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인생 20년 차의 베테랑 수장인 안세훈 CⓔM과 1년 차 막내 김현 CⓔM. 두 사람 사이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DCA 대학생광고대상 대상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DCA 출신이라는 자긍심을 버팀목 삼아 밀어주고 당겨주며 쉽지 않은 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다.
Q. 두 분 모두 DCA 공모전 수상자 출신이라고 들었습니다.
안 그냥 수상자 출신이 아니라 ‘대상’ 출신입니다(웃음).
Q. 어떤 작품으로 대상을 수상하셨나요? 공모전 참가 당시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안 저는 대학생 때 광고대행사 입사를 꿈꾸던 중 광고동아리 팀원들과 공모전 지원을 했었어요. 당시 DCA에는 공익광고파트가 있었는데, 예전에는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라는 말이 있었잖아요. 거기서 모티프를 얻어 교권 침해에 관한 메시지를 비주얼적으로 표현했어요. 지금 광고 스타일과는 많이 다른 고전식이었죠(웃음). 당시 전화로 수상 연락을 받았는데 진짜 기뻤던 기억이 나요. 상금을 받아 공모전을 같이 준비한 멤버와 롯데월드를 갔었어요(웃음). 그때 찍은 사진이 아직 있는데, 사진을 볼 때마다 기억이 납니다.
김 저도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면서 광고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지원하게 됐고, 2017년 DCA에서 대상을 수상했어요. 그때 만든 브랜드가 가나초콜릿이었는데, 10대 학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했거든요. 가나초콜릿의 제품 모양이 학교 시간표와 비슷한다는 생각에 시간표와 초콜릿을 비주얼적으로 결합시킨 광고를 만들었습니다.
Q. 매년 공모전이 열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감회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2019년 DCA에서 눈여겨 본 작품이나 최근 경향이 있으신가요?
김 아무래도 팀에서 맡고 있는 보맵 광고를 눈여겨보게 되더라고요. 그중 보맵 로고를 비주얼화한 작품이 있었는데, 저희가 보맵 시안을 만들 때도 비주얼 면에 초점을 두고 준비했었거든요. 공모전에서도 로고를 활용한 광고가 나와서 인상적으로 보았습니다.
안 광고 시장이 20년간 많이 바뀌었듯, DCA에도 그러한 트렌드가 반영되는 거 같아요. 제가 공모전에 참여했던 20년 전에는 정서적으로 접근한 광고가 많았다면 아무래도 요즘은 좀 더 직관적이고 재미있는 요소가 강조된 출품작이 많고, 높은 평가를 받는 것 같습니다.
Q. DCA는 이후 대홍기획에서 광고인으로 일하게 된 두 분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안 일을 하다가 어렵고 버거운 순간이 올 때 ‘자뻑’할 수 있는 힘이 돼요. 예를 들어 경쟁 PT를 할 때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타사 CD와 붙을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내가 대학생 때 얼마나 뛰어난 재원이었는데’ ‘내가 DCA 대상 출신인데’라고 생각하면서 ‘자뻑’을 하는 거죠(웃음). 자긍심은 일할 때 자신을 지켜주는 근간이 되고요. 김현 CⓔM에게도 DCA 수상자라는 타이틀이 그런 작용을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웃음).
김 사실 2017년에 DCA 수상하기 전 전년도 DCA에도 응모를 했었고, 그 외에 다른 광고대상에도 도전했었어요. 그런데 수상은 처음이었거든요. 생각지도 못했던 대상이라서 의외였고 너무 기뻤어요. ‘광고가 나에게 맞는 길인가’, ‘계속해도 되는 걸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을 때 DCA 대상을 받게 되어서 CD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Q. 대상 수상자로서 공모전에 도전하는 이들을 위한 팁을 알려주신다면?
안 공모전을 준비하는 기간만큼은 썸탈 때의 설레는 감정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면 하루 종일 그 사람이 생각나고 자려고 누워도 궁금하잖아요. 그렇듯이 공모전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은 그 품목에 완전히 몰입하는 거죠. 자려고 누웠다가도 아이디어가 생각하면 다시 일어나서 기록하고, 다음 날에 다시 봤을 때 밤에 쓴 연애편지가 그렇듯 별로면 구겨버리고 새로 쓰고(웃음). DCA와 썸을 타는 기분으로 몰입하는 게 공모전을 즐기는 방법이고, 효과도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김 저는 DCA에 여러 작품을 출품했었어요. 그중에서 가나초콜릿 광고가 대상을 탈 줄은 몰랐고요. 심사위원들이 보시는 기준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자체 판단으로 출품작을 고르기보다는 여러 작품을 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것 같아요. 광고를 하지 않는 친구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광고를 공부하는 친구들은 아무래도 전문적으로 해석하게 되는데, 오히려 그렇지 않은 친구들의 시선이 정확할 수도 있거든요. 또 혼자보다는 팀을 꾸려서 준비하면 훨씬 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김현 CⓔM이 안세훈 CⓔM의 팀에서 스펙태클인턴십을 하며 처음 만나게 되셨는데요. 서로의 첫인상은 어떠셨나요?
