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GGING/d-Issue

귀엽다고 소문난 작은 브랜드 7

 

글 최용경 / ‘스몰브랜더’ 공동대표 & 고객 경험 컨설턴트. <smallbrand book: 작은 브랜드를 위한 지침서> 공저. 자기만의 속도와 철학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전개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것을 다방면으로 고민합니다.

 


 

‘귀여우면 모두 용서된다’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분들 분명 있을 거예요. 가벼운 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일본에는 일명 ‘카와이かわいい 문화’가 거대한 시장을 차지할 정도로 귀여움은 결코 경시할 수 없는 하나의 장르로 평가받고 있어요. 국내에도 이런 특색을 적용해 고객들에게 주목받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작은 브랜드가 어떻게 귀여움을 활용하는지 7가지 사례와 함께 소개합니다.

 

고객의 고충을 귀여움으로 해결

생각만해도 골치 아픈 무언가를 해결해주는 브랜드라면 존재 이유가 명확하죠? 특유의 말랑말랑한 감성 요소를 브랜드에 접목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작은 브랜드들입니다.

 

BRAND 01   전기가오리   @philoelectroray

(좌 위부터 시계방향) 철학 교육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전기가오리 홈페이지 / 2023년 하반기 철학적 일력 굿즈 / 스티커로 제작한 심볼 / 연재 중인 만화 <가오리와 나> / 출처 philo-electro-ray.org, @philoelectroray

 

‘철학’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지나요? 많은 분들이 그럴 텐데요. 철학 교육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작은 브랜드 ‘전기가오리’는 철학이라는 고전적인 콘텐츠를 그만의 톡톡 튀는 감성과 귀여움으로 승화합니다. 웹사이트를 살펴보면 철학이라는 주제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귀엽습니다. 각종 물고기와 가오리가 둥둥 떠다니고, 물고기를 클릭하면 회원가입 등의 메뉴가 나타나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가오리와 나’라는 만화도 연재해 브랜드가 어떤 일을 하는지를 유쾌하게 풀어내는데요. 귀여움이 주는 몽글몽글한 감성을 제대로 활용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어요.

격월에 한 번 후원자들에게 발송하는 철학 번역서와 일력 등의 굿즈도 주목할 만합니다. 감각적으로 디자인된 출판물에는 신우승 대표의 위트가 담겨 있어 고객은 우아하고 지적인 취미생활로 전기가오리를 인지하게 되죠. 일괄 발송된 이후에는 추가 판매를 하지 않아 고객은 전기가오리의 출판물을 더욱 특별하게 느끼고 인증한답니다.

그 결과 전기가오리의 후원자는 꾸준히 증가해 2022년 기준 약 7천 명이 모집됐어요. 대략 추산해보더라도 월 매출 1억 원이 넘는 금액인 거죠.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를 따르지 않아도 전기가오리가 굳건히 유지되는 이유는 그만의 길을 가는 특별한 브랜드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사람들의 취향이 세분화되는 ‘핵개인 시대’에는 전기가오리처럼 하나의 분야를 진심으로 깊게 파 그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브랜드가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겠죠?

 

BRAND 02   레디투킥   @areyou.readytokick

(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레디투킥의 홈페이지 (아래) 빈티지 무드의 수영모자와 카툰으로 제작한 모자 착용법 및 세탁법 / 출처 readytokick.com

 

‘수모를 쓰면 너무 볼품없어지는 것 같아!’라고 생각한 적 한 번쯤은 있을 거예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레디투킥’은 이런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브랜드인데요.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알려주는 뉴스레터 ‘뉴닉’의 고슴이 캐릭터를 디자인한 디자이너가 2022년에 창업한 따끈따끈한 브랜드입니다.

레디투킥의 ‘킥’은 수영에서 발로 차는 동작을 뜻하는 동시에 웃음을 참지 못해 터뜨리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킥킥 웃을 수 있는 재미와 건강한 동기부여를 꾀하는 제품을 만들죠. 레디투킥의 웹사이트는 귀여움으로 가득 차있어요. 화면에 일렁이는 물결 모양을 보면 지금 당장 해변에 뛰어들고 싶어집니다.

