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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데이터플래닝센터 강승혜 CⓔM
작년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NFT는 모든 이슈 위에 있는 키워드였다. 영국 콜린스 사전은 지난 한 해 동안 ‘NFT’라는 단어의 사용량이 11,000% 증가했다며 ‘NFT’를 2021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그러나 올 초 열광에 가까웠던 NFT에 대한 관심과 반응이 한풀 꺾인 것처럼 보인다. 상반기에 테라·루나 사태로 블록체인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고조된 탓도 있을 거고, 경제와 국제 정세 관련 뉴스가 그 화제성을 가져간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NFT 시장의 시가 총액은 다시 회복되는 추세다. 혹자는 “현재는 NFT가 1.0에서 2.0으로 전환되고 있는 시기다. NFT 1.0이 디지털 수집품으로서의 가치 증명 시기였다면, NFT 2.0은 희소성에 바탕을 둔 단순 거래 가치를 넘어서 팬덤과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연결하면서 NFT의 사용 가치를 확인해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이제 와서야 NFT에 대해 단순히 화제성을 노리거나 투기적 마인드로 들어온 주체들은 다소 걸러져 나가고 NFT의 진정한 가치와 활용 방안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쓰임새를 찾아나가는 상황으로 보인다.
따라서 아직도 NFT를 이해할 수 없는 광증의 대상이나 알 수 없는 메커니즘의 산물이라고 여긴다면 생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또한 마케팅 신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잘 따라가기 위해서 NFT의 가치 형성 메커니즘과 1편에서 언급한 커뮤니티와 팬덤이 대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개념은 물론 실용적 활용 사례들을 충분히 이해해 둘 것을 권한다.
웹2.0 시대의 산물, 디지털 커뮤니티
NFT의 실질적인 가치와 실용적인 활용 사례를 살펴보기에 앞서 디지털 커뮤니티의 태동과 그것이 우리의 삶과 소비에 갖는 의미를 다시 한번 짚을 필요가 있다.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웹2.0 시대는 ‘읽기’에 ‘쓰기’까지 가능해진 웹으로, SNS나 메신저 등 사용자의 참여와 상호 소통이 가능해진 것이 특징이며 디지털 커뮤니티는 바로 웹2.0 시대의 산물이다. 지금은 온갖 다양한 관심사에 따라 카페나 익명 커뮤니티에 사람들이 모이고 SNS의 해시태그나 팔로우를 통해 자유롭게 정보를 교환하고 의견을 모으는 일이 너무나 자연스럽지만, 불과 20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은 플랫폼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들(카카오톡, 네이버 메일과 카페, 유튜브 영상 시청 등)을 무료로 이용하는 대가로 자신의 정보와 데이터를 자연스럽게 플랫폼에 제공하게 된다. 이들 사용자의 데이터를 활용해서 수익을 얻는 비즈니스 모델을 다양하게 만들어냈고 권력과 부를 독점해 거대해진 것이 오늘날의 상황이다.
NFT는 웹3.0 기반 탈중앙화 구상에서 출발
그렇게 거대화 된 플랫폼에 대한 반발이 웹3.0이 태동하는 근간이 됐다. 중앙의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개개인이 맺은 규약(Protocol)에 의해 운영되는 웹, ‘탈 중앙화’의 구상이 바로 그것이다. 2022년 10월 15일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로 중앙화 된 플랫폼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전 국민이 체감했다. 중앙화 된 플랫폼이 데이터를 저장해 둔 중앙 서버가 손상되면 그 정보와 데이터에 연결된 모든 서비스가 정지되고 마비돼 버린다. 이 경험을 토대로 보면 웹3.0이 제안하는 ‘중앙 서버를 두지 않고 분산 저장을 통해 사용자와 생산자가 토큰(Token)을 기반으로 공동 소유하는 인터넷’이란 어떤 의미인지 쉽게 알 수 있다. NFT는 그러한 웹3.0의 맥락 위에 있는 기술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이기에 탈중앙화 된 웹에서 어딘가 중앙 서버에 저장해 두지 않더라도 변하지 않는 인증과 증명의 기능을 한다.
NFT의 가치 형성 메커니즘과 커뮤니티
초기 NFT는 디지털 아트나 프로필 이미지 형태를 주로 취했고 어마어마한 가격과 더 놀라운 가격 상승이 뉴스를 통해 회자되기 시작했다. 상식적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쁘지도 않고 딱히 쓸 데도 없어 보이며 소유권 인증 수단이라고는 하지만 우클릭하면 저장 가능한 디지털 이미지 같은 것을 왜 저리 비싼 돈을 주고 사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쉽다. 원하는 사람, 즉 수요가 있으면 팔리게 마련이고 수요가 많으면 가치는 올라가는 법이다.
결국 수요가 NFT를 만들었다. 극명한 사례를 확인해보자. 모두들 잘 아는 BAYC 원숭이 NFT가 있다. 또 트위터 설립자 잭 도시가 2006년 트위터를 개설하고 처음으로 올린 트윗의 NFT가 있다. 전자는 승승장구하고 후자는 1년 후 35억에서 1천만 원 이하로 완전히 ‘떡락’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BAYC 원숭이 이미지가 특별히 예술성이 있거나 더 의미가 있어서일까? 그렇지 않다. 그저 추종하는 세력, 즉 그 NFT가 가치 있다고 보는 커뮤니티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가치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무리, 커뮤니티
어떤 재화나 서비스에 절대적 가치란 없다. 그것이 필요하거나 가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무리(커뮤니티)가 가치 있다고 하면 있는 것이다. 화폐 시스템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종이에 컬러와 숫자로 여러 기호와 이미지를 인쇄하고 그것이 가치 있다고 믿는다. 그걸 믿는 우리는 지폐에 돈이라는 가치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무리인 것이다.
