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하루는 안경 선택으로 시작된다. 안경을 고른 다음 그에 어울리는 옷과 신발을 선택한다. 외출뿐만 아니라 머리스타일과 컬러도 당시에 주로 쓰는 안경에 따라 달라진다. 동그란 안경이면 머리스타일이 동글동글해지고, 갈색 안경을 쓰면 머리색을 갈색으로 염색한다.
안경은 난시가 심한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다. 동시에 안경은 모양새와 구조만으로 미적 가치가 있다. 실용과 미적 가치를 동시에 지닌 특별한 존재라는 것.
또 안경은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지금, 안경은 주로 오프라인에서 사게 된다. 사람마다 눈의 간격, 얼굴형과 광대 모양, 귀의 높이가 다르기에 똑같은 안경도 누군가에겐 편안하지만 누군가에겐 불편해지기도 한다. 따라서 꼭 착용해보고 숙련된 전문가의 피팅으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100% 개인 맞춤 안경 구매의 이커머스화는 아득한 미래가 될 것이다.
그래서 안경점 선택이 중요하다. 안경점을 고르는 나만의 기준은? 안경사의 마음씀이라 말하고 싶다. 좋은 안경사는 외적으로 어울릴만한 제품을 추천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나의 생활 패턴이나 선호하는 옷 취향을 유심히 듣고, 보고 이를 세심히 고려해 안경을 골라준다. 안경사의 마음씀이 만족도를 좌우하는 걸 안 뒤로 내 취향을 고집하기보다는 안경사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그들이 추천하는 안경을 시착하는데 좀 더 시간을 들이고 있다.
올해 이태원에 있는 오르오르(OROR)라는 안경점에서 벨기에 브랜드 테오(Theo)의 살리나라는 안경을 샀다. ‘또한’이라는 뜻의 영어단어가 두 개 붙은 브랜드 이름답게 다양한 안경을 시착해보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안경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 빛나는 사장님의 눈빛이 구매 동기로 작용했다. 재작년에도 구입한 적 있는 테오 안경은 유니크하면서 깔끔한 쉐입과 편안한 착용감이 강점이다. 이번에 산 제품은 기존보다 좀 더 얇고 무난한 아이보리 컬러다. 겨우 한 뼘 정도의 작은 물건 속에 내 일상을 돌아보는 과정과 안경을 구입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마음씀이 가득하다.
고민과 고려사항이 많은 소비 품목이 있다는 건 내가 나를 돌보는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무엇 하나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 속 안경 하나만큼은 나를 위해 성실히 마음 쓰고 있다 생각하면 나를 소중히 여긴다고 느껴진다. 아침부터 안경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테이블을 보니 마음 한편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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