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필름 세상
최근 들어 외출할 때 가방에 꼭 챙기는 물건이 생겼다. 바로 필름 카메라. 세상에 알려진 이름은 ‘펜탁스 에스피오 140’이다. 1994년의 어느 날 어머니는 갓 태어난 나를 찍기 위해 거금을 들여 이 카메라를 데려왔다. 엄마의 필름 카메라는 내 삶에서 당연히 존재하는 물건이었다. 어디에서 무얼 하든 나와 함께 했다. 유치원 행사에 한껏 치장한 차림으로 렌즈를 보는 모습, 벚나무 아래서 노란 원피스를 입고 서럽게 엉엉 우는 모습, 이제는 대학생 딸들을 둔 친척오빠가 총각 시절 나를 어깨에 얹고 다니던 모습들을 모두 담으며. 자라면서 잊어버렸다 할지라도 ‘디카’ 붐은 중학생이 될 무렵 찾아왔다. 언제나 곁에 있던 펜탁스 필름 카메라는 캐논 디지털 카메라에 자리를 내주고 조용히 사라졌다. 엄마는 더 이상 필..
2022. 11. 1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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