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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GING/d-Issue

[THE ISSUE 3] 세상을 이롭게 하는 마케팅

대홍기획 박선미 CⓔM(이하 박선미)   안녕하세요. 대표님. 오늘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 마케팅’을 주제로, 광고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를 경험하며 지켜본 다양한 사례 그리고 의미에 대해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진정성(Authenticity)’이라는 개념은 2000년대 후반에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제임스 길모어와 조지프 파인 2세교수가 처음 소개했죠. 소비자들이 그럴듯하게 포장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되면서, 진실된 브랜드와 제품을 원하는 현상을 설명한 것인데요. 이러한 소비자 원트(want)를 반영한 진정성 마케팅, 혹은 진정성 전략에 대한 개념을 개인적인 관점에서 말씀해 주세요.

 

하바스코리아 박재항 대표(이하 박재항)   지난 10년 간 마케팅에서 가장 남용된 단어가 진정성일 거라고 농담을 하곤 했습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도 되겠죠. 너무 많이 쓰이다 보니, 좀 더 구체적으로 구분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브랜드를 제품, 기업, 사회의 3단계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진정성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먼저 제품 단계의 진정성은 기능을, 특히 주장하는 효능을 제대로 발휘하며, 재료나 생산 과정 등에서 거짓이나 호도하려는 의도가 없는 것을 말합니다. 기업 차원에서는 탄생, 존재 이유, 미션, 비전 등에 걸맞게 기업이 운영되고 있는가를 가지고 진정성을 판단합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단계에서의 진정성을 산정해 볼 수 있습니다. 기업도 사회의 일원으로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냐를 보는 것이죠. 사회적 단계에서의 진정성의 ‘갑’은 사회의 다른 일원까지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공유하며 행동으로 이끄는 것입니다.

 

 

▲ 하바스코리아 박재항 대표(좌) / 대홍기획 박선미 상무 (우)

 

 

박선미 그런데 진정성이라는 그 단어 자체가 광범위한 개념이라 한마디로 규정하기 참 애매해요. 쉽게, 광고 실무자들 혹은 소비자들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브랜드가 갖고 있는 진실을 보여줌으로써 얻는 공감’ 정도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진실을 보여 주는데, 커뮤니케이션에서만 진실을 외칠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태생이나 본질, 속성 그 자체에 진실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인 거죠. 제 실무적 경험으로 말씀 드리자면, 저희의 클라이언트 였던 블랙야크의 경우 TV광고를 촬영하기 전에 제작에 참여하는 인원들은 정말 산을 좋아해야 하고 촬영지에 가서도 직접 등산을 하면서 답사해보는 전통이 있었어요.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 소비자에게 광고로만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죠. 이러한 브랜드의 철학이 마케팅에서 일관된 가치로 보여줄 때 그 브랜드는 진정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죠. 

 

 

박재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경우 1990년대에 목화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한 이후로 100% 유기농 목화만을 사용하고 있구요, 미국의 REI도 ‘아웃도어 활동이 삶을 윤택하게 한다’는 가치를 전하기 위해 연중 최대 매출 기록을 세우는 블랙프라이데이에 모든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의 문을 닫는 #OptOutside 캠페인을 2015년부터 진행하고 있어요. 고객들에게 쇼핑대신 자연에서의 아웃도어 활동을 권장하면서, 직원들이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실제로 미국의 10대 아웃도어 업체 중에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이는 곳은 파타고니아랑 REI밖에 없습니다.

 

 

 

 

박선미 말씀하신 사례에서 ‘지속성’ 내지는 ‘일관성’이라는 부분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많은 기업들도 지속가능한 경영(Sustainability management)을 이야기하면서 지속성에 중점을 두고 있듯이, 장기적으로 브랜드나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환경이나 사회적인 책임의식에 전략적으로 동참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따라서 태생적으로 훌륭한 창업정신이나 철학을 지닌 기업과 브랜드들은 그 가치를 지속시키는 마케팅을 하면서 책임의식을 강화하고 있는 거죠. 즉 기업이나 브랜드의 진정성이 사회의 진정성으로 나아간다고 이해할 수 있는 거죠.

 

 

박재항 동의합니다. 특히 브랜딩은 그 제품과 서비스가 어디로 향해야 할지 방향성을 포함하고 있거든요. 진정성 이전에 마케팅에서 남용된 대표적인 단어 중의 하나가 ‘포지셔닝’입니다. 그리고 포지셔닝보다 좀 더 광범위한 영향 요소를 아우르며 개념 확장을 하며 펼치는 브랜딩에서는 ‘디렉셔닝(Directioning)’이란 용어를 주로 썼습니다. 거기에는 제품 차원에서 사회성까지, 그리고 현재가 아닌 미래까지 담으려한 것이었습니다.

