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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GING/Insight

[M Report] 시니어, 첨단기술과 함께하다

 

글 이동우 / 에이지랩코리아 대표.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센터장 역임. 다양한 분야에서 고령사회 문제를 논의하고 연구한다. 저서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 2022> 외 다수.

 


 

늙고 싶지 않은 소비자, 그들의 삶과 일상을 지원하기 위해 전 세계의 첨단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하고 편안한 삶을 위한 욕망은 기술과 서비스의 발전으로 점차 충족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대학교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RCAST, Research Center for Advanced Science and Technology)는 가상현실, IoT 등 정보 미디어 기술을 적용해 사이버 공간과 개인/사회를 융합함으로써 초고령사회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다. 사회가 받게 될 초고령화에 따른 충격을 첨단 기술의 도움으로 완화하겠다는 의지다.

이들은 초고령사회의 문제가 비단 고령자의 신체적 기능 저하 때문만이 아님을 설파한다. 고령자들은 4가지 측면의 욕구를 호소한다. 사회(Social), 개인(Personal), 심리(Mental), 신체(Physical)적 필요에 의한 욕구로 각각 ‘사회 참여의 욕구’ ‘건강하려는 욕구’ ‘삶의 보람을 찾고자 하는 욕구’ ‘행동 관련 기능 충족의 욕구’다. 즉 첨단 기술의 개발 방향은 고령자들의 4가지 욕구 측면을 골고루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

노인은 자기가 살던 집에서 거동하며 사는 수동적인 삶만을 원하지 않는다. 좀 더 건강하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활동하기를 원한다. 신체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원활히 하며 불편함이 없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해 보람과 의미를 찾고 싶어 한다. 시니어를 돕는 첨단 서비스를 살펴보자.

 

공간의 제약을 줄이는 텔레프레즌스 로봇

이용자가 로봇을 원격조종해 실제 그곳에 있는 것처럼 주위를 살피거나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텔레프레즌스 로봇 / 출처 doublerobotics.com

 

이동과 참여가 불편한 시니어들의 다양한 사회 참여를 돕는 방편 중 하나로 텔레프레즌스 로봇(telepresence robot)이 꼽힌다. 텔레프레즌스란 본인을 대신해 현장에 참여해 소통하고 공감하는 대리로봇이다. 현실 공간에 존재하는 아바타인 셈이다. 원격강의를 떠올려보자. 기존의 원격강의는 강사가 카메라를 보고 말하고 멀리 떨어진 수강생은 화면으로 강의를 시청한다. 일방통행이다. 현장감이 떨어지고 강사와 수강생 간 심리적 거리감도 생긴다. 그렇다면 강사가 마치 내 앞에 있는 것처럼 실감나게 할 수 없을까? 강사에게 반응하고 질문하며 소통할 수 없을까? 이런 개념에서 등장한 것이 텔레프레즌스 로봇이다.

이 로봇은 몸체와 연결된 디스플레이가 표정이나 몸의 움직임과 동기화되어 반응한다. 강사가 오른쪽으로 걸어가며 고개를 돌리면, 로봇도 이동하며 고개를 돌린다. 반대로 왼쪽으로 걸어가면서 정면을 응시하면, 로봇도 동일하게 움직인다. 소통하는 양자의 심리적 거리감이 줄고 의사소통 빈도도 늘어나며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실제 텔레프레즌스 강의가 끝난 다음 로봇과 기념촬영을 하려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움직임을 돕는 시니어용 모빌리티

① 기기에 앉은 채 이동할 수 있는 로뎀 ② 접거나 좌석 조절이 가능한 스마트 스쿠터 무빙라이프 ③ 휠체어에 결합해 사용할 수 있는 전동 휠 원 / 출처 tmsuk.co.jp, movinglife.com, @Ninorobotics

 

시니어를 위한 이동수단 역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일본의 실용 로보틱 솔루션 기업 테무스쿠(tmsuk)가 만든 로뎀(Rodem)은 실내 이동장치로 고령자나 보호자의 부담을 덜어주도록 설계됐다. 다리를 들거나 일어서서 올라타지 않아도 기기를 소파나 침대 등과 연결한 상태에서 손쉽게 탑승할 수 있다. 높이가 조절돼 집안에서도 앉은 채 이동하거나 활동이 가능하다.

무빙라이프(movinglife)는 스마트한 고성능 모빌리티 스쿠터다. 콤팩트한 접이식 유닛이 2개로 분리되어 운반이 쉽고 수납이 용이하다. 비행기, 택시 트렁크 등에 손쉽게 실을 수 있으며 여행가방처럼 접거나 2개의 부품으로 분리할 수 있어 휴대도 가능하다. USB 포트, 데크 보관함, 조절 가능한 좌석 등으로 편의성을 높였다. 4~5시간 충전하면 2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니노 로보틱스(Nino Robotics)는 모든 휠체어에 결합해 사용할 수 있는 전동 휠 원(one)을 선보인다. 가벼운 무게와 작은 크기로 자동차, 기차, 비행기 등에 손쉽게 수납된다. 이동이 간편한 착탈식 핸들 바와 계기판이 독보적이다. 2개의 평행한 바퀴와 센서로 가슴을 앞뒤로 움직여 제동, 전진, 후진이 된다. 이동식 핸들을 사용하면 한 손으로도 작동할 수 있다.

