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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The Issue

X세대가 돌아왔다, 엑스틴으로!

 

글 최지혜 /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서울대학교 소비자학 석·박사, <트렌드 코리아>(2014~2022) 공저. 소비자 심리 이해와 소비 트렌드 분석에 관해 강의하고 연구한다.

 


 

최근 Y2K 패션이 화두다. 휠라, 리(Lee),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타미힐피거 등의 브랜드가 Z세대의 감성을 타고 상승세다. 사실 이 브랜드들을 Z세대보다 앞서 즐겨 입었던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X세대다. 1990년대 당시 압구정동 오렌지족으로 대표되는 잘나가는 X세대가 선호하던 브랜드가 2022년 다시 돌아온 것이다. 최근 업계에서는 그동안 MZ세대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던 X세대를 재조명하는 분위기다. 브랜드가 돌아온 것처럼, X세대가 돌아오고 있다.

 

X세대에게 사랑받던 패션 브랜드가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다시 화제다. (왼쪽부터) 휠라,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타미힐피거 / 출처 @fila_korea, @marithe_kr, @tommyhilfiger

 

성장과 소비를 이끈 시대 배경

X세대는 1970년대 전후로 태어나 19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세대다. <트렌드코리아 2022>에서는 새롭게 주목해야 할 지금의 X세대를 과거와 구분한다는 의미에서 ‘엑스틴(X-teen)’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엑스틴은 ① 경제적·문화적으로 풍요로운 10대 시절을 보내면서 형성된 자유롭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간직한 세대라는 의미와 ② Z세대, 특히 10대 고등학생 자녀와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세대라는 의미를 포괄한다.

엑스틴의 중심 연령이라고 할 수 있는 1975년생의 삶의 궤적을 간단히 살펴보자. 이들은 한국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한 시기에 성장했다. 서울올림픽이 열리고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던 시기에 국민학생이었고, 1980년대에는 국가의 주도로 추진된 경제 개발 정책의 성과가 드러나는 시기였다. 동시에 3저 호황(저유가, 저금리, 저달러)을 바탕으로 고도의 경제 성장이 이뤄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X세대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소비에 익숙해졌다.

 

(좌) 남성 3인조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이 발매한 정규 1집 앨범 (우)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덕선이가 사용하는 삐삐 / 출처 네이버 vibe 캡처, 유튜브 tvN drama 캡처

 

1992년에 등장한 ‘서태지와 아이들’은 X세대의 정서를 형성한 토대다. 당시 10대라면 누구나 서태지와 아이들 이야기를 했다. 서태지의 등장 이후 대중가요계는 10대 취향으로 재편됐고 X세대는 팬덤과 덕질의 서사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1990년데부터는 PC와 삐삐가 보급되면서 중·고등학교 시절 정보화 기기를 사용하며 자란 세대이기도 하다. 30대에 접어들면서 스마트폰과 카카오톡이 출시되어 모바일 환경으로의 전환이 시작됐다. 그러니까 이들은 PC와 모바일의 전환기를 모두 생생하게 체험한 세대인 셈이다.

 

시장의 중심에 선 엑스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독재정권에서 민주정부로 넘어가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변화를 모두 경험한 이들이 40대에 접어들며 가장 큰 소비력을 갖춘 집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선 엑스틴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성장한 이커머스 시장을 견인하는 주요 세대다. 4050 세대의 구매력이 커지다 보니 온라인 업계에서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빠르게 선보이는 추세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지그재그는 4050 여성 고객을 위한 패션 플랫폼 포스티를 출시했으며, 2020년 9월 40대 여성을 위한 패션 앱으로 출시된 퀸잇은 빠르게 성장해 2022년 앱 다운로드 수가 35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5월 무신사는 X세대 여성고객을 대상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서비스 레이지 나잇을 론칭했다.

 

(위)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4050 여성 패션 플랫폼 포스티 (아래) 무신사가 만든 X세대 여성 고객 대상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레이지나잇 / 출처 play.google.com, newsroom.musinsa.com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로 여겨졌던 구독서비스도 엑스틴의 유입을 주목하는 모양새다. 2020년 CU는 할인쿠폰 구독서비스를 론칭했는데, 당초 예상보다 40대 소비자의 가입이 많았다. 특히 재택근무가 증가하면서 엑스틴의 도시락 소비가 늘었다. MZ세대가 경험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구독서비스를 선호한다면, 엑스틴은 할인율을 꼼꼼하게 따지는 가성비 소비자로서 확실한 가격 혜택이 있을 때 구독서비스에 관심을 보인다는 특성이 나타났다.

서서히 엑스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광고모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X세대에게 친숙한 광고모델에 주목한다. 버거킹은 배우 김영철, CJ제일제당은 배우 나문희, 오비맥주는 배우 윤여정, 칭따오는 배우 김갑수를 모델로 기용했다. 기성세대에게 친숙한 얼굴인 동시에 MZ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주기 때문이다.

 

10대와 소통하고 지지하는 부모세대

자녀인 Z세대와의 케미가 돋보이는 것도 기성세대와 차별화되는 엑스틴의 중요한 특징이다.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시기 부모와의 관계가 좋은가·좋았는가?’라는 질문에 Z세대의 ‘좋다·좋았다’는 답변이 67.5%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바로 이 Z세대의 부모 다수가 X세대다(출처 마크로밀엠브레인).

SNS에서 ‘학생사장’이 증가하는 현상의 이면에 엑스틴이 있다. 학생사장이란 학교생활과 개인 사업을 병행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문구나 액세서리 등 직접 만든 수공예품부터 도매상에서 직접 구한 옷까지 판매 품목도 다양하다. 이러한 Z세대 사장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것은 엑스틴 부모다. 이들은 자녀에게 공부하라는 성화 대신 자녀가 처리하기 힘든 세금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경영상의 조언을 해주는 든든한 지원자가 된다.

 

유튜브에서 학생사장으로 검색하면 보여지는 영상들 / 출처 유튜브 캡처

 

또한 엑스틴은 자녀와 게임을 즐기는 것이 자연스럽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진행한 구독서비스 집단면접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발견됐다.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엑스틴을 대상으로 구독패키지에 포함되기를 원하는 서비스의 종류를 물었다. 의외로 플레이스테이션이나 Xbox 같은 콘솔게임기 대여나 게임 구독을 원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면 게임은 자녀교육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나타났을 것이다. 이처럼 엑스틴은 콘솔게임기를 자녀와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여긴다.

 

현재 대한민국의 중위연령은 44.3세, 평균연령은 43.34세로 엑스틴은 여러모로 한국 인구를 설명하는 통계값을 대표한다. 또한 밀레니얼이 대한민국 역사상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라면, 엑스틴은 부모 세대보다 더 잘살고 자녀보다 돈이 많은 첫 세대로 비유할 수 있다.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앞서서 받아들이는 것은 MZ세대지만,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인구규모와 소비력의 측면에서 엑스틴이 핵심 세대가 될 것이다. 개성과 신세대의 아이콘이자, 세대담론의 출발을 알렸던 X세대가 엑스틴으로 주목받고 있다. 향후 브랜드는 베이비부머와 MZ세대 사이에서 미묘하지만 분명히 차별화되는 엑스틴만의 특성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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