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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Story

[CD ROOM] #8. 컨텐츠 3팀 이광현 CⓔM

 직관적이고 재미있는 광고로 자신만의 색을 만들다


 

 

 

이광현 CⓔM은 트렌디하고 재미있는 광고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자신만의 색이 분명한 광고인이다. 자신의 색깔을 더진하게 우려내고 넓게 퍼트리며 오랫동안 광고를 만들 수 있기를 꿈꾼다는 그의 광고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홍기획 컨텐츠 3팀의 7년 차 CD입니다. 저희 팀은 TVC 같은 전통적인 매체 광고부터 디지털 광고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함께 제작하는 곳이에요. 대홍기획에서는 사원부터 시작해 20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내년 5월이면 만 20년을 채우게 되네요.

 

 

 

Q. 대홍에서 오랜 시간 일하신 만큼 제작하신 광고도 많으실 텐데요. 최근에는 어떤 광고들을 담당하고 계시나요?

 

기본적으로 트렌드에 대한 인사이트가 중요합니다. 아무래도 고관여 제품을 제작할 경우에는 거시적인 시야로 보거나 소비자 니즈를 깊이 파고드는 작업이 필요해요. 그에 반해 라이트한 제품은 광고를 봤을 때 즉각적으로 재미를 느끼고 구매 충동을 일으킬 수 있도록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만들어야 하죠. 그래서 팀원들에게 항상 트렌드에 대한 인풋을 많이 하라고 얘기해요. 저 역시 그러려고 하고요. 요즘은 트렌드가 워낙 다양화되어서 광범위하게 훑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간단하게는 유튜브의 콘텐츠를 보기도 하고, 인스타그램에서 많이 태그되는 책이나 전시가 있으면 직접 봅니다.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공간을 가보기도 하고요. 그렇게 트렌드를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광고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일상적이고 가볍게 볼 수 있는 광고라고 해서 제작 과정이 쉬운 건 아닐 텐데요.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저와 팀원들이 이해한 것을 광고주에게 설득시키는 과정이 어려워요. 10~2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나 유머 코드를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으니까요. 트렌디한 광고에서 중요한 건 ‘누가 먼저 하느냐’예요. 그해에 떠오른 트렌드를 활용해서 빨리 온에어 시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역량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광고주 설득이 필수죠.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거 같아요. 반신반의했던 광고 콘셉트가 성공했을 경우 광고주도 믿음을 갖게 되고, 다음에는 설득이 훨씬 수월하죠. 그리고 사실 제안서만 봐서는 해당 콘텐츠가 어떻게 제작될지 상상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는 약간의 연기를 하면서 ‘재미있겠다’라고 느낄 수 있도록 설명하려고 해요. 그래서 회사에서 제 별명이 약장수입니다(웃음).

 

 

 

▲ 롯데리아 더블엑스투버거

 

 

Q. 최근 세계 3대 광고제 중 하나인 뉴욕페스티벌의 예선 심사위원도 맡으셨어요. 심사를 하면서 느끼신 광고 시장의 세계적인 동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선은 우리나라도 그렇듯이 젠더 이슈를 다룬 광고가 관심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느꼈고요. 또 이제는 단순히 ‘우리 제품이 좋아’라고 일방적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메시지보다는 진정성을 담은 광고와 마케팅, 브랜드 체험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가 점점 더욱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었습니다. 약간의 속도 차이는 있겠지만 이러한 트렌드는 국내와 별로 차이 나지 않는 것 같아요. 이제는 예전처럼 정보가 천천히 흐르는 게 아니라, 여기서 터진 일을 바로 몇 시간 내로 다른 나라에서도 알 수 있는 시대니까요.

 

 

 

Q. 어떤 기준으로 심사를 하셨는지, CD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광고의 조건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아트디렉터 출신 CD이다 보니 아무래도 비주얼적인 면을 중요하게 보는 편이에요. 비주얼적으로 임팩트 있게, 그러면서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는지를 봐요. 그리고 광고는 순수예술이 아니기 때문에 비주얼적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그걸 통해서 제품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구매 충동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해요. 보여주기 위한 멋있는 이미지만 있다거나, 그 광고를 이해하기 위해서 많은 설명을 필요로 한다면 좋은 광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Q. CD님이 직접 광고를 만드실 때도 그런 방향을 추구하시는 편인가요?

