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프리미어 리그가 개막했다. 20대 초반 스페인 국가대표에 흠뻑 빠져 밤새 유로 2012를 시청하던 시절 이후로, 축구 리그를 이토록 기다려본 건 오랜만이다. 올 시즌은 내게 특별하다. 축구의 본고장 영국으로 떠나기 때문. 아마 이번 호 사보가 한창 만들어지고 있을 때면 나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뜨거운 열기에 한껏 취해있을지도 모른다.
프리미어 리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스포츠광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 열광하고 있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경우 이적시장의 규모가 무려 2조 660억 원에 달하고, 미국 NBA의 경우 올해 FA 첫날에만 3조 5천억 원 가량이 선수 영입에 쓰였다고 하니 전 세계 스포츠 시장의 규모가 가히 짐작도 되지 않는다. 이토록 막대한 자본이 흐르고 있으니 수많은 클라이언트와 크리에이터가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매년 해외 광고제에서는 스포츠에 관련된 수많은 크리에이티브들이 수상하고 있다. 스포츠가 광고에서 어떤 식으로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 위대한 크리에이터들은 얼마나 열정적으로 필드를 누비고 있는지 다 함께 살펴보자.
NIKE: DREAM FURTHER
나이키의 브랜드 슬로건 Just do it은 언제나 전 세계인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번 DREAM FURTHER 캠페인을 통해 나이키는, 나이키다움을 또 한 번 증명했다. 2019년 프랑스 여자 월드컵을 알리기 위해 제작된 이번 캠페인은 토트넘과 리버풀이 승부를 겨루는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처음으로 온에어 되었다. 전 세계의 축구팬들이 주목하고 있는 경기, 남성 선수들만 뛸 수 있었고, 남성 선수들만 뛰고 있는 리그, 단 한 번도 의식한 적 없는 그 불균형의 무대에서 나이키는 세상을 바꿔버리자는 짜릿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화두는 이미 던져졌다. 승부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전 세계의 여성 축구 선수들이 이제 꿈을 이룰 일만 남았다.
UBER: Distracted Goalkeeper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만큼 사람들의 이목을 받는 대상이 또 있을까. Uber에서는 경기장 위 선수를 매체로 사용하여 발칙하게 메시지를 담아냈다. 아이디어는 심플했다. 경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을 주시해야 하는 골키퍼. 골키퍼는 경기 중에 계속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았다. 각종 언론과 SNS에서 키퍼의 파격적인 행동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기자회견을 통해 골키퍼가 Uber의 메시지를 전했다. 자신의 행동은 마치 운전 중에 스마트폰을 하는 것과 같다고. 뜨거운 비판의 여론을 경고 메시지로 전환하는 놀라운 크리에이티브. 이 아이디어는 2019년 칸 국제 광고제 미디어 부문에서 실버를 수상했다.
Snaptivity: Snaptivity
경기를 뛰고 있는 22명의 선수보다 더 위대한 주인공이 있다. 환호와 응원으로 경기장을 가득 채워주는 관중들이다. Snaptivity에서는 구단과 팬들의 로열티를 강화해줄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다. 군중의 위치를 추적하는 IoT(사물인터넷) 센서를 설치하고, 실시간으로 관중의 감정을 식별해 환호하거나 실망하는 순간에 로봇 카메라를 작동시켰다. 사진 촬영에 동의한 관중들은 자신의 생생한 표정이 담긴 사진을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할 수 있다. 구단은 축구 경기 이상의 완벽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고, 팬들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 받는 일석이조의 테크놀로지. 이 크리에이티브는 2019년 칸 국제광고제 모바일 부문에서 골드의 영예를 안았다.
Steinlager: Fight For Territory
스테인라거가 후원하는 올블랙즈와, 기네스가 후원하는 라이온즈는 럭비계의 가장 핫한 라이벌이다. 스테인라거는 이 라이벌 구도를 이용해 재미있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투어를 떠나 공항을 찾은 팬들이 직접 뜨거운 라이벌 전에 참여하도록 한 것. 스테인라거는 공항 내에 있는 65개의 디지털 스크린에 팬이 입은 유니폼을 인식할 수 있는 카메라를 장착했다. 두 팀의 팬들은 표지판에 접근해, 자신의 팀으로 표지판을 접수할 수 있다. 팬들은 광고판에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럭비 경기에서처럼 생생한 영토 다툼을 경험하게 되고, 팀을 후원하는 브랜드의 맥주까지 선물 받게 된다. 팬들의 경쟁심리를 잘 활용한 이 캠페인은 9만 명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참여율을 보이며, 2018년 칸 국제 광고제에서 실버를 수상했다.
Senda Limitless: Limitless
몇만 명의 관중이 열광하는 스타디움만이 스포츠의 무대는 아니다. 좁다란 골목길도, 낡은 옥상도, 동네 어귀의 공터도. 공 하나만 있으면 그곳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경기장이 된다. 풋볼 관련 브랜드 Senda Limitless에서는 세상 모든 장소에서 풋볼을 즐기기를 열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특수 스프레이를 제작했다. 어떤 바닥이든 경기장을 그릴 수 있는 이 스프레이는 경기 시간 90분이 종료되면 자연스럽게 기화되어 사라진다. 아주 사소하지만, 풋볼 마니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던 아이디어. 이 캠페인은 2018년 칸 국제 광고제에서 브론즈를 수상했다.
출국을 하루 앞두고 사보 원고를 마무리하고 있다. 축구의 본고장에서 몇 만 명의 관중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난 후에는 어떤 세상이 보일까. 토트넘의 승리와 손흥민 선수의 활약보다도 뜨거운 관중들의 함성이 더 기대 되는 밤. 그곳에서 크리에이티브의 열기도 함께 배워올 수 있길 바라며. 원고를 마친다.
박수진 CⓔM / 크리에이티브솔루션 4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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