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CS9팀 오다록 CⓔM
대학교 3학년 때였다. 공모전 회의를 마치고 삼겹살집으로 뒤풀이하러 가기로 했는데, 친구 한 명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만났을 때 스스로를 비건이라고 소개한 친구였다. 그를 배려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미안해하자 친구가 말했다. “괜찮아, 이런 일 많아서. 삼겹살집이면 나도 먹을 수 있는 거 많으니까 가자.” 그날 처음으로 비건에 대한 깊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비건을 강한 신념이자 철학이라고 생각하고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최근 본 어느 유튜브에서 Z세대에게 비건이 유행이라는 말을 들었다. 건강한 한 접시를 예쁘게 차려 먹는 것, 동물 가죽 대신 식물성 인조가죽을 사용한 옷을 입는 것이 하나의 트렌디한 문화가 된 것이다. 동물의 인권, 지구를 위한 탄소배출 감소 등과 같은 것들을 ‘이해하려 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부끄러움은 뒤로 하고, 우리도 어서 이 흐름에 올라타보자.
Sierra Nevada : Holy Burger
콜롬비아의 버거 브랜드 Sierra Nevada의 인쇄 광고 캠페인이다. 콜롬비아의 가톨릭 신자들은 6주간의 사순절 기간 동안 욕망을 누르며 산다. 이때 소고기를 먹는 것은 죄악이다. 3천만에 육박하는 신자들의 수련으로 인해 버거 소비가 줄어들자 Sierra Nevada에서는 이 기간에도 신자들이 먹을 수 있는 비건 버거를 출시했다. ‘Every Friday Lent, the sin is not to eat(매주 금요일 사순절의 죄악은 먹지 않는 것이다)’라는 위트 있는 카피와 임팩트 있는 비주얼로 전통적인 문화 속 비건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Subway : The World’s First Plant-based Grime Track
베지 샌드위치부터 얼티밋 미트까지 비건 웨이브에 앞장서온 서브웨이가 지구의 날을 맞아 획기적인 캠페인을 선보였다. 전설적인 프로듀서이자 아티스트인 P Money와 함께 세계 최초로 식물이 만들어내는 비트로 음악을 만든 것! 곡의 제목은 Vegan의 Ve-와 힙합 문화에서 패거리를 뜻하는 Gang이 합쳐진 <Vegang>이다. 이 트랙의 출시를 알리는 틱톡 비디오와 함께 작업의 비하인드를 영화로 제작해 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Allplants : We’re all plants. You don’t have to be.
여전히 비건에 대해 사람들의 오해가 많다. ‘비건이라면서 이건 왜 먹어? 비건이면 참느라 힘들겠다’와 같은 말들이 그렇다. 비건은 참는 것이 아니며, 365일 완벽하지 않아도 육류 소비를 줄이려는 작은 노력만 있어도 괜찮다. 이에 대한 편견을 정면 돌파라도 하듯 영국의 비건 식품 브랜드 Allplants가 인사이트 있는 필름을 선보였다. 비건에게 여전히 사회가 가진 편견과 엄격한 잣대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필름은 비건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오늘 하루쯤은 채식해볼까?’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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