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공감’하는 광고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조서림 CⓔM
팀장 1년 차인 조서림 CⓔM은 요즘 ‘취향’과 ‘공감’이라는 단어를 많이 생각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취향 속에서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대홍기획에는 어떻게 입사하게 되셨나요?
2005년 대학 졸업 직전에 공채로 입사해 지금까지 쭉 일했어요. 솔직히 처음부터 광고인이 되겠다는 꿈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제가 신문방송학과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는데, 그냥 열심히 수업 들으며 대학생활을 하다가 졸업 때쯤 보니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재미있어 보이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대홍기획에 지원했는데, 당시에는 카피 쓰기와 썸네일 그리기 등으로 실기시험을 봤어요. 광고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시험을 치러서 별 기대하지 않았는데, 덜컥 합격해서 저도 깜짝 놀랐죠(웃음). 나중에 심사하셨던 CD님들께 들어보니, 기성 광고를 흉내 내지 않은 점이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오히려 신선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운 좋게 입사했습니다.
Q.입사 후 실제로 겪은 광고인으로서의 삶은 어땠나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저는 입사 1년 차 때 일하는 게 가장 즐거웠어요. 학교 때 광고 동아리 활동을 했거나 광고계 취업을 오랫동안 준비한 경우에는 이미 경험해본 것도 많고 기대치도 높아서, 막상 현실을 겪으면 실망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신방과에서 이론만 배웠지 현장 경험이 없다 보니 모든 게 새롭고 재미있더라고요. 이렇게 재미있게 일하며 돈을 벌 수도 있구나 싶을 정도였어요(웃음).
Q.팀장이 된 요즘은 어떠신가요? 신입사원 때와는 일을 대하는 태도나 고민하는 지점이 많이 달라졌을 거 같아요.
이전에는 카피를 쓰고 아이디어 내는 게 주된 업무였다면, 이제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자리라는 점이 가장 다른 거 같아요. 광고는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광고주 요구나 시장 상황 등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한다고 해도, 결국 취향이라는 문제가 남거든요. 광고주의 취향부터 팀원 각자의 취향, 저의 취향… 그리고 소비자의 취향까지요. 다양한 취향 속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많아요.
Q.그렇다면 다양하게 부딪히는 취향 속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JCD님만의 기준이 있나요?
팀장이 된 후에 제 머릿속을 계속 맴도는 단어가 취향, 그리고 공감이에요. 여러 취향 중에서 가장 좋은 답을 찾아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선은 팀원들의 공감이 중요하죠. 아이디어를 취합하고 의사결정하는 과정에서 공감하지 못하는 팀원이 있으면 안되니까요. 나아가 기획팀과 광고주, 그리고 소비자까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광고를 만들어야 하고요.
Q.현재 담당하는 광고에 관한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팀장이 된 한국관광공사, 이브자리, 쿠쿠 등의 광고를 제작하고 있어요. 저희 팀이 담당하는 광고들의 특징은 생활에 가까이 맞닿아 있는 제품이 많다는 거예요. 가전제품과 침구류를 말할 것도 없고, 한국관광공사도 멀리 떠나는 해외여행이 아닌 국내여행을 홍보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브랜드에 접근하고 아이디어를 내기를 어렵지 않은데, 그만큼 그 안에서 날을 더 세워야 하죠. 특히 한국관광공사 광고의 경우에는 촬영 기간만 2박 3일씩 되는데, 밤샘 촬영 외에 이렇게 외박을 하며 촬영하는 건 처음이에요. 팔도 여행지를 고르게 분배하다 보니 짧은 시간에 전국을 돌며 강행군을 해요. 또 여행 광고는 계절을 앞서 촬영하니까 벚꽃이 피기 전에 벚꽃 영상을 만들기 위해 꽃잎을 붙이거나 그래픽 작업을 해야하는 등의 애로사항이 있죠(웃음). 그래도 그 동안 해보지 못했던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하고 있어요. 최근 가을 여행편 때는 싱싱한 갈치를 담기 위해서 생전 처음 갈치 낚시를 하기도 했고요.
