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돼지의 꿈 'PIGGY DREAM'
2018년은 나라안팎으로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함께 오간 한 해였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데 이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기나긴 폭염이 끝날 줄 모르고 이어졌고, 갈수록 악화되는 체감경기와 일자리 사정에 걱정을 표하는 사람도 많았다. 한 해 내내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가 많이 일어났지만 자신만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소비자들의 행복 전략이 돋보이기도 했다. 이 가운데 소확행, 가심비, 워라밸세대, 언택트기술, 케렌시아, 미닝아웃 등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제안했던 키워드가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열쇳말로 작용하기도 했다.
2019년은 다시 조심스럽게 숨죽이고 출발하는 한 해다. 경기 침체를 우려하게 하는 리스크 요인들과 그래도 낙관론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희망적 요인이 교차한다. 고질적이었던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완화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되는 가운데, 고용 지표가 나아질지, 집값이 안정세를 이어갈지, 출산율이 더 떨어지지는 않을지, 지켜봐야 할 걱정거리가 많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선진국의 긴축 기조, 미중 간의 무역 갈등 등 대외적인 요인도 많다. 더구나 2019년은 올림픽 · 월드컵 · 선거 등과 같은 특별한 행사가 없다. 경제상황은 위축되는 가운데, 특별한 외적 모멘텀 없는 한 해를 맞고 있다.
사회적 위기감이 고조되었다고 해서 낙담만 할 필요는 없다. 새로운 해를 맞이할 때에는 늘 새로운 희망이 샘솟는다. 특히 2019년은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의 해다. 돼지는 예로부터 행운과 재복을 상징하는 동물이어서 그런지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뭔가 기대를 걸게 되는 한 해다.
2019년 기해년, 우리는 과연 어떤 돼지꿈을 꿀 수 있을까? 황금돼지의 기운이 ‘자기실현적 예언’의 효과를 거두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2019년의 키워드 두운을 ‘돼지꿈’인 PIGGY DREAM으로 맞췄다.
Play the Concept_콘셉트를 연출하라
‘#갬성’을 아는가? 이를 보고 ‘감성’의 오자라고 생각한다면 트렌드 무지의 소치다. ‘갬성’은 오늘날 자기 연출에 푹 빠진 소비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단어다. 2019년의 첫 번째 트렌드 키워드가 그냥 ‘콘셉트’가 아니라 ‘콘셉트의 연출’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재미있거나 희귀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갬성’ 터지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콘셉트’가 될 수 있다. 이미지에 열광하고 변화무쌍함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기능이 아니라 콘셉트를 소비한다. 구구절절한 설명 보다 ‘콘셉트’가 우선인, ‘기승전콘셉트’의 시대. 마케팅은 콘셉팅으로 진화한다.
Invite to the ‘Cell Market’_세포마켓
1인 미디어의 등장은 한마디로 미디어 판을 뒤집었다. 이번에는 유통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 SNS를 기반으로 한 개별 크리에이터들은 이제 1인 미디어에서 ‘1인 마켓’으로 발전한다. 누구나 온라인에서 가게를 열고 물건과 서비스를 팔 수 있는 시대다. 거대 플랫폼과 각종 비대면 결제 서비스의 발달은 이의 기폭제가 되면서 이른바 ‘셀슈머(sellsumer 혹은 cellsumer)’의 등장을 촉진한다. 지금 유통의 새로운 판이 짜이고 있다.
Going New-tro_요즘옛날, 뉴트로
사람들이 <응답하라> 시리즈에 열광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에 대한 향수 때문이 아니다. 1020 세대에게 과거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움’이다. 새로운 것이 넘쳐나는 시대에 소비자들은 익선동 골목길을 찾고 이미 자취를 감춘 LP판을 꺼내 들며 추억의 전자오락실 게임에 열중한다. ‘레트로’가 과거의 재현이라면 새로운 과거, ‘뉴트로’는 과거의 새로운 해석이다. 브랜드 헤리티지와 아카이빙(archiving)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Green Survival_필환경
당신이 4년 동안 버린 쓰레기의 양은 얼마나 될까? 미국의 한 환경운동가는 그것을 1리터도 안 되는 작은 병에 담았다. 이제 목표는 아예 쓰레기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할까?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가능해야 하는 것이 ‘필환경’이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먹고, 입고, 쓰는 모든 것에 들어가는 환경 부담을 제로로 만드는 것. 이는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지구의 전 생명체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닌 즐겁고 유쾌한 ‘필환경’의 실천 현장을 찾아가 본다.
