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인의 사생활>은 대홍 크리에이터의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사진 에세이 코너입니다.
광고 인생 8년 차 아트와 카피.
치열하고 뜨거운 일상에 진하게 녹아든 ‘인생 음악’에 대하여.
8년의 노하우
“저 광고 내가 만든 거야.” 광고 일을 한다는 자체에 행복과 자부심을 느끼는 나날. 허나 결과가 좋지 않을 때면 한순간 자신감을 잃고 스스로 너무 작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도록 이리저리 흔들리는 축을 붙들 만한 저만의 노하우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도보 2분 거리에 있는 서울로를 산책하며 아이데이션 하기, 토요일 저녁 위스키를 마시며 PPT 정리하기 등이죠. 하지만 이런 노하우도 효력이 없을 땐 누군가 건네는 위로가 필요합니다.
꾸준한 위로
30대에 접어들며 어릴 적엔 이해하지 못했던 노래 가사가 와닿기 시작했습니다. 강산에의 <라구요> 윤종신의 <지친 하루>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등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가 담긴 음악들이 참 좋아졌습니다. 어느덧 그 음악들은 친한 사람의 이야기처럼, 때론 따뜻한 위로처럼 들리게 된 것이죠. 그러다 보니 일상을 보내는 순간순간 언제나 틀어놓는 하루의 BGM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꾸준히 저를 위로해주는 또 하나의 든든한 노하우가 생긴 느낌입니다.
지친 여름
BGM 하면 가장 먼저 작년 여름의 일이 떠오릅니다. 폭염으로 유난히 뜨거웠던 2020년. 팀은 한창 경쟁 PT로 불타오르고 있었습니다. 1차 PT를 치른 후 다시 2차 PT. 승리했다는 기쁨도 잠시, 또다시 찾아온 3차 PT까지. 이후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던 프로젝트. 그간 팀원들과 함께 노력한 결과가 수포로 돌아갔다는 실망감과 허무함이 밀려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때 여름이 슬럼프와 비슷한 과도기였죠. 제 예측과 안목이 보기 좋게 틀리는 것 같은 기분이 수시로 찾아오던, 잊을 수 없는 여름날이었습니다.
그때 단골 BGM이 윤종신의 <지친 하루>입니다. 예전부터 알던 노래였지만 지하철로 출근할 때도, 택시로 퇴근할 때도 그 여름 내내 제 이어폰에선 이 곡의 가사가 흘러나왔습니다.
비교하지 마. 상관하지 마.
누가 그게 옳은 길이래.
옳은 길 따위는 없는 걸. 내가 걷는 이곳이 나의 길.
특히 이 가사가 광고인의 길을 걷는 제게 큰 위로가 됐습니다. ‘내가 좋은 그것이 나의 길’이라는 생각. 그걸로 자신감도 되찾았고 정답이 없는 이 길에서 큰 지혜를 얻었죠. 저의 작년 여름처럼, 코로나19로 많은 분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모두가 지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저마다의 위로가 될 수 있는 BGM으로 꾸준히 위로를 받으시길. 힘든 순간도 결국은 다 지나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