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할거면 돈으로 주세요
‘알바가 왜 직업이 아니야? 알바를 Respect‘ 래퍼 쌈디를 기용한 경쟁사 알바몬의 캠페인이 한참 진행 중에 있었다. 알바몬은 최근 몇 년 동안 시장의 주도권을 잡아왔다. 인지도 1위, 선호도 1위, 다운로드 수 1위. 사실 업계 No.1은 늘 알바천국이었다. 최초의 아르바이트 중개 어플리케이션이었고, 브랜드 지표나 세일즈 지표에서 1위를 내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2015년 ‘알바가 갑이다’ 캠페인 이후 판이 뒤집어졌다. 아르바이트 주 수요자인 1824세대가 알바몬의 ‘사이다 광고’에 열광했고, 알바생이 많이 접속하는 어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장님들까지 알바몬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알바몬이 늘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고, 알바천국이 뒤이어 비슷한 메시지를 던지는 무한 루프가 시작된 것이다. 알바천국은 수지와 김세정 같은 빅 아이돌에 의존하기도, 주휴수당과 같은 실질적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시장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2019년 2월 알바천국과 대홍기획이 만나 새로운 캠페인을 준비하게 됐다.
장기적인 목표는 인지도.선호도 1위입니다
장기적인 목표는 인지도, 선호도 1위. 불가능한 목표 같지만, 뒤집힌 지 4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광고 한 편으로 전세가 역전되었다는 건, 마찬가지로 광고 한 편으로도 뒤집힐 수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 알바몬 보다 타깃들이 더 잘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리고 알바몬보다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이 광고를 노출시킨다. 크리에이티브와 비용 효율의 시너지로 캠페인을 성공시켜보겠다는 현실적인 투 트랙 전략이었다.
지금 필요한 건 ‘존경’이 아니라 ‘쿨한 약속 이행’
알바천국에서는 경쟁 프리젠테이션 설명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경쟁사 광고는 아무리 봐도 잘 만든 것 같아요.” 우리도 동의하는 바였다. 알바생에게는 자긍심을 고취시켜주고, 사장님에게는 ‘알바가 저렇게만 일해준다면’이라는 환상을 심어주었기 때문에 누구 하나 트집 잡을 것이 없었다. 경쟁 PT를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1824의 삶을 들여다봤다. 동시에 전략솔루션본부의 도움을 받아 아르바이트 시장, 넓게는 취업 시장의 빅데이터 분석 작업도 진행했다. 긴 노력 끝에 우리는 하나의 인사이트와 하나의 큰 흐름을 찾아낼 수 있었다. 학자금 대출이 쌓여가는 알바생에게 Respect는 사치라는 것, 그리고 취업시장이 ‘단기 일자리’와 ‘알바 쪼개기(높아지는 최저임금, 소상공인의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여러 가지의 단시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현상)’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 알바생들은 존경보다는 제대로 된 페이를 원하고, 아르바이트 시장은 지금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므로 앞으로 사장님과 알바생간의 관계가 아주 깔끔해 져야겠구나!!!!! 그야말로 당연하고 단순한 전략이었다.
깔끔한 관계, 깔끔한 계약. 당연하고 단순하지만 아르바이트 시장에선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았다. 알바생은 하기로 한 일을 끝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사장님은 약속한 일 외에 그 어떤 무리한 일도 시키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상식이. 이쯤 되면 경쟁사의 광고가 다시 보인다. 정말 알바생들은 존경을 원할까? 알바생에게 프로정신을 요구하는 건 잘못된 게 아닐까? 또 모든 알바생이 힘들게 일하고 제대로 된 페이를 못 받는 건 아니지 않나? 사장님들도 잠수 타는 알바생 때문에 나름의 고충을 겪고 있는 건 아닐까?
사장님도, 알바생도 동상이몽은 그만.
이제 좀 쿨해집시다. 약속은 깔끔하게 지킵시다.
이것이 알바천국이 지금 던질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도적인 메시지였다.
알바는 딱 알바답게! 알바천국
알바생과 사장님, 양쪽의 공감 포인트를 파고드는 캠페인이었지만, 사실 아르바이트 중개 어플은 ‘알바생’의 선호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기에, 이번 캠페인의 슬로건은 ‘알바는 딱 알바답게!’ 로 결정되었다. TVC는 알바생 편과 사장님 편을, 라디오 광고는 사장님 편을 송출한다. 알바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지만, 사장님들 귀에 거슬리는 메시지만 노출해도 안된다는 것. 모든 업종이 그렇겠지만, 아르바이트 중개 어플 또한 메시지의 균형이 중요했다.
모델 전소미 양과 스카이캐슬의 차교수, 김병철씨를 모델로 기용해서 재미있고 깜찍하면서도 속 시원~한 캠페인을 완성할 수 있었다. 단순히 인지도만 높은 빅모델을 기용하는 것보다 광고의 콘셉트에 딱 맞는, 얄밉게 행동하지만 밉지 않은 캐릭터가 크리에이티브 속에 잘 녹아들어 절묘한 쾌감을 주는 광고가 완성되었다.
기계처럼 일하라고? 사장님! 그건 님 생각이고! 나오고 싶을 때 나오고 제일 바쁠 때 그만두겠다고? 알바님! 그건 님 생각이고! 덧붙여 이번 캠페인이 마무리되기 전에 알바천국과 대홍기획은 2차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6월에 시작될 2차 캠페인으로 단박에 1위 한 번 가즈아.
박성경 CⓔM / 어카운트솔루션 5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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