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SIDE/Story

[CD ROOM] #6. 크리에이티브솔루션 2본부 김수진CⓔM

 


모든 후배들의

역량을 발견할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현장을 사랑했던 CD는 이제 더 많은 팀원을 이끄는 2년 차 본부장이 됐다. 후배들을 향한 애정과 변치 않는 광고 사랑으로 조직을 이끌어가는 김수진 CⓔM과 함께한 어느 오후의 티타임.

 

 

 

 

 

 

 

Q.어떤 일을 하시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홍기획 크리에이티브솔루션 2본부의 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본부에 소속된 5개 팀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요. CD로 일할 때보다는 상대적으로 전반적인 제작물의 퀄리티와 관리 등에 조금 더 비중이 실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광고와의 인연은 어떻게 맺게 되셨나요?

 

​제 첫 직장은 대기업 홍보팀이었어요. 아무래도 대기업은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보다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를 키우는 곳이잖아요. 순환보직을 해온 선배들을 보면서 나의 10년 후를 고민해봤는데, 좀 더 전문가다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재미있어 보이기도 하고, 전문가로 경력을 쌓아갈 수 있는 분야일 거라는 생각에 2000년부터 광고업계로 이직했습니다. 몇몇 회사를 거친 후 2006년에 대홍기획 입사를 하게 됐고요.

 

 

 

Q.광고 일을 시작해보니 어떠셨나요?

 

막연히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을 때보다, 직접 하면서 느낀 재미가 훨씬컸어요. 물론 고된 일도 많았지만 이렇게 오래 광고 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연애가 좋은 것과 비슷한 거 같아요. 어떤 사람을 만나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이 살아온 세상을 깊숙이 알게 되잖아요.

광고를 만들 때도 해당 브랜드와 연애하는 감정을 갖게 되더라고요. 궁금하고 설레기도 하고, 때로는 밉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되죠. 광고업을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감정과 많은 세상, 제품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Q.지난해부터는 본부장직을 맡고 계신데요. CD로 일하실 때와 많은 차이가 있을 거 같아요. 어떤 부분을 가장 염두에 두고 본부 관리를 하시나요?

 

본부장은 직접 뭔가를 만들어내기보다는 필드에서 뛰는 CD와 팀원들이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독려하고 가이드하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제 본부장 2년 차라서 사실 잘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어요(웃음).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이게 맞는 건가 늘 고민이에요. 특히 본부장으로서 팀원들에게 장기적인 비전과 모티베이션을 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제의 생각이 다르고 오늘의 생각이 달라서 아직은 고민 중입니다(웃음).

그리고 저는 모든 팀원이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믿어요. 저마다의 자질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제 역할이고요. 조직의 목표를 향해가면서도 팀원이 평준화되고 유형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 모두가 자신이 가진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제작현장과 멀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으셨을 거 같아요.

 

그럼요, 아쉽죠. 편집실과 촬영장에 나가는 걸 참 좋아했거든요.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남들 눈에는 중요해 보이지 않을 수 있는 디테일 하나를 위해 열정을 다하는 순간에 느껴지는 감동이 있어요. ‘일하고 있구나’ , ‘살아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죠. 예전만큼 현장에자주 나갈 수는 없어서 그런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있어요.

​그래도 다른 좋은 점들이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많아진 게 좋아요. 왜, 아버지들이 여러 자식과 손자들이 모여서 밥 먹을 때 되게 흐뭇해하시잖아요. 그 기분을 알 거 같아요(웃음). 팀원들 사이에 의견 충돌이 있으면 속상하고 뭔가를 맛있게 먹는 걸 보면 기분이 좋고. 후배들이 오글오글 모여있는 걸 볼 때의 행복감이 있어요.

 

 

 

Q.여러 팀원과 함께 일하려면 세대 간 소통도 중요한 숙제일 거 같아요. 젊은 직원들에 대한 이해와 접근은 어떻게 하시는 편인가요?

 

절대 이해할 수 없어요. 그냥 다른 종족이에요(웃음). 윗세대도 아래 세대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기대를 빨리 버리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기본적으로 워라밸에 대한 기대치부터 많은 부분이 다른 게 사실이고, 그런 후배들이 선배의 가치관을 이해하는 건 무리예요. 선배들 역시 후배들을 이해하기 어렵고요. 불가능한 이해를 강요하면서 입을 닫게 하기보다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이 조직에 긍정적으로 쓰이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려운 문제지만 억지로 섞어 하나의 색으로 혼합하는 게 아니라, 공존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죠.