레디투킥이 선보인 첫 아이템은 다름 아닌 수영모자였는데요. ‘왜 다들 수영하기 전에만 사진을 찍지?’라는 궁금증에서 만든 레디투킥의 수영모는 무엇보다 인스타그래머블합니다. 귀여운 꽃 장식은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이 써도 사랑스럽죠. 이들은 어린아이부터 할머니까지 수영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델로 삼아 자연스러운 화보를 연출합니다. 가장 아이코닉해 눈에 띈 할머니 모델 또한 전문가 아닌 수영 베테랑 어머니라는 점이 놀랍죠. 또 수영모자를 착용하는 방법 또한 그림으로 표현해 어린아이들도 쉽게 착용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디자이너의 센스가 돋보이는 지점인데요. 일상에서 겪고 있는 곤란이 크게 느껴진다면 레디투킥처럼 귀여운 디자인으로 이를 해결해보는 건 어떨까요?

 

평범한 기성 제품을 귀여움으로 승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지만 기성 제품에 귀여움을 더해 눈에 띄는 특별한 제품을 만드는 작은 브랜드가 있습니다.

 

BRAND 03   귤메달   @gyulmedal

출처 @gyulmedal

 

‘제주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귤이죠. 흔하디 흔한 귤을 이렇게까지 귀엽고 스타일리시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은 브랜드, 바로 ‘귤메달’입니다. 양제현 대표의 부모님은 제주도에서 과수원을 운영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여러 과수원을 자연스럽게 접했던 그는 가장 좋은 품질만을 엄선하고 멋진 디자인의 패키징을 더해 새로운 브랜드를 탄생시킵니다.

마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귤을 특별한 귤로 변모시킨 것이죠. 멋진 디자인의 박스를 보면 귤을 좋아하지 않는 고객이라도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어집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귤메달은 고객의 흥미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콘텐츠를 계속해서 이어갑니다. 고객이 웃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친근하게 소통하죠. 똠얌꿍 라면에 시트러스를 넣어 먹는 기획이나 귤박스 안에 제주도 왕복 항공권 복권을 넣는 이벤트 등으로 쉴 새 없이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말랑말랑하게 고객과 소통하고 싶다면 귀여운 콘텐츠를 고민해보세요. 요즘 고객은 브랜드 또한 사람처럼 인지하며 더욱 적극적인 소통을 기대한답니다.

 

귀여움을 더한 새로운 제품 제작

뛰어난 제품력에 귀여움까지 더한다면 구매력은 더욱 높아집니다.

 

BRAND 04   낼나   @nelna.shop

디지털 문방구 낼나의 디지털 다이어리와 팬더 캐릭터 / 출처 @nelna.shop

 

‘디지털 다이어리’를 아시나요? 아이패드 등의 태블릿에서 사용하는 다이어리 스킨으로 아날로그의 감성과 디지털의 편리함을 결합한 제품이에요. ‘낼나’는 이런 디지털 다이어리부터 태블릿용 필름, 펜촉, 스티커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디지털 문방구 브랜드입니다. 창업 3년 만에 연 매출 27억 원을 넘긴 작지만 강한 브랜드로 고객이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세련되면서도 귀여운 감성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이들은 제품은 물론 고객 경험에도 귀여움을 빼놓지 않습니다. 낼나와 함께하는 고객에게 ‘낼나러’라는 애칭을 붙여 친근하게 소통하고, 팬더 캐릭터를 만들어 고객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SNS에서 콘텐츠를 공유할 때나 낼나의 각종 소식을 전할 때도 캐릭터를 빼놓지 않죠. 탄탄한 제품력을 바탕으로 귀여움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고객에게 한층 친근하게 다가가는 브랜드라 할 수 있습니다.  

 

BRAND 05   우무   @jeju.umu

해초인 우뭇가사리로 만든 푸딩과 캐릭터 굿즈 / 출처 @jeju.umu

 

이름조차 귀여운 ‘우무’는 제주 해녀가 캐는 우뭇가사리로 만든 푸딩 브랜드입니다. 우뭇가사리는 제주에서 다양한 식재료로 쓰이는 해초인데요. 제주에서 난 로컬의 식재료로 만든 맛있는 푸딩을 판매하는 귀여운 브랜드가 탄생한 것이죠.

