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인의 사생활>은 대홍 크리에이터의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사진 에세이 코너입니다.
지난 글에서 불곰산악회의 시작을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운영에 관한 내용이다. 불곰산악회는 간단한 규칙에 의해 진행된다. 하지만 아무리 간단해도 우여곡절이 따르기 마련이다. 운영하면서 겪은 몇 가지 에피소드를 적어본다.
하나, 매달 셋째 주 토요일 10시에 산에 오른다
이 매체가 광고대행사 블로그임을 짐작했을 때, 운영진인 나는 주말에 출근할 확률이 꽤 농후하다. 가끔 촬영이나 회의 날짜로 셋째 주 토요일이 거론되면 그때부터 내 심장은 쫄리기 시작한다. 속으로 ‘제발! 제발!’을 외치기도 하고, 새로운 산에 새로운 사람들과 가지 못할 것을 벌써 아쉬워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매달 셋째 주 토요일 10시’라는 약속을 바꾸진 않는다. 아직도 불곰이 이때 등산하는지 모르는 회원들도 많지만, 운영진은 이를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손님과의 약속이라며 17년째 아침 8시에 가게 문을 여는 국밥집 사장님의 마음으로 말이다. 다행히 지금까지 등산에 참여하지 못한 적은 딱 한 번뿐이다. 그날은 폭염 혹은 극심한 코로나 등 천재지변의 이유로 등산이 취소되어 운 좋게(?) 아쉬움을 면할 수 있었다.
둘, 등산 시 서너 명씩 산동무를 만들어 올라간다
불곰산악회 회원은 운영진의 지인이거나 지인의 지인 그리고 SNS를 보고 찾아온 분들로 구성된다. 그러다 보니 학교나 직장, 동아리 등 소속이 겹치지 않는 새로운 회원의 경우 산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 같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규칙이 ‘산동무’다. 가위바위보나 도착한 순서 등 랜덤하게 3~4명의 그룹으로 산동무를 짜 산에 오르는 방식이다.
이러면 처음 보는 회원끼리도 대화를 나누며 어색하지 않겠지 싶었다. 큰 착오였다. 첫 등산 때, 앞서 오르던 나는 고요함이 이상해 “근데 다들 왜 이리 말이 없지?”라고 물었고, 친구들은 “헥헥. 힘들어서 말 못 해”라는 대답뿐. 그랬다. 숨이 차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와중에 대화를 이어갈 여유는 없었다. 그래도 아직 산동무 제도는 잘 이어나가고 있다. 말소리보다 숨소리가 커질지언정 산동무로 묶이면 약간의 연대가 생긴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려올 땐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처음 인사하고 소개할 때의 어색함이 사라지고 한데 섞여 내려오는데, 그 모습을 보면 괜히 마음이 뿌듯하다.
셋, 하산 후 식사와 뒤풀이는 자율로 진행한다
10시에 등산을 시작해 두세 시간 오른 뒤 1시쯤 하산하면 무척 배고프다. 정상에서 가져온 간식을 나눠 먹기도 하지만 그건 정말 간에 기별 정도다. 그래서 운영진은 항상 하산 지점 근처의 식당을 예약해둔다. 그동안 먹었던 도토리묵과 전, 닭볶음탕, 손두부, 메밀국수, 냉삼겹살, 치킨 등을 생각하니 절로 침이 고인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그렇다! 술이 잘 어울리는 메뉴라는 것. 그렇게 따지면 술이 안 어울리는 게 어디 있겠냐마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 술이다. 술과 술자리라는 것은 참으로 마음대로 되지가 않아서, 함께 등산했던 사람들, 메뉴, 주종에 따라 가끔은 점심에 시작한 자리가 저녁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배고파서 시작한 식사자리가 자연스레 2, 3, 4차까지 술자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불곰산악회의 모토인 ‘불금 대신 불곰을’은 어느새 사라지곤 한다. 혹자는 불토를 보내려고 불금을 피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어쩌면 그게 맞을 수도... 운영진은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불곰산악회는 회원이 정해져 있지 않고 매번 새로 신청을 받아 산에 오른다. 그래서 별다른 규칙이 없다. 오직 세 가지! 매달 셋째 주 토요일 10시에 산동무와 산에 오르고, 하산 후 뒤풀이는 자율이라는 것. 그래서일까, 매번 구성원이 다르니 대화가 다르고, 분위기가 다르고, 결말(?)이 다르다. 운영진으로 매달 등산하면서도 다음 달이 기대되는 이유다. 불곰산악회의 새로운 에피소드는 지금도 쌓여가고 있다.
* 불곰산악회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