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인의 사생활>은 대홍 크리에이터의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사진 에세이 코너입니다.
퇴근 후 오랜만에 네온사인을 켰다.
매달 살롱드소영에서는 친구들과의 파티가 열린다. 언제부터였을까? 회사를 10년 넘게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답답함과 변화, 탈출, 일탈. 이런 감정에서 멘탈을 보호하고 퇴근 후의 즐거운 라이프를 위한 몸부림 같은 걸까?
이날의 컨셉은 상하이의 밤. 얼마 전 다녀온 상하이 여행에서 사 온 바이주를 맛있게 먹기 위해 파티를 열었다. 8명은 거뜬히 앉을 수 있는 원목 테이블에 터이블보를 툭 털어 사뿐히 앉히고, 접시를 세팅하고 커트러리를 나란히 줄 세웠다. 상하이의 붉은 밤에 어울릴만한 티라이트도 올려놓았다.
이날을 위해서였을까? 지난달부터 시작한 칵테일 실력을 뽐내보기로 한다. 점심시간 틈틈이 남대문시장에서 마련한 칵테일 도구와 주류를 담은 트롤리를 가져와 고심 끝에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초인종이 울리고 친구들이 하나둘 들어온다. 자연스럽게 소매를 걷어붙인 후 몇몇은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 손질을 하고, 몇몇은 트롤리에서 상하이의 밤에 어울릴만한 술을 꺼내 테이블에 장식한다.
상하이의 밤에 어울리는 메인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춘장에 볶은 돼지고기와 각종 야채를 건두부에 담백하게 싸 먹는 베이징 전통 징장러우쓰. 쓰촨의 매운맛을 듬뿍 넣은 마파두부와 위샹러우쓰. 상하이에서 맛본 튀긴 계란과 고추를 중국식 간장에 불맛을 입혀 볶아낸 동전계란과 광저우 스타일의 딤섬까지. 베이징, 쓰촨, 광둥, 상하이까지 중국의 4대 요리가 모두 모였다.
상하이로 가는 길의 시작은 이날의 주인공인 생일자의 스페셜 오더, 상하이 핑크. 적당한 단맛과 오곡맛에 꼬리꼬리한 바이주의 맛과 향이 잘 어우러진 수정방을 기주로 한다. 제비꽃 향을 머금은 바이올렛 리큐르를 살짝 믹스하고, 로즈 리큐르와 레몬으로 영롱한 핑크빛과 새콤한 맛을 입힌 요즘 핫한 중국식 칵테일이다.
두 번째 길은 상하이의 밤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나만의 시그니처. 와이탄 로즈 같은 수정방을 기주로 장미 리큐르에 과일맛이 강한 버번위스키를 섞는다. 여기에 올드패션잔을 꽉 채운 동방명주 같은 아이스볼에 빌드한다.
이날의 드레스코드는 타오바오에서 직구한 중국 느낌의 실크로브. 드레스룸에서 실크로브를 꺼내자 친구들은 양껏 핀잔을 주었지만, 이내 “마이 컬러!”를 외치며 걸쳐 입기 시작했다. 한 상 가득 요리를 앞에 두고 살롱드소영에서의 상하이의 밤이 시작됐다. 한바탕 수다로 오늘의 스트레스와 내일의 걱정까지 날린 상하이의 밤은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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