우무의 특징은 방부제와 보존제를 쓰지 않으면 쉽게 상하기 때문에 제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디저트라는 점입니다. 보존제를 쓰면 더 쉽게 많은 양을 만들 수 있지만 제주 해녀들을 알리려는 마음으로 여전히 한정수량으로만 선보이는 정책을 고집하고 있어요. 이 때문에 오히려 우무는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서야 맛볼 수 있는 푸딩 브랜드로 소문이 났습니다. 이러한 희소성에 우무는 쇼핑백, 간판 등에 귀여운 캐릭터를 더해 그 매력을 배로 만들었는데요.

우무는 캐릭터를 활용해 마스킹 테이프, 그립톡 등의 브랜드 굿즈를 온라인 스토어에서 판매하고, 피부에 좋은 미네랄 가득한 우뭇가사리를 이용해 비누와 화장품 브랜드 ‘우무솝’으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죠. 귀여운 브랜드 정체성을 기반으로 우무가 또 어떤 시도를 할지 기대됩니다.

 

제대로 귀여운 브랜드의 탄생

‘나는 귀여워!’를 강하게 외치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명확한 타깃을 겨냥하며 귀여움이 가장 큰 장점인 브랜드죠. 이들이 특별히 주목받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BRAND 06   메이드파니   @madefannie

아기자기한 소품류를 판매하는 메이드파니. 고객의 코멘트를 그대로 인쇄해 매장에 붙였다. / 출처 @madefannie

 

비명이 절로 나오게 귀여운 소품숍 ‘메이드파니’는 키링, 컵, 식기류 등을 판매하는 스몰 브랜드입니다. 이곳은 오프라인 매출이 온라인보다 압도적으로 높다고 하는데요. 매장 사진만 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메이드파니의 오프라인 매장은 마치 유럽의 작은 소품숍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아기자기합니다. 그 때문인지 다양한 매체에서 소개되기도 했죠.

메이드파니의 세심함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도 촘촘하게 설계돼 있습니다. 매장 곳곳에는 고객의 입에서 터져 나온 감탄을 그대로 인쇄한 메모가 붙어있는데요. 이 메모를 읽다보면 ‘귀여워!’라는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이처럼 ‘귀엽다’라는 말은 헬로키티처럼 완벽하게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니라, 메이드파니처럼 자연스러우면서도 세심한 경험에도 자주 쓰입니다. ‘일상을 환기할 수 있는 동화 같은 소품샵’이라는 메이드파니의 슬로건에도 딱 맞는 브랜드 전개 방식이죠.

 

BRAND 07   말코   @malco.world

독특한 고객 경험을 만들어가는 1인 출판 브랜드 말코 / 출처 @malco.world

 

말코는 1인이 운영하는 그림책과 굿즈 브랜드입니다. 230여 개의 독립 출판사가 모이는 북페어인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에서도 말코의 부스가 유독 눈에 띄더라고요. 말코는 직접 그린 그림으로 포스터와 키링, 책 등을 만드는 과정을 북페어 전 SNS에 공유해 큰 관심과 공감을 샀습니다. 또 고객과 함께 즐기는 경험도 세심하게 준비합니다. LOOK이 적힌 거울을 부스에 올려놔 스스로의 모습을 SNS에 인증하거나, 방명록을 마련해 고객의 얼굴을 직접 그릴 수 있게 했습니다.

판매하는 제품에도 귀여움과 위트를 진하게 담았습니다. ‘영감 수집 노트’는 말코의 뉴욕 여행기를 기록한 책으로 종이책에는 여행기의 일부만 예고편처럼 담겨있어요. 마지막 페이지에 붙어 있는 작은 편지봉투를 뜯어 QR 코드를 스캔하면 뉴욕 여행기 전문이 담긴 뉴스레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치 독자와 작가 간의 비밀 코드를 주고받는 느낌을 주죠. 어떤 책이 이렇게 특별한 경험을 줄 수 있을까요? 12,000원에 판매된 말코의 ‘영감 수집 노트’는 북페어가 채 끝나기도 전에 전량 소진됐습니다. 귀여움을 주 무기로 활용하는 브랜드라면 말코가 가진 위트와 사랑스러움을 꼭 한 번 살펴보세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