You Are My Proxy Emotion_감정대리인, 내 감정을 부탁해
아기를 키우고, 연애를 하고, 반려견을 입양하고,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 바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즐거운 것만 보고 좋은 감정만 느끼려고 한다. 직접 말하는 것이 불편해 내 감정을 대신하는 이모티콘을 날린다. 대신 화내주고, 대신 욕해주고, 대신 슬퍼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하며, 이른바 ‘감정의 외주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감정의 해피밀’을 찾는 정서적 맥도날드화 현상은 어떤 산업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인가?
Data Intelligence_데이터지능
오늘 뭐 입을까? 내일 데이트 어디로 갈까? 점심은 뭘로 하지? 어디 입맛에 맞는 커피 없을까? 이에 대한 답은 이제 ‘데이터’가 알려준다. 인공지능을 넘어 데이터지능의 시대로 오면서 데이터는 정보로, 정보는 지식으로, 지식은 지혜로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된다. 데이터에 의한 결정, 디시젼 포인트가 가까워오고 있다. 이제 데이터가 말하게 하라.
Rebirth of Place_공간의 재탄생, 카멜레존
은행과 카페, 호텔과 도서관, 자동차 전시장과 레스토랑, 공간의 협업이 즐거움을 준다. 주변환경에 따라 피부색을 바꾸는 카멜레온처럼, 공간의 화려한 변신이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카멜레존’으로 이름 붙일 수 있는 명소들이 속속 생겨나는 중이다. 쇼핑몰은 물론이고 전시장과 공연장, 플래그십 스토어 등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색다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온라인에 밀리는 오프라인에게 카멜레존은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될 것이다.
Emerging ‘Millennial Family’_밀레니얼 가족
‘3신가전’을 아는가? 밀레니얼 가족의 밥 잘 사주는 엄마에게 꼭 필요한, 로봇 청소기와 식기세척기 그리고 빨래건조기를 말한다. 이제 집안일은 이들에게 맡기고 엄마들은 자신을 가꾸는 데 시간을 투자한다. 가정간편식의 주 구매층도 1인 가구에서 다인 가구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밀레니얼 세대에게도 가족은 소중한 존재다. 하지만 먼저 ‘내’가 있고 그리고 ‘가족’이 있다. 이들에게 집은 ‘적정 행복’의 장소일 뿐이다. 21세기형 밀레니얼 가족의 탄생과 이들이 그리는 새로운 소비 지형으로 들어가 본다.
As Being Myself_그 곳만이 내 세상, 나나랜드
라라랜드가 꿈꾸는 이들의 도시라면 ‘나나랜드’는 궁극의 자기애로 무장한 사람들의 땅이다. 나나랜더에게 타인의 시선은 중요치 않다. 오로지 나의 기준이 모든 것의 중심이다. 탈 규범화에 익숙한 이들은 기존 세대가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관에 반기를 든다. 넉넉한 체형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최고의 모델로 등극하고 40대 여성이 아이돌 팬으로 ‘입덕’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곳, 바로 나나랜드다.
Manner Maketh the Consumer_매너소비자
예약하고 나타나지 않는 ‘노쇼’로 인한 사회적 피해비용이 연간 8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소비자의 악의적인 갑질에 고통 받는 근로자들도 너무 많다. 유교적 전통에 기반한 뿌리 깊은 위계질서 문화가 갑질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사회적 제도와 소비자의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워라밸에 이어 근로자와 소비자 사이의 매너 균형을 도모하는 ‘워커밸(worker-customerbalance)’의 지향이 중요한 시점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신세대 직원들의 이직을 더 이상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미영 연구위원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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