 

 

박선미 이러한 변화에 맞춰 최근에는 많은 기업들도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윤을 극대화 하기 위한 전통적인 목표가 아니라 다양한 이해 관계자(Stakeholder)들을 만족시키려는 경영활동들을 하면서 기업들도 그야말로 ‘진정성’을 가진 ‘공존’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으니까요. 롯데그룹도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도입과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활동을 통하여 질적인 발전에 노력을 기하고 있어요. 해외에서 이러한 기업활동이 돋보인 사례를 소개해 주세요.

 

 

박재항 1950년대초에 미국 상원에서 진행된 청문회에서 GM 사장 출신 찰스 윌슨은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은 것”이라는 발언으로 널리 회자되었지요. 그 당시만해도 사회적 가치보다는 GM 같은 거대한 기업은 많이 판매해서 수익을 남기는 것이 국가와 국민에게 공헌하는 것이라는 의미였죠. 그런데 얼마 전 구글이 미국 국방부와 공동으로 진행하던 ‘메이븐 프로젝트(Project Maven)’ 계약을 종료한다는 뉴스가 보도됐어요. 해당 프로젝트는 국방부의 테러방지 프로젝트에 구글의 인공지능(AI) 기술을 제공하는 것인데, 인공지능이 추후에 전쟁 도구로 활용될 것을 우려한 구글의 기술연구원들이 집단으로 반발하면서 사표를 제출한거죠.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군사적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구글의 사명인 ‘사악 해지지 말자(Don’t be evil)’와 반대되는 ‘악행(evil)’이라는 것이 연구원들의 주장이었어요.

 

 

박선미 구글의 진정성은 회사의 구성원들이 지켰다고 볼 수 있네요.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회사 내부의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동참이나 경영자의 의지를 통해서 많은 사회적 책임에 대한 발전적인 노력을 많이하는 것 같아요. 근래에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SK의 CSR활동들이 그러한 예가 아닐까요. 최근 저희 대홍기획도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그러한 아이디어를 구상하여 구체화한 사례가 있어요. SNS 상에서도 크게 회자가 된 ‘택배기사님을 위한 음료수 냉장고’가 바로그것인데요. 업무 특성상 퀵서비스와 택배를 많이 활용하는데, 기사님들이 그야말로 저희의 발이나 다름없잖아요. ‘무더운 여름날 길을 달리는 기사님들이 회사에 오신 김에 시원한 음료를 드신다면 좋겠다’라는 주니어들의 작은 아이디어였는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나요?(미소) 세상을 이롭게 하는데 한몫을 한 것 같아서 많은 분들이 공감하신 거 같아요. 세상을 이롭게 하는 마케팅을 수행하기 위해서 광고 회사도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분명한 것은 광고회사의 핵심역량인 창의성과 연결될 때 파워풀 할 것 같은데요. 현재 저희 대홍은 ‘재능기부’ 라는 형태로 사회적 책임에 작게나마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만, 박 대표님께서는 광고회사의 역할에 어떠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대홍기획 '착한 안내문'

 

 

박재항 과거에 광고회사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입장이었죠. 이제 브랜드의 진정성을 잘 전달하려면 화제를 만드는 역할보다는 새로운 해석을 통해 기업, 브랜드와 사회와의 건설적인 관계를 제시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할리데이비슨이라는 모터사이클은 잘 아시다시피 80년대 초까지는 깡패나 다름없는 무뢰한들이나 타는 제품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런 부정적인 인식에서 ‘미국’과 ‘자유’라는 사회적 가치까지 담을 수 있는 요소를 끄집어낸게 바로 광고회사였습니다. 데이비드 오길비가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

라며, 가족이 읽지 않았으면 하는 광고는 만들지 말라고 했죠. 제품의 세계에 시야가 잠겨있으면 그런 광고를 만들기 쉽습니다. 제품 밖의 더 넓은 세계와 거기에 있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그들이 공감할 행동을 만드는 게, 진정성 시대 광고회사의 역할이라고 보겠습니다.