한정판 스니커즈의 리셀가 형성 메커니즘에 빗대 보면 한층 이해가 쉬워진다. 이 나이키 스니커즈의 실물 가격은 20여 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스니커즈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스트릿 씬의 히스토리나 스니커즈계에서 이 신발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문화적 가치를 이해하고 거기에 공감한다. 그들에게는 웃돈을 지불해서라도 살만한 탐나는 물건이겠지만 이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가치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시장이 과열되면 수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투기 세력도 합세하게 돼 정가보다 높은 리셀가가 형성된다. 결국 문화적 가치, 이 스니커즈가 의미 있다고 믿는 무리가 공감하는 그 가치가 높은 가격의 이유(Why)가 된다.
이를 NFT에 대입해보면 NFT에 가치가 생기기 위해서는 무엇(What)을 NFT로 발행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이유(Why)가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또 그 이유를 믿는 사람들이 보다 많이, 보다 견고하게 집단화, 즉 ‘커뮤니티’가 형성되어야 한다. 여기서 사람들이 가치를 믿게 할 Why를 설계하고 납득시키는 작업이 곧 브랜딩과 커뮤니케이션이다.
올 초만 해도 많은 기업이 앞다퉈 NFT를 먼저 발행하는 것만 생각했지만 지금은 국면이 달라지고 있다. 사실은 무엇(What)을 발행하느냐 보다 그걸 누가, 왜 사야 하는지, 누구에게, 왜 가치가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NFT를 매개로 ‘Why’가 명확한 커뮤니티형 비즈니스의 등장
최근 뉴스에 나오는 NFT 비즈니스 사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케 한다. 상반기만 해도 단순히 NFT를 발행하고 흥행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다. 흥행하고 난 후 그다음이 없는 일회성 프로모션처럼 여기는 움직임도 있었다. 그러한 경험의 시간이 지나가고 논란과 회의의 바람이 또 한 차례 지나가고 난 뒤 이제는 실질적인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시점이다. 특히 아직까지 강력한 커뮤니티를 만들지 못한 기업들은 NFT에 실물 가치를 연결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아예 모바일 쿠폰의 형태로 실물 교환의 가치를 담거나, NFT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장기적으로 브랜드 커뮤니티를 만들어 갈 씨앗으로 브랜드 멤버십 형태를 취하며 해당 브랜드와 관련된 상품이나 할인 혹은 특정 권한을 제공하는 것은 요즘 가장 많은 NFT 비즈니스 유형 중 하나다. 해외에는 기업이 개입하지 않고 NFT 홀더들이 모여 자신들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공동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함께 투자하고 투명하게 수익을 배분하는 글로벌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탈중앙 자율 조직) 사례도 있다.
이 모든 사례를 통해 알아야 할 핵심은 NFT는 수단이며 매개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비즈니스가 될 수 있는 씨앗은 어떤 목적으로든 모여서 결속을 이룬 커뮤니티로부터 나오고, 비즈니스는 커뮤니티가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려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그리고 이를 보다 편리하고 투명하게 실현하기 위해 NFT라는 기술의 혁신성을 이용할 뿐이다. NFT는 변하지 않는다는 특성과 더불어 스마트 컨트랙트를 담을 수 있는 토큰으로서 단순 인증이나 증명을 넘어서 의결, 보호, 거래, 배당 등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매개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입장권, NFT
실질적으로 NFT와 관련해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과연 탈중앙화가 가능한 것인지, 그저 이상에 불과하지 않은지 하는 생각이 고개를 쳐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웹3.0은 그저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일찌감치 제기되면서 ‘탈중앙화’가 아니라 ‘재중앙화’라는 반론이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진짜 인증이나 증명의 수단이 되려면 그 자체의 변경이 불가능할 뿐 거래는 얼마든지 가능한 NFT가 아니라, 한번 소유권을 얻으면 즉 누군가에게 귀속되면 다시는 거래가 불가능한 SBT(Soul Bound Token)가 필요한 건 아닌지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물론 새로운 세상으로 이행하는 과도기에는 필요한 것이 뭔지, 지금 보는 이것이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지 논란이 많은 것이 당연하다. NFT 역시 그런 시기에 놓여있고 열광에서 논란과 실망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온건하고 실용적인 논의의 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NFT는 여전히 용도도 방향도 특정되지 않았기에 상상의 나래를 펼칠 여지는 너무나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NFT는 어쩌면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입장권이 아닐까라는 화두를 던져본다. 공통의 관심사를 구심점으로 강력하게 결속한 연대로서의 커뮤니티,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가 비즈니스화 되면 소유나 투자의 증명, 수익의 배당, 보호와 거래의 과정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그런데 이 새로운 기술은 아마도 그러한 과정을 좀 더 투명하게 혹은 더 재미있거나 더 창의적으로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많은 새로운 기술이 그랬듯 결국 시장에서 채택되지 않으면 사장되겠지만, 결국 일어날 일은 일어날 것이고 새로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변화만이 상수(常數)인 시대라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즐겁게 이 과정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겠다. 선택은 그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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