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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GING/d-Issue

MZ의 지갑을 여는 브랜드의 네 가지 비밀

 

글 이주영 / 남성 패션 매거진 <아레나옴므플러스> 편집장

 


 

이제 MZ세대가 소비의 핵심임은 명약관화하다. 그들은 과연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춰 소비할까? 그런 그들이 선택하고 열광하는 브랜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MZ세대의 특성과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 비추어 꼽아 본 새 시대, 새 소비자의 핵심 요소들.

 

소비의 양극화: ‘모’ 아니면 ‘도’

소비자들의 선택은 점차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패션 산업에서는 예로부터 캐주얼 브랜드는 청소년 및 대학생 정도의 계층을 타깃으로 삼았고, 로컬 여성 및 남성 브랜드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했으며,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하우스 브랜드는 경제적 부유층, 즉 VIP 소비자 군에 집중했다. 어느 순간부터 이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졌다. 그러니까 어중간한 입지를 점한 브랜드는 점차 고전하게 됐다는 의미다. 실례로 가성비와 가심비 모두를 추구하는 소비자에게 유니클로는 여전히 호황을 맞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유니클로를 소비하는 이들이 디올, 루이비통, 구찌 등의 하우스 브랜드 소비자와 겹치고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MZ세대로 대변되는 현대 주요 소비자층은 이렇게 위아래를 자유롭게 오간다. 정작 필요한 건 어떻게든 싸게 구매하려 노력하고 그렇게 적립된 기타 비용은 ‘플렉스’라는 명제 하에 명품 구매로 이어진다. 경기 침체, 경제 불황이 점차 현실화되면서 이 같은 극단화 현상은 더욱 명징하게 도출되고 있다.

 

컬래버레이션: 각기 다른 취향의 조화

‘콜라보’라는 명목 하에 소개되는 제품들은 MZ세대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스포츠 브랜드가 있다. 나이키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떠오르는 디자이너 및 아티스트들과 협업한다. 아디다스도 마찬가지다. 칸예 웨스트, 빌리 아일리시, 트래비스 스캇 등과 같은 뮤지션은 물론 웨일스 보너, 앰부시, 크레이그 그린 등 혜성같이 떠오르는(자신들의 브랜드를 전개하는) 디자이너들과도 협업한다. 이 협업의 장점은 그들의 브랜드 네임을 조금이나마 저렴하게 획득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위에서 언급한 유니클로도 마찬가지다. 크리스토퍼 르메르라는 유명 디자이너와 손잡고 꾸준히 협업 제품을 내놓는다. 때로는 질 샌더, JW 앤더슨 등과도 손을 잡는다.

 

 

이와 반대 현상도 있는데, 루이비통이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과 협업한 경우다. 이와 같은 협업은 슈프림 가격이 아니라 명품 가격으로 책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렸다. 최근 슈프림만큼 명성을 가진 팔라스 스케이트보드가 구찌와의 협업을 발표하기도 했다. 물론 구찌 가격으로 구매해야 한다. 그래도 분명 순식간에 품절될 게 자명하다. 아디다스와 손잡은 구찌, 발렌시아가의 협업 역시 세간에 화제를 모으고 있으니 바야흐로 극과 극의 협업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단 패션 산업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협업은 영역을 허물며 다양한 소비재 산업 전체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길거리 패션: 스트리트 브랜드의 환골탈태

제리 로렌조라는 디자이너가 이끄는 ‘피어 오브 갓(Fear of God)’이란 브랜드가 있다. 스웨트 팬츠 한 벌에 100만원 정도 한다. 뮤지션 출신의 마이크 아미리가 선보이는 브랜드 ‘아미리(AMIRI)’는 로큰롤 스피릿을 주창하며 MZ세대 소비자에게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다. 아미리의 제품 역시 범접하기 쉽지 않은 가격대다. 디자이너 루이지 빌라세뇨르가 키를 잡고 있는 브랜드 ‘루드(Rhude)’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LA 기반의 브랜드 ‘갤러리 디파트먼트(GALLERY DEPT.)도 각광받는다. 이들의 첫출발은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주로 내놓는 티셔츠, 스웨트 티셔츠, 스웨트 팬츠, 점퍼 등이었다. 그러니까 슈프림, 팔라스 스케이트보드 등과 별다를 바 없는 스트리트 패션이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차원이 다른 건 가격에서다. 디자이너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표출하면서 기존 명품, 즉 하우스 브랜드에 버금가는 가격대를 책정했다. 불티나게 팔렸다. 이른바 스트리트 기반 브랜드들의 환골탈태다.

