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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GING/d-Issue

[THE ISSUE1] 대한민국 다양성 보고서

 

과거 90년대에, 모두가 판박이였던 10인1색을 넘어 ‘10인10색 시대’라는 말이 돌았다. 그 속도감으로라면 20여년이 훌쩍 지난 현재는 1인10색은 돼야 할 것 같지만 과연 그럴까? 아직도 자동차는 흰색 아니면 블랙이고 겨울철 패션은 검은색 롱 패딩 일색이다. 골목길, 벽화마을이 뜨긴 하는데 그들 간에는 거의 비슷하다. 지역은 ‘괸당 문화’가 지배하고 있어서 여전히 “우리가 남이가?”가 통한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K-POP 댄스는 끝내주지만 주제는 대부분 미친 사랑이나 젊음의 분노 정도여서 우주 테마, 생명과 자연, ‘헤드윅’ 처럼 동성애에 대한 기원, 인류애 등을 다루는 것은 없다.

 

 

그런데 변화가 오고 있다. 2017년 들어 적폐청산과 불이 일듯 일어나는 미투 운동을 보고 요즘 화제인 국악퓨전 록밴드 씽씽밴드를 보라. 민요 한오백년, 창부타령을 글램락에 믹스했고 미국 공영라디오 NPR의 대표 프로그램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 출연했을 때의 패션은 요상하기 짝이 없다. 그 패션은 앞으로의 변화를 예견하게 해주는 것이라 정신이 번쩍 난다. 젠틀 몬스터 프로모션, 현대카드의 컬처 큐레이티드, 배달의 민족 광고를 보라. 신기할 정도로 다양성의 한 쪽을 찌른다. 불금 홍대 앞, 경리단 장진우 거리, 성수동의 이국적 먹자 거리도 보고 경복궁 앞에서 벌어지는 이색 한복붐 등을 보라. 지하철 에서 남의 눈치 안 보고 애정을 표현하는 커플이나 “혼자서도 행복해요”라며 당당한 혼족, 비혼모의 증가를 보라. 에누리 조금 하면, 한국의 다양성이 이제는 10인4색 정도 될 것 같다. 교육과 관광, 경계를 허무는 다국적 기업,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유튜브 등의 뉴미디어 덕분이다. 유튜브나 SNS를 통한 국내외 커뮤니케이션 수는 거의 측정 불가능이다. 덕분에 한국의 젊은 세대는 다양해졌다.

 

 

 

SsingSsing Band - NPR Music Tiny Desk Concert (출처: NPR Music 유튜브)

 

 


문화 다양성

 


 

 

 

문화 다양성은 집단의 문화가 표현되는 다양한 방식이다. 이들은 집단 내부에서 꾸준히 전승된다. 유네스코 정의에 의하면, 문화 다양성은 인류 창의성의 표현이자 노력의 결실이며 집단적 경험의 총체로서 미적, 도덕적, 도구적 가치를 지닌다. 문화 다양성의 존중은 타문화를 편견 없이 바라보고 상호 대화를 통해 이해를 증진시킨다. 문화는 늘 아메바처럼 움직인다. 문화이론가 스튜어트 홀은 문화 정체성이 ‘무엇임(being)’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무엇으로 됨(becoming)’의 문제라고 했다. 따라서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를 향 해 열려 있는 개념이다. 문화 다양성 인정은 다른 문화에 대한 유연한 태도를 지향한다. 한국의 유연한 마케터라면 먼저 보아야 할 것이 하위문화다. 과거 “한국은 시장 세분화가 필요없다”고 했었는데 그것은 단일민족 신화로 하위 문화 발달이 늦었기 때문이었다. 

