선데이토즈(현 위메이드플레이)의 ‘애니팡’ 시리즈, 넥스트플로어(현 라인게임즈)의 ‘드래곤플라이트’ 등이 국민게임 반열에 올랐고, 성공사례를 목도한 게임사들은 카카오 입점경쟁을 펼쳤다. 당시 가장 중요한 마케팅 전략은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에서 얼마만큼 높은 노출도를 얻는가였다.

하지만 카카오 천하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모바일게임 개발력을 축적한 게임사들이 별도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카카오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앱마켓에 직접 유통하려는 시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게임사의 자체 마케팅 시도가 늘어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큰 놈, 귀여운 놈, 이상한 놈의 삼분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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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4>, <오딘>, <던전앤파이터모바일> / 출처 v4.nexon.com, odin.game.daum.net, df.nexon.com / 좌우로 클릭해 더 보기

 

201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국내 모바일게임 지형은 현재와 비슷한 모습을 갖춰갔다. ‘대작’ 포지셔닝의 역할수행게임(RPG) 장르가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고, 틈새시장을 캐주얼게임이 나눠 가지는 구조다. 이런 흐름은 한 해 최고의 국산 게임을 선정하는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상작 명단에서 읽어낼 수 있다. 2014년 액션스퀘어의 모바일 RPG ‘블레이드’가 모바일게임으로는 처음으로 대상을 수상한 이후 현재까지 대부분의 대상작이 모바일 RPG로 채워졌다. 최근 3년 대상작은 넷게임즈(현 넥슨게임즈)의 ‘V4’,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등 모두 모바일게임이다.

 

<리니지M>, <레이븐> / 출처 lineagem.plaync.com, netmarble.net

 

RPG 장르는 수년간의 개발기간, 수백 명의 개발인력을 투입하는 그야말로 대형 프로젝트다. 앱 마켓 상위권에 안착할 수 있다면 연간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의 매출을 기대해 볼 수 있다. RPG 성공에 사활을 거는 게임사는 개발비 못지않은 마케팅비를 투입하는 것도 불사하곤 한다. 201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는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TV CF와 포털 메인 배너광고를 동시에 집행해 대세감을 형성하는 데 집중하는 양상이었다. 배우 최민식을 내세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차승원을 모델로 섭외한 넷마블의 ‘레이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객단가(ARPU)가 낮은 캐주얼게임은 대형 RPG만큼의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기는 어려운 사업모델이다. 따라서 적은 비용으로 다수의 라이트 게이머에게 접근하는 효율적인 방법론이 요구된다. 캐주얼게임 마케팅은 게임 커뮤니티 배너광고, 유사한 캐주얼게임 내에서 설치를 유도하는 인앱 광고 등의 기법이 주로 사용된다. 타깃층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유튜브 광고 역시 주요한 마케팅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왕이 되는 자>, <꿈의 집> / 출처 유튜브 캡처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광고와 실제 게임 내용이 다른 ‘후킹형 광고’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기법 중 하나다. 후킹형 광고는 주로 해외 업체들이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다. 해외에 소재해 있어 상대적으로 광고에 대한 비판여론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다는 이유에서다. 해외 업체들은 이미 자국 서비스를 통해 게임성이 입증된 게임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 인지도가 높지 않거나 해외 게임에 대한 국내 이용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낚시성 광고’ 또는 ‘선정적 광고’ 등을 동원한다. 일단 설치까지만 유도할 수 있으면 사용자를 머물게 하는 ‘리텐션’ 자체에는 자신이 있기에 가능한 전략으로 보인다.

 

(좌부터) 로블록스 x 버버리 콜라보로 게임 내 아바타를 장식할 수 있는 한정판 가상 핸드백 롤라. 오버워치 x 젠틀몬스터 콜라보로 게임 내 캐릭터인 디바의 헤드기어를 모티프로 제작한 선글라스. SNS를 통해 가상인간 디바의 모습도 공개했다. / 출처 kr.burberry.com, gentlemonster.com

 

최근에는 게임 안팎으로 독특한 행보를 펼쳐 게이머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고,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까지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가장 흥미로운 건 게임이 아닌 다른 분야와의 콜라보. 로블록스는 명품 브랜드 버버리와 협업해 한정판 가상 롤라 핸드백 5종을 선보였으며, 오버워치는 젠틀몬스터와 만나 게임 내 캐릭터인 ‘디바’를 모티프로 한 틴티드 선글라스 ‘젠틀 토끼’ 2종을 제작하고 가상인간 디바가 서울의 핫플레이스를 즐기는 모습을 SNS에 공개했다. 또 숏폼을 통해 챌린지를 진행하거나 게임 캐릭터를 활용해 유행하는 밈에 참여하는 등 플랫폼을 불문하고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진화 중이다.

이미 PC 게임을 넘어 독보적 상승세를 보여주는 모바일게임 시장, 스마트폰을 타고 인기를 더해가는 모바일게임 시장의 다음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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