Q.카피라이터 출신이신데요. JCD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카피의 기준은 뭔가요?
의사결정할 때와 마찬가지로, 카피 역시 공감할 수 있는 카피가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그냥 예쁜 말, 멋있는 말이 아니라 해당 브랜드나 제품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문구를 만들어내야죠. 그걸 위해서는 먼저 카피라이터가 광고주의 입장에 공감해야 해요. ‘멋있는 한 줄을 남기겠어’라는 카피라이터의 욕심만으로 귀를 닫고 쓴 카피가 아니라, 광고주의 상황이나 마케팅 목표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마케팅 솔루션으로서 내놓은 카피, 그를 통해 소비자까지 공감하게 만들 수 있는 게 좋은 카피인 거 같습니다.
Q.제작하신 카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카피는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한국관광공사 올해 슬로건인 ‘여행이 있어 특별한 보통날’이라는 카피가 생각나네요. 기획팀과 회의를 하면서, 국내여행 만족도가 낮은 이유 중 하나가 거의 주말에 여행을 가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집중했어요. 길게 휴가를 내서 가는 해외여행과 달리, 국내여행은 보통 주말에 가다 보니 어딜 가도 차가 막히고 사람도 많잖아요. 자연히 만족도도 낮아지죠. 그래서 ‘특별한 보통날’이라는 카피를 통해 평범한 평일을 특별하게 만들어보자는 의미를 담게 됐어요. 느낌적인 면에서도 여행이 주는 감성이 잘 표현된 것 같아서 만족합니다. 제 취향일 수도 있지만요(웃음).
Q.평소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 편이신가요?
드라마나 영화부터 일상 대화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말 등 모든 걸 메모하는 편이에요. 컴퓨터 파일에 기록해뒀다가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읽어보곤 하죠. 그런데 요즘 영감을 가장 많이 주는 존재는 바로 아이예요. 지금 초등학교 1학년인데, 아이가 한 말에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할 때가 많아요. 아이가 요즘 피아노를 배우는데 하루는 8분 음표를 그려놓고서는, 음표 2개가 친구인데 서로 너무 사이좋게 지내서 신이 둘을 연결해준 거라는 글을 써놨더라고요. 그런 아이의 글을 보거나 얘기를 들으면서 많은 영감과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Q.대홍기획에서 보낸 14년의 시간을 되돌아봤을 때, 어떤 광고인으로 성장한 거 같다는 소회를 말씀해주신다면
저는 일하면서 제 카피가 조근조근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어요. 연차가 쌓여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됐을 때도 조근조근하게 설명한다는 평을 들었고요. 당시에는 내 카피에 임팩트가 없는 건가 싶었고,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고 여겼어요. 그런데 요즘은 그게 저만의 색이 아닐까 싶어요. 톡톡 튀고 강한 아이디어를 내거나 화려한 쇼맨십으로 프레젠테이션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조근조근하게 설명하고 광고를 풀어가는 스타일인 거죠.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자신만의 색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특히 트렌드를 잘 읽고 캐치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강점이 될 수 있던 예전과 달리, 요즘처럼 정보가 많은 시대에는 그 안에서 자기만의 것을 찾아내는 게 더욱 중요해요. SNS 등에도 워낙 좋은 콘텐츠가 많고 크리에이티브한 비전문가도 많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뚜렷한 자신만의 색깔을 찾고 발전시켜나갔으면 해요.
Q.JCD님이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나 바람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꼰대가 되지 않은 게 꿈이에요(웃음). 친구들과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어느 날 갑자기 꼰대가 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우리는 어쩌면 하루에 1%씩 꼰대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고요(웃음). 너무 어려운 일이지만, 후배들이 어려워하는 선배가 아니라 편하게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JCD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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