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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Play

끄적이는 것의 의미

<대홍인의 사생활>은 대홍 크리에이터의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사진 에세이 코너입니다.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뭐라도 끄적이는 편이다. 항상 그리고 긋다 보니 여러 기회에 닿을 수 있었고, 그런 새로움이 좋아서 또 열심히 그렸다. 작은 끄적임이 삶에 입체감을 만들어준 셈이다.

납작해진 일상 속 무언가 새로움이 필요한 요즘, 그림을 그려보는 건 어떨까?

종이 질감 필름도 괜찮지만, 재료가 갈리는 느낌이 특별해 아직도 종이에 그리는 걸 좋아한다. 특히 선호하는 조합은 연필과 노트. 한쪽에 챙겨 다니다가 몰입이 필요할 때 몸풀기로 가볍게 끄적인다. 끄적임의 대상은 그 순간 보이는 무엇이든. 지나가는 순간을 손으로 잡으려면 온 정신을 쏟아야 해, 그리고 나면 집중력이 한껏 채워지는 느낌이다.

물론 연필 말고 다른 재료도 좋다. 연재했던 캘리그라피 컨텐츠에서는 나무젓가락, 왼손으로도 그렸다. 꾸준하고 이상한 끄적임이었다.

 

 

이런저런 준비도 귀찮고 종일 집에 있고 싶은 날엔 디지털 드로잉이다. 태블릿 패드와 펜을 들고 집안 아무 데나 앉아 프로크리에이트를 켠다. 손그림보다 디지털 드로잉이 좋은 점은 완성했을 때 뿌듯함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일반 종이처럼 한 장에 그리는 것이 아니라, 레이어라고 하는 각 장에 그려 쌓으면 과정을 남길 수 있다. 완성 후 스케치 레이어부터 쭉 쌓아보면 뭔가 해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역시 만족감이 가장 큰 순간은 팀에서 일러스트 시안을 그릴 때다. 일정이 촉박하거나 내부에서 작업하는 게 유리한 건은 직접 그리곤 한다. 역시 계속 끄적인 덕분에 주어진 기회라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그리게 하는 대단한 착각이다.

 

 

새로운 일에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따른다. 광고제작 일은 든든한 팀원들이 방향을 바로잡아 주지만, 일러스트는 혼자의 일이다 보니 변수 때문에 선이 엇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새로움에 자꾸 부딪혀야 확장될 수 있다고 믿으니 쉬지 않고 끄적거리는 삶이다(물론 수익도 중요한 부분!). 일상이 납작해졌다고 느낀다면 펜을 들어보자. 그림 그리기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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