 

 

 


하위문화(Sub-culture)

 


 

 

 

전체문화와 대비되는 이 개념은 1950년대 미국 사회학계에서 비행 청소년 연구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하위문화의 주체는 계급ㆍ인종ㆍ세대 등의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이나 소집단이며 ‘낮은’ 또는 ‘종속적인’ 위치에 처해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층 프롤레타리아, 청소년층, 동성애자, 유색인종 등이 이들로서 이들에 의해 노동자 문화, 청년 문화, 소수민족 문화 등이 생겨나게 된다. 때문에 하위문화는 대체로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주류문화ㆍ고급문화에 대비되는 비주류 문화ㆍ저급 문화의 속성을 드러내게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질서의 정당성과 주류문화의 가치를 의심하는 새롭고 이 질적인 문화라는 적극적인 의미도 갖고 있다. 

 

 

지배문화의 주변적 위치에 자리 잡은 하위문화의 구성원들은 자연스럽게 자기들만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추구하게 되며, 언어ㆍ복장ㆍ외모ㆍ음악ㆍ행동방식 등에서 독자적인 스타일을 만들어냄으로써 자신들의 소속감과 연대감을 한층 강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자신만의 스타일에 대한 하위문화의 집착은 판촉의 주요 한 목표가 되기도 한다. 나이키의 저스트 두 잇, 말보로의 카우보이 캠페인 등은 하위문화를 침으로써 위력이 배가되었다.

 

 

미국의 경우 1980년대 이후, 계급ㆍ성ㆍ인종ㆍ세대 등 전통적인 기준이 약화되는 대신 하위문화의 중심이 소비 행위로 넘어가고 하위문화의 정체성은 스타일의 추구로 좁혀지는 변화가 일어나면서, 하위문화의 저항성이나 전복적 성격은 약해졌는데 이런 변화는 한국 마케터들에게도 힙스터 룩, 골목길 패션, 스칸디나비아 인테리어 & 푸드(휘게, 라곰 등) 등처럼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바이크 족, 레고 키덜트, 혼족, 쿡방, MCN 마니아, 게이머, 요리하는 남자, 인디와 덕후(오타쿠) 같은 하위문화를 파면 기회가 나온다는 말이다.

 

 

 


다문화 사회

 


 

 

 

가리봉동, 해방촌, 안산이나 곤지암 등에 가보라. 국내 거주 외국인이 150만 명인 시대다. 그들이 다문화가정을 만들고 있지만 이것은 다문화 사회 모습의 일부이다. 다문화 사회의 모습은 더 다양하다. 한국의 컨벤션 유치가 늘고 있다. 올림픽, 월드컵, 엑스포, 비엔날레 등 컨벤션 유치 숫자가 박람회의 나라라고 하는 일본보다 많다. 해외 스타와 석학들의 방한 공연과 강연뿐만 아니라 한국 예술가들의 해외 공연도 늘고 있다. 현대카드는 국내 슈퍼 시리즈뿐만 아니라 인디들의 SXSW(세계 최대규모 뮤직마켓인 사우스바이 사우스웨스트) 등 해외 페스티벌 진출을 도와 큰 호응을 사고 있다. 젊은 세대들 중심으로는 게임 대회와 메이커 페어를 중심으로 국제간 교류도 활발하다. JTBC ‘비정상회담’을 보면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폭발하는데 영국이나 프랑스 석학 중에도 한국이 좋다고 거주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마누엘 패스트라이쉬 교수(미국), 다니엘 튜더 기자(영국) 등은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것 같다. 특히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한국을 엄청 좋아한다. 그의 책 중 2,500만 권이 한국에서 팔렸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은 인터넷, 스마트폰 등의 발전에 힘입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시간으로 접하면서 사이버 공동체에서 타문화 간접경험을 쌓고 있다. 소비도 해외직구가 일상화되었다. 싸이와 엑소, 방탄소년단 등 K-POP과 한류 현상으로 세계의 젊은이들이 한국에 대한 친근감이 형성되는 것도 그들을 유입시켜 한국의 다문화에 기여한다. 또한 한국은 경제성장과 3D 업종 기피, 저출산 및 고령화 현상과 맞물려,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의 유입이 증가하면서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흔히 다문화 사회는 두 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는 인종적ㆍ문화적 소수자의 수가 증가하면서 소수자가 동등한 권리와 사회경제적 대우를 요구하는 단계다. 2단계는 “우리는 당신들과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문화적 차이를 인정해 줄 것을 강조하는 시기다. 이 단계에서는 소수집단의 ‘정체성 인정’과 ‘문화적 생존’을 사회적으로 요구한다. 이는 다문화와 관련된 문제가 사회경제적 차별과 불평등의 시정뿐 아니라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인정과 존중, 문화적 표현의 권리와 관련됨을 암시한다. 한국은 현재 다문화 사회의 1단계이지만 2단계에서 나타나는 문화적 갈등과 문화적 표현 및 문화적 생존의 문제도 부각 중이다. 이들은 대체로 소득이나 교육 수준, 사회적 레벨과 스타일 등이 약해 마케터들이 상품시장으로서 매력을 느끼기는 힘들겠지만 대신 사회공헌, 함께 하는 인류, 한국 어린이들의 다양성 습득 기회, 다문화 축제, 그들의 모국에 기업 이미지 제공, 차세대 시장 교두보 마련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힙스터