안 제가 엄청 많이 놀렸어요. 아무래도 팀원들과는 첨예한 현업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는 인턴이 들어오면 재미있고 활력이 되거든요. 그래서 많이 놀리곤 했죠. 구김이 없고 낙천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김 처음 만날 때부터 놀리셨는데 당황하지 않고 받아쳤던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점수를 따지 않았나 싶습니다(웃음). 사실 CD님은 워낙 바쁘시니까 인턴에게까지 신경을 못쓰실 수도 있는데, 계속 말을 걸거나 장난치면서 챙겨주셨어요. 너무 감사했고, 덕분에 잘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Q. 이제는 같은 팀이 되셨는데요. 김현 CⓔM 입사 후 어떤 광고 캠페인을 함께 만드셨나요. 그중에서 특별히 기억남는 작품이 있다면?
김 알바천국, 쌍용자동차, 롯데렌터카 신차장, 보맵 광고 등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 경우 인상에 남는 광고는 아무래도 보맵이에요. 새로 론칭하는 브랜드이기도 했고, 크로마키만 두고 촬영한 후 아트워크를 통해 무에서 유를 만드는 창조하는 과정을 보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Q. 안세훈 CⓔM이 평소 김현 CⓔM을 비롯한 팀원들에게 강조하는 얘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안 주니어들에게는 파격적이고 색다른 시선의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편이에요. 현실적인 부분은 시니어들이 고민하는 거고, 주니어 때는 야구에 빗대자면 일단 배트를 크게 휘두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요. 사실 저는 주니어 때 조심성이 많은 편이었거든요. ‘광고주가 싫어하지 않을까’, ‘문제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자체 검열을 하다 보니 논리적인 아이디어만 남더라고요. 제가 지켜본 바로는 김현 CⓔM도 기본적으로 논리력이 강한 친구예요. 그래서 제가 그 나이 때 더 과감하게 하지 못했던 아쉬움 때문에 엉뚱한 시도를 많이 해보라고 요구를 더 하게 됩니다. 그게 요즘 크리에이티브 추세이기도 하고요.
Q. 안세훈 CⓔM은 어떠신가요. 그렇다면 신입사원인 김현 CⓔM을 통해 자극이나 영감을 받을 때도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안 그럼요. 제가 광고에 입문할 때에 비해 지금의 주니어들이 훨씬 똑똑해요. 요즘은 대학 때부터 스펙을 열심히 쌓아야 하는 분위기여서 그런지, 저희 때보다도 다양한 면에서 훨씬 우수한 재원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높은 능력치가 필요한 업무를 주기도 해요. 그래야 다음 단계를 넘어서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5년 차에 했던 업무를 2~3년 차에 한다면 나중에 저보다 훨씬 뛰어난 CD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CD 직책을 처음 맡았을 때는 좋은 광고를 만드는 일에서 주로 보람을 느꼈거든요. 그런데 고참 CD가 되어가면서는, 오히려 후배들이 한 단계씩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쾌감과 보람이 생기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김현 CⓔM은 저에게 보람을 많이 주는 후배죠(웃음).
Q. 김현 CⓔM은 함께 작업하면서 어떤 것들을 배우고 깨닫고 계신지요?
김 CD님 말씀대로 정교화 작업은 시니어 분들이 해주시니까, 저는 다양하게 소스를 던진다는 생각으로 아이디어를 내려고 해요. 그러다 보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다듬어지고 완성되는 게 광고더라고요. 혼자가 아니라 팀이 함께 만들어가는 광고의 매력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CD님은 뭐든 한 번만 보면 핵심을 파악하시더라고요. 항상 시원시원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디렉션을 해주세요. 그런 부분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안 인터뷰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김현CⓔM은 1년 차로서는 퍼펙트하게 잘하고 있어요. 머리도 좋고 눈치도 빨라서 꼬투리를 잡으려고 해도 잘 안 잡히더라고요(웃음). 굳이 말하자면 크리에이터는 결국 자기와의 싸움이기 때문에 즐기라고 말하고 싶어요. 즐겁게 광고를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 인턴을 할 때부터 지금까지 CD님께서 정말 잘 챙겨주셨어요. 다른 팀원들이 질투할 정도로 잘 챙겨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 사실 고참들을 자극하기 위한 수단입니다(웃음).
김 그래도 감사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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