 

(위부터 시계 방향) 피어 오브 갓, 루드, 아미리 / 출처 @fearofgod, @rhude, @amiri

 

사실 스트리트 브랜드의 성장은 명품 브랜드가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층을 확장하기 위해 스트리트 브랜드의 전략을 포용한 것에서 기인한다. 앞서 버질 아블로가 이끌던 루이비통과 슈프림의 협업을 말하지 않았던가! 이 시점부터 ‘명품’ 스트리트 브랜드에 대한 주목도가 더 높아졌다. MZ세대가 고가 스트리트 브랜드에 주목하면서 기존(가격대가 적절한) 스트리트 브랜드의 위상도 더 높아졌다. 여기에서도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발생한다. 온라인 커머스 ‘무신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국내 브랜드들, 그러니까 ‘디스이즈네버댓’ ‘커버낫’ ‘널디’ 등과 같은(해외 스트리트 브랜드에 비해 비교적 가격이 낮은) 브랜드도 굉장히 잘 팔린다. 심지어 해외 유수 브랜드가 디스이즈네버댓과의 협업을 원하기까지 한다. 이제 스트리트 패션은 단순히 청소년들의 길거리 스타일이 아니다. 셀린느, 디올, 루이비통, 구찌 등의 해외 명품 브랜드의 제품 중 품절 사태를 일으키는 대다수가 스트리트 스타일을 내세웠다.

 

빈티지: 자연적 낡음과 의도적 훼손 사이

MZ세대에게 각광받는 스니커즈 브랜드 중 ‘골든구스’가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인기 있는 슈퍼스타나 볼스타 같은 제품은 60~80만원 대를 오간다. 심지어 의도적인 빈티지를 구사해 낡아 보인다. 그럼에도 굉장히 잘 팔린다. 매장에 가보면 그 낡음을 직접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아티잔이라 불리는 직원에게 요청하면 새 스니커즈를 그라인더에 갖다 대 의도적 훼손을 가한다. 이런 부분이 취향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어필한 게 아닐까 싶다. 굉장히 낡아 보이는데, 동시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제품이라는 의미가 긍정적으로 투영됐기 때문이다.

 

출처 / balenciaga.com

 

의도적으로 낡아 보이는 변용을 통해 주목받는 브랜드는 또 있다. 명품 중에서는 발렌시아가가 대표적이다. 발렌시아가는 꽤나 파격적 행보로 MZ세대를 열광케 한다. 쓰레기 통에서 주운 듯 더러운 스니커즈, 포장 테이프를 칭칭 동여맨 가방, 심지어 감자칩 비닐봉투를 연상케 하는 클러치 등. MZ세대 소비자의 가장 큰 특징은 ‘취향’이다. 이들은 자신의 취향에 부합하는 것이면 아무리 비싸도 손에 넣고야 마는 습성이 있다. 발렌시아가는 그런 취향에 꽤 부합한 모양새다. 사실 업계에서는 ‘뜯어지고 헤진 것’이 더 비쌀 수밖에 없다고 한다. 새롭게 제품을 만들고 가공 과정을 통해 의도적으로 그리 만들어야 하는 절차가 개입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의도적 훼손과 자연적 낡음이라는 경계 사이에서 새로운 시대의 소비자들은 취향의 잣대를 들이밀며 호의적 반응을 내비친다.

 

이런 네 가지 요소를 면밀히 살펴보면 MZ세대, 즉 소비자 군의 핵심 범주로 자리한 이들에 대한 마케팅적 인사이트가 도출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새 시대의 소비자는 과거처럼 극단적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상품군의 극단을 오간다는 점. 이런 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선 의외의 협업을 다양하게 시도해야 한다는 것. 패션 산업에서 스트리트 문화가 메인 스트림으로 끌어올려진 것에 착안, 다양한 서브컬처적 시선을 견지해 보는 것. 마지막으로 획일화된 전략보다는 조금 더 독립적 취향 혹은 개성을 부각시켜 줄 수 있는 시도를 해보는 것. 이처럼 조금은 차별화된, 의도적 전술을 펼친다면 MZ세대의 시선을 조금이나마 더 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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