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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AD Note

눈은 물이다 상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마음껏 상상하게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글 CS10팀 박수진 CⓔM

 


 

‘마음껏 상상하라’는 문장 앞에 서면 괜히 작아진다. 상상이라는 단어는 풍선처럼 가볍지만, 거기에 몸을 맡겨 여행을 떠나기엔 굳은살처럼 베긴 생각의 습관이 꽤나 무거운 탓이다. 얄팍한 상상력에 마음이 두둥실 떠오르다가도 어느새 풀썩 자신감이 꺼지고 만다. 정해진 답이 없다는 사실은 복잡한 수학문제보다 더 어렵게 느껴진다. 문제집 뒤에 붙어있던 해설이라도 존재하면 좋으련만. 상상력의 세계에는 그마저도 없다.

상상이라는 단어가 막중한 임무처럼 느껴지는 탓일까. 크리에이터들도 때로는 자신의 상상력을 펼치는 일보다 남이 상상한 결과물을 보는 일이 더 즐겁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어디서 영감을 받았을까? 상상의 시작을 상상하는 일이 좀 더 마음이 가뿐하다. 밖에는 뽀얀 눈이 나리고, 마음 한 켠까지 순수해지는 겨울. 오늘은 남의 상상에 기대서서 창밖의 풍경을 구경해보자.

 

Honda : Riders Almost There!

 

혼다는 이 시국에 꼭 맞는 상상력을 선보였다. 누군가의 눈에는 구겨진 이불, 평범한 청바지, 레코드판으로 보이는 장면. 하지만 라이딩을 꿈꾸는 이들 눈에는 다카르 랠리, 자유롭게 질주할 도로, 레이싱 경기로 보일 수도 있다. 상상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시선을 갖느냐’라고 한다.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일상의 오브제가 평범함에 머무를 수도, 광활한 세계로 초대하는 새로운 문이 될 수도 있다. 코로나라는 위기에도 상상력을 잃지 않은 혼다의 광고는 우리에게 말한다. Never Stop Dreaming!

 

Veg Power : Eat them to defeat them

 

아이들에게 채소를 먹이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써보았는가. 설득, 회유, 달래기, 숨기기 신공까지. 어른들이 알고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아이들에게 채소 먹이기는 늘 실패로 끝나기 십상이다. Veg Power는 채소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무시무시한 야채를 물리치기 위해 먹어 치워달라는 위트있는 메시지. 누군가는 이를 두고 역효과가 나는 건 아닐지 우려했겠지만, 어른들의 기우일 뿐이다. 아이들의 영웅심리를 자극하는 상상력은 영상뿐 아니라 포스터, 디지털 사이트 등으로 세계관을 확장했고, 결과는 굉장했다. 무려 65만 명의 어린이가 이 캠페인에 참여해 채소를 물리친 것. 아이들의 눈높이에 꼭 맞춘 상상력을 발휘한 크리에이터, 그리고 채소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아이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CANAL+ : Mission really impossible

 

프랑스 민영방송사 CANAL+는 할리우드 영화 <미션 임파서블>을 자신들만의 색깔로 재해석했다. 주인공은 놀랍게도 시니어 라이프를 살아가는 실버 세대. 백내장 때문에 벌어진 홍채인식 시스템과의 사투, 그들의 속도에 맞춰 펼쳐지는 느리고도 긴박한 추격씬. 손을 떨며 폭탄 해체에 과감하게 실패하는 마지막 장면까지. 눈부신 실버 세대의 활약은 모두를 유쾌하게 한다. 프랑스식 유머로 무장한 임파서블한 상상력. 덕분에 세상은 조금 더 즐거워졌다.

 


 

눈이 세상을 덮으면 거리는 상상의 천국이 된다. 비탈진 아파트 주차장은 눈썰매장이 되고, 돌담 위에는 눈오리들이 얌전히 줄지어 있고, 어른, 아이 너나 할 것 없이 저마다의 모양으로 눈사람을 만든다. 눈은 물리적으로 물과 다를 바 없지만, 하얀 결정체는 누구에게나 상상력을 표현하는 하얀 도화지가 된다. 눈부시게 하얀 세상 속에서 ‘아직도 상상하는 일이 어려운가’ 곰곰이 돌이켜보면 ‘아니 참 즐거운 일이야’라는 생각이 든다.

상상과 가장 잘 어울리는 브랜드 픽사는 직원들의 소소한 경험과 감정 사이에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도록 끝없이 독려한다. 상상의 원천을 일상에서 찾는 여유로움. 늘 그렇듯 우리가 놓치는 건 대단한 게 아니라 아주 조그만 것들이다. 창밖에 또 눈이 온다. 내일은 어떤 모양의 눈사람이 아파트 입구에 서 있을까? 마음껏 상상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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