 

 

박선미 소비자들에게 기업과 브랜드의 진정성을 전달하는 방식도 계속 변화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측면이 상당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형식은 기본이고 글로벌 기업이나 유명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보탬이 된다면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기에 관계맺기에 성공을 거둘 수도 있는거죠. 서두에 언급했듯이 진정성을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진실을 보여주는 공감’의 관점으로 본다면 다양한 방법이 존재할 거 같아요. 아날로그 적인 감성을 보여주는 것도 그 방법 중 하나일 것 같은데요. 현대사회에서 소비자들이 잃어가고 있는 인간적인 정서,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와 같은 감성들. 즉 빠르게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어가는 시대에 느끼는 정서적 결핍을 채워줌으로써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지요. 브랜드가 감성을 준다는 것, 이 또한 진정성이라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박재항 버진그룹은 제가 알기로 가장 많은 업종에 진출해 있는 기업집단일 겁니다. 창업자인 리처드 브랜슨은 버진그룹이 제공하는 서비스나 제품이 가져야 할 다섯 가지 요소를 말했습니다. 첫째에서 셋째까지가 ‘최고의 품질, 가치, 혁신’이에요. 어느 기업이나 하는 얘기죠. 그런데 넷째가 현재의 관행과 획기적으로 다른 방식, 다섯째가 ‘재미’있고, ‘엽기적’일 것이에요. 본인이 치마를 입고 스튜어디스로 나서 깜짝 서비스를 하고, 결혼대행사를 창립하면서 신부 복장으로 나타난 것도 바로 그런 연장선상에서입니다. 근래 몇 년간 소소한 일상에 깜짝 재미를 안겨주는 것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삼은 대표적 기업으로는 버거킹이 있죠. 미국 전역의 인공지능 스피커를 울리게 한 ‘Ok, Google’ 은 정말 멋졌습니다.

 

 

▲ Google Just Killed Burger King's Newest TV Ad That Had A Disastrous Flaw (출처: Business Insider 유튜브)

 

 

박선미   이제는 소비자들의 정보량이 많아졌고 그래서 모든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오픈된 채널의 시대잖아요. 브랜드가 판매를 위해 일시적인 캠페인으로만 진정성을 이야기하거나 브랜드 철학과 달리 일관성없이 상반된 태도를 보인다면 어떤 브랜드건 간에 단번에 갈 길을 잃을 수도 있는데, 이러한 시대적 흐름 그리고 소비자들의 정서 등을 간과하고 마케팅을 진행했다가 역풍을 맞은 사례들도 있었을텐데요? 

 



박재항   1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의 모백화점에서 약간 진부하기는 하지만 ‘고객 최우선’을 대대적으로 내건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대로 모든 걸 다해주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고객들의 불만의 소리가 더 높아졌습니다. 알고보니 광고에서는 고객이 원하는대로 교환, 상환해준다고 하고서는 실제 그렇게 안 되었던 거예요. 원인을 보니 고객센터에서는 계속 얼마나 교환이나 상환 요구를 얼마나 잘 기각시켰느냐를 가지고 직원들을 평가하고 있었던 겁니다. 캠페인을 벌이지 않은 것만도 못하게 된 거죠. 우리 주변에서도 아직 볼 수 있는 행태 아닌가요? 

 


박선미   마지막으로 기업과 브랜드들이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 시대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어떤 마케팅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박재항   너무나 뻔한 대답이지만 기업 내부에서의 ‘공감대 형성, 약간 전문적으로 ‘인터널 브랜딩(internal branding)’이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대담 시작 부분에서 진정성의 3단계를 말씀드렸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그 3단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생각하는 분위기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제품의 구매자로 소비자 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 기업의 임직원까지 광고회사에서 고객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기회이기도 하죠. 

 


박선미   오늘 대표님과 말씀 나누다 보니 세상을 이롭게 하는 마케팅은 이 시대의 사람들이 원하는 마케팅’이고 광고회사가 마케팅 전문회사로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연구해 가야 할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는 임팩트 있는 광고 만들기가 아니라 ‘브랜드의 진정성을 찾게 해주고 지속적으로 관리 해주는’ 광고업의 본질을 지켜가고 있는지 다같이 생각해 봐야 할 거 같아요. 아이디어 생산 과정에서의 진정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언젠가 일본의 마케팅 서적에서 읽은 내용 중 인상 깊은 부분 이 떠오르네요. 

 

 


광고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 이 아니라 ‘사람이 움직이는 것을 생각하는 일이다’ 라는.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 대표님과 뵐 때 마다 앞으로 이런 이야기를 나눠야겠어요(웃음). 
그만큼 오늘 저는 아주 유익했습니다.

 


                 

 

 

대담_박선미CⓔM/ 대홍기획 크리에이티브솔루션1본부
박재항 대표 / 하바스 코리아 전략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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