 


 

 

 

대체로 비난 받기 일쑤인 힙스터는 사회의 다양성을 드러내는 하위문화 세력이다. 홍대 앞, 경리단 길, 성수, 연남동 등을 가면 그들을 쉽게 만날 수 있고 종편 예능이나 토크 프로그램 출연자들 복색을 보면 또한 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힙스터는 히피나 덕후, 긱(geek), 보보스(BOBOS), 여피 등하고는 다르다. 히피는 매우 반항적이고, 덕후는 집에 주로 박혀있는 콜렉터고, 긱은 뭔가 독특한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보보스와 여피는 무엇보다 돈이 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힙스터는 이들 모두의 페스티쉬(혼성모방)이다.

 

 

힙스터는 1940년대에 나타났다. 사회불안, 인종차별로 인해 저항의식이 팽배하였는데 여기에 더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교육기회의 증대는 청년들로 하여금 기성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강화시켰다. 어두운 테의 안경, 베레모, 핀 스트라이프 정장은 당시 힙스터들이 수용한 흑인 패션의 특징이다. 힙스터들에 부정적인 이유는 이들이 정신문화보다는 외양, 음악, 패션 등에 더 치중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1950년대까지 지속되지 못하고 로큰롤 문화와 70년대에는 히피에 대체되었는데, 1990년대에 와서 특정 청년문화를 일컫는 명칭으로 다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미국 포틀랜드나 뉴욕의 윌리엄스버그가 힙스터의 본산지이고 세계의 유명한 뒷골목 패션은 대체로 이들이 만든다. 현대의 힙스터는 주류문화에 순응하지 않고 패션과 외양에 크게 집중하면서 엘리트주의적인 생활방식을 택한다는 특징이 있다. 빛바랜 셔츠(빈티지나 구제 옷)ㆍ뿔테 안경ㆍ페도라 모자ㆍ덥수룩한 수염 등이 외양적인 특징이며, 픽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등 친 환경주의 취향을 보이며 인디음악ㆍ독립영화에 열광한다. 이들의 감각은 독특하여 미래 선행지표로 활용하기에 좋다.

 

 

 

 


붉은 여왕의 속도로

 


 

 

 

10인4색쯤 되는 현재야말로 다양성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다. 10인10색이 되면 국내외 시장과 한류 위력은 지금보다 몇 배 더 커진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과 왕좌의 게임 그리고 게임 삼국지와 피카츄 등을 보라. 신화/판타지 테마, 아시아 역사와 가치, 생명의 기원, 양성과 동물, 우주적 비전 등으로 다양성의 차원을 넓히면 좋겠다. 좀 더 다양성의 거리로 나가기를 바란다. 10인10색의 시대를 열려면 붉은 여왕의 속도로 가야 한다. 

 

 

 

황인선 / 브랜드웨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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