 

 

 

Q.그래도 후배들을 대하거나 면접을 보실 때 ‘광고인으로서 좋은 자질을 갖고 있구나’라는 확신이 들 때가 있을 거 같아요.

 

저는 무엇보다도 잘 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면접을 보거나 OT를 받을 때 보면 이 사람이 얼마나 몰입해서 듣는지가 보이거든요. 이건 매우 중요한 자질이에요. 광고를 만들려면 광고주와 직접 소통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캐치하는 눈치가 필요한데, 이 눈치는 듣기를 잘하는 사람이 가진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리고 요즘은 채용을 할 때 포트폴리오를 기획안 형태로 제출하는데, 이때는 이전 회사에서 한 프로젝트의 규모나 인지도보다는 기획안 자체를 더 중요하게 봐요. 안타깝지만 본인이 속한 회사나 담당한 프로젝트에 따라 좋은 결과물을 내세우기 어려울 수 있겠죠. 하지만 이걸 어떻게 꿰어서 기획안을 썼느냐에 따라 콘셉트를 잡고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역량이 어느 정도 보이더라고요.

 

 

 

 

 

 

Q.후배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느껴지는데, 후배들에게 어떤 선배이고 싶다는 바람이 있으신가요?

 

저에게 많이 의지해줬으면 좋겠어요. ‘얘기한다고 달라지겠어?’라는 생각으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경우들이 있는 거 같아요. 저에게만 그런 게 아니라 많은 후배들이 선배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걸 어려워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도, 다른 선배들도 후배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웃음) 힘이 있을 수도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개인적인 어려움이든 회사생활에서의 고민이든 어려움이 있을 때는 찾아가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해줬으면 합니다.

 

 

 

Q.얘기가 나온 김에 후배들에게 더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기죽지 마라, 어떠한 순간에도. 이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광고는 분명한 목적이 있는 일이에요. 설득이든 주장이든, 카피를 쓰는 사람이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든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광고를 만들어야 하고 사람을 설득해야 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주눅 들거나 자신감이 없으면 안 돼요. 나는 훌륭하고, 이 일을 할 수 있고, 이 브랜드를 사랑한다는 마인드를 가졌으면 해요. 때로는 치이고 힘들더라도, 주눅 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Q.처음 광고 일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점과 반대로 변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일단 광고에 대한 애정은 별로 바뀌지 않았어요. 여전히 저에게 즐거운 일이고, 이 일이 직업이라서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좋은 광고에 대한 판단 기준은 계속 바뀌는 거 같아요. 연차가 낮을 때는 크리에이티브가 반짝거리는 광고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비록 크리에이티브는 조금 부족할지라도, 원하는 목적을 달성한 광고라면 충분히 좋은 광고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요.

특히 요즘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처럼 광고 매체와 방법이 매우 다양하고 특성도 다르잖아요. 이런 환경에서 단순히 크리에이티브한 광고가 좋은 광고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이 들더라고요. 광고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지향점을 갖고 광고를 만들어야 할지는 늘 고민하는 부분이고, 동시에 계속 바뀔 수밖에 없는 부분이에요.

 

 

 

Q.오랫동안 꾸준히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디에 있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새로운 자극이 계속 주어진다는 점 아닐까 싶어요. 어쨌거나 광고는 시작과 끝이 있는 일이고, 지칠 때쯤 새로운 일이 주어지잖아요. 일의 과정은 반복적일 수 있지만 주어지는 일이 늘 새롭기 때문에, 그 새로움을 즐기면서 오랫동안 일할 수 있었던거 같아요. 결국 맡은 광고의 규모가 크든 작든, 유명하든 아니든 순간의 즐거움을 소중하게 여기고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이 일을 오래 하더라고요.

 

 

 

Q.마지막으로 직장인으로서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최종 목표는 아직 찾고 있는 중입니다(웃음). 그저 ‘광고인으로 일하는 네가 좋아?’ ‘일하는 네가 만족스러워?’라고 제 자신에게 물었을 때 그 대답이 ‘YES’인 한에서 즐겁게 하고 싶어요. 지금은 그게 목표예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