 

간호 로봇 소완

일본에서 실제 보급 중인 간호 로봇 소완. 임대 형식으로 비용은 월 66만원 정도다. / 출처 tmsuk.co.jp

 

보통 요양원에서는 한 명의 간병인이 3명 이상의 노인 환자를 전담한다.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간병 서비스를 받고 싶은 시니어 역시 큰돈을 들여 사람을 고용하기가 쉽지 않다. 중대한 질병이 아니라면 위급상황이 자주 생기지는 않아 누군가 지켜보다가 위급상황에만 도움을 줘도 충분하다. 고령자 입장에서도 간병인과 온종일 같이 지내는 쪽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일본에서는 실제 로봇이 활약하고 있다. 간호 로봇 소완(Sowan)이 주인공이다. 사람이라면 24시간 잠도 자지 않고 누군가를 지켜보는 게 불가능하다. 한눈을 판 사이에 환자 상태가 나빠지면 낭패다. 개인적인 볼일을 보다가 위급상황에 당장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차선책으로 집안 곳곳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지만, 고령자의 프라이버시가 무시된다. 낙상하기 쉽다고 화장실에까지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곤란한 노릇이다. 게다가 감시카메라 역시 누군가 계속 지켜봐야만 위기상황을 감지할 수 있다.

간호 로봇은 다르다. 소완은 긴급할 때 언제든 달려온다. 그러나 개인을 따라다니며 일일이 감시하지는 않는다. 평소에는 한 곳에 얌전히 서 있다가 고령자에게 무슨 일이 생길 때만 작동한다. 고령자는 손목에 맥박 등을 측정하는 장치만 착용하면 된다. 맥박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 위급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소완이 작동한다.

소완은 이마에 카메라가 있어 비상시에 보호자나 자녀에게 알리고 카메라로 고령자를 비춰 현재 상태를 전송해준다. 보호자는 태블릿으로 고령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연결된 마이크로 대화할 수도 있다. 반대로 고령자가 소완을 통해 직원을 호출해 요청사항 등을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가상현실 기술

(위) 시니어들이 주택을 쉽게 둘러볼 수 있는 VR 기술 (아래)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여러 사람을 연결해주는 VR 애플리케이션 알코브 / 출처 arnoldimaging.com, alcovevr.com

 

여러 집을 둘러보고 선택해야 하는 이사는 시니어에게 큰 고역이다. 이에 미국의 클로버우드 시니어 리빙은 시니어들이 주택을 쉽게 둘러볼 수 있도록 가상현실 기능을 적용했다. VR을 통해 몰입감 넘치는 하우스 투어에 참여할 수 있으며 새로운 집에 사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는 미국 전체 인구의 16%를 차지한다. 2030년이 되면 모든 베이비부머 세대가 65세에 도달하게 된다. 클로버우드는 몰입형 VR을 향후 은퇴 세대의 일상생활에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가상현실이 고령자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며 영향력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분석이다.

미국은퇴자협회 혁신연구소(Innovation Labs)는 가족 등의 사회적 연결에 중점을 둔 VR 애플리케이션 알코브(Alcove)를 개발했다. 노인에게 인지자극과 사회화를 제공하는 가상현실 플랫폼 스타트업 렌더버와의 협업으로 만든 알코브는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 구성원을 연결해준다. 또한 비용이나 시간 혹은 이동상의 제약 등으로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장소, 활동을 제공한다. VR을 통해 추억의 공간이나 옛 기억을 소환함으로써 활성화하는 ‘회상적 치료’는 효과가 뛰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체험을 목표로 하는 VR은 운동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시니어를 위한 첨단 의류

 

도쿄대학교 벤처기업 제노마(Xenoma)는 PCF(Printed Circuit Fabric) 즉 전자회로기판섬유 부문에서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시니어를 위해 전기가 통하는 옷을 만들었다. 도체이며 고무처럼 늘어나고 종이처럼 구겨지는 성장전도체 소재의 옷이다. 이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잠옷인 e-스킨 파자마(e-skin Sleep & Lounge)는 착용한 사람의 수면과 활동을 모니터링한다. 옷 자체가 회로로 만들어져 있어 신체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이 제노마가 선보이는 스마트 의류의 핵심기술로 2020년 1월, 세계적 IT 박람회인 CES2020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e-스킨 파자마의 외관은 평범하지만 배 부분에 띠 모양의 회로가 들어있고 주머니 속 통신장치와 연결돼 있다. 입으면 심박, 체온, 혈압이 자동으로 측정된다. 신체 신호를 통해 착용자의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다. 어떻게 자는지도 인지된다.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자이로센서 기능으로 누운 자세나 앉은 자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쓰러져 있다면 정확한 위치도 파악할 수 있다. 침대나 바닥에 설치하는 센서는 다양하게 개발됐지만 입는 센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e-스킨 파자마의 신호를 외부 장치로 보낼 수 있으며 카메라 같은 감시기능이 아니기 때문에 착용자의 프라이버시도 보호한다. 가정 내 가전과 연계해 체온에 따라 냉온 관련 설비를 자동으로 가동하는 등 활용 범위가 매우 다양하다. 이를 파자마뿐만 아니라 평상복에 장착하면 시장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일상적인 활동 로그를 감지하고 질병의 전조를 찾아낼 뿐만 아니라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개발되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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