 

그렇죠. 저희가 광고주에게 제안을 하기 전에 내부에서 팀원들이 아이디어를 생각해 오잖아요.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어떤 생각을 어떻게 했는지, 그래서 내가 말하려는 콘셉트가 뭔지를 도식적으로 만드는 걸 ‘앞단’이라고 표현해요. 그런데 저는 앞단을 보지 않고도 제안 내용이 명확하게 보이기를 바라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아이디어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앞단을 보고 나면 제안이 더 설득력을 갖추게 되잖아요. 하지만 최종적으로 광고를 보는 소비자는 그런 논리나 과정은 모르고 결과물만 보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팀을 이끄는 관리자인 동시에 크리에이터이기도 하신데요. 두 역할이 충돌할 때는 없는지요. CD로서 어떻게 팀을 이끌어가고 계신지도 듣고 싶습니다.

 

CD의 역할은 운동에 빗대자면 감독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선수들을 잘 다독여서 최상의 컨디션을 끌어내고 시의적절하게 팀을 운영하는 게 역할이죠. 팀원들의 컨디션이 좋고 즐거워야 좋은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합니다. 과거에는 엉덩이를 오래 붙이고 있을수록 좋은 퀄리티가 나온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잖아요. 주어진 시간에서 집중도를 높여서 효율적으로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렇게 감독 역할을 하는 와중에 선수가 되고 싶을 때도 있긴 해요. 그 사이의 절충이 정말 중요하죠. 그러지 않으면 내 아이디어가 좋다고 우기는 우를 범할 수도 있거든요(웃음). 선수로 뛰고 싶은 욕심은 적당히 자제하면서, 팀원들의 아이디어에 제가 지닌 연륜으로 양념을 잘 얹는 게 제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Q. 인터뷰를 통해 팀원들이나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으신가요?

 

예전에는 배워놓은 걸 계속 써먹으면서 깊게 파면되는 시대였고, 앞으로 어떻게 일하면 된다는 게 어느 정도 예상됐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앞날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시장이 빨리 변하고 있고, 제가 겪어왔던 것들이 노하우인지 구태의연한 잔재인지 헷갈릴 때도 많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말하자면, 아들이 고1인데 어느 날 “이제 시험 10번 남았어요”라고 하는 거예요. 고등학교 시험이 1년에 4번씩 총 12번인데, 1학기가 끝났으니 10번 남았다는 거죠. 그래서 서점 사이트에 들어가서 책 제목들을 찾아 아들에게 보여줬어요. 10대에 공부하라, 20대에 공부하라, 30대 늦지 않았다, 40대 이제부터 시작이다 뭐 그런 식의 제목을 가진 책들 말이죠(웃음). 이제 평생 공부를 해야 하는 시대인 건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광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계속 인풋을 하면서 트렌드를 파악해야 뒤처지지 않겠죠. 디자이너는 그림만 잘 그리고 카피라이터는 글만 잘 쓰면 잘 되는 시대도 지났기 때문에, 모든 부분에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고요. 그런 노력이 결국은 자신의 재산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Q. 광고인 이광현으로서 지니고 있는 꿈은 무엇인가요?

 

저는 대홍기획에서 가장 오래 재직한 제작팀 직원이고 싶어요. 팀원들은 워라밸 얘기를 하지만 저는 워라밸보다는 1년이라도 더 다니는 게 중요하거든요(웃음). 그리고 인정욕구는 누구에게나 있잖아요. 클라이언트든, 소비자든, 직원들에게든 인정받을 수 있고 기억될만한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야죠. 최소한 사내에서라도 ‘재미있는 광고는 이광현’하는 식으로 저만의 컬러를 분명하게 포지셔닝 할 수 있는 광고인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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