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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GING/d-Issue

[THE ISSUE 1] 변혁 시대에 맞선 마케팅과 디자인의 과제


마케팅과 디자인의 관계는 과연 무엇인가?

디자인과 마케팅의 역할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필자들은 각각 두 영역에 있어서 학자 또는 실무자로서 거의 40년을 지켜봐 왔다. 25년 전에는 학술논문으로 마케팅과 디자인 실무자들의 태도가 상당히 대립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5년 전에 출간한 ‘트랜스 시대의 트랜스 브랜딩’ 저서에서는 그 간격이 많이 좁혀져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디자인과 마케팅의 괴리를 좁혀준 구심점은 바로 브랜드에 대한 인식의 공유와 마케팅 또는 디자인 표현방식의 기술적 발전이다. 본 소고에서는 변천하는 디자인과 브랜드 마케팅 환경에 있어서 기업들이 위와 같은 이슈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아 보고자 한다.

 

4차 산업의 혁명과 마케팅 또는 디자인

 

근래 최고의 화두가 이른바 4차산업혁명인데, 다양한 분야의 패러다임들이 시대에 맞춰 불가피하게 전환되고 있다. 이와 같은 대대적인 현상을 필자들은 라틴어 접두사인 <트랜스>로 칭하였다. 변화에 있어서 궁극적인 목적은 생존이기 때문에 크거나 작은 변신(transformation) 아니면 초월성(transcendence) 없이는 그 생존이 불가능해진다. 마케팅과 디자인 현장에서는 역시 변신과 초월의 면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AI를 통해 마케터의 자리가 위협을 받고 있는데, 이론이나 실무자들의 경험보다 소비자들의 행동을 자극시키는 핵심 원동력을 머신러닝을 비롯한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즉 VR(Virtual Reality)과 AR(Augmented Reality)도 마케팅에 한 몫을 하는데, 현장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정 같은 더 편한 장소에서도 점점 체험할 수 있게 됐다. 디자인의 경우, 공유 경제(sharing economy) 속에서 유니클로는 UT-Me 같은 앱을 이용하여 소비자들이 직접 본인들이 입고 싶어하는 옷을 디자인하여 주문을 할 수 있다. 그 뿐인가? 3D 프린터를 통하여 색조 화장품 같은 제품도 메이커는 물론 구매자도 원하는 모양 또는 색상을 선택하여 기획-제조-배달시간까지 다 직접 결정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공급하는 <블랙 미러 : 밴더스내치> 시리즈는 중간중간 관객이 전개내용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 기업과 소비자 간 접점은 이처럼 더 다양하고 활발해졌는데, 마케팅과 디자인의 역할이 과거에 비해 더욱 더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 < 블랙 미러 : 밴더스내치> 장면 ©NETFLIX

 

 

마케팅과 디자인 업무의 위상 승격

 

종전에는 마케팅이나 디자인은 기업에서 거의 ‘서자’ 취급을 받는 기능이었다. 그 주된 이유는 생산과 재무 그리고 회계처럼 수치로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하드’한 업무가 중시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마케팅과 디자인은 ‘소프트’하고 감성적인 측면이 더 강해 그 두가지는 투자는 많이 요구됐으나 투자 대비 성과의 평가는 애매모호했다. 그러나 한국 기업 환경에서 20년 동안 일어난 제일 큰 변화는 브랜드 중요성의 인식이다. 삼성전자와 현대 자동차처럼 브랜드 자산 평가가 이제 과거 일본의 강자 브랜드 보다 훨씬 더 높이 평가된다는 것은 제품개발 뿐만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최고 권위자인 케빈 켈러(Kevin Keller)는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지각하는 기업 또는 제품의 차별적 연상망(association network)’이라고 정의한다. 바꿔 말해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들었을 때 머리 속에서 제일 많이 떠오르는 여러 특징들이다.

 

과거에는 한국 소비자들도 먼저 제품의 성능 같은 ‘하드’한 요소들을 먼저 운운했다면 이제는 생각들이 바뀌어 성능은 ‘다 거기서 거기다’라고 인식하며 대신 마케팅의 일환인 광고를 통해 얻은 이미지 혹은 특유의 디자인, 즉 더 ‘소프트’한 요소들 가지고 브랜드를 기억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카드는 예술 콘텐츠라고 말할 수 있는 특유의 알파벳과 한글 폰트,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각종 현대카드 주최의 공연과 문화 이벤트가 브랜드 연상망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마케팅 부서들도 과거와는 달리 뒷전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CMO(Chief Marketing Officer) 또는 CDO(Chief Design Officer) 같은 수장들이 기업의 사활을 걸고 최전방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한국 문화 콘텐츠의 활용

 

한국 마케팅과 디자인의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자국 문화 콘텐츠에 대해 높아진 자긍심이다. 좋은 예가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이다. 개막식과 폐회식의 내용은 물론 나라의 문화 상징인 한글의 조형은 엠블렘과 시각시스템, 또는 메달디자인에 적용되었다. 또한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의 경우도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이모티콘으로 전개됨에 따라 기념품 아이템으로서 품절이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 2018 동계올림픽 총괄디자인 위원장 장동련 교수(우)와 장대련 교수(좌)

 

 

한국 문화의 위상 변화에 관련된 중요한 트렌드는 한류에 대한 지속적인 열풍이다. 과거에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이른바 K-Pop의 인기가 아시아로 국한되어 있었다면 이제는 BTS 같은 그룹의 맹활약과 전세계에 퍼져있는 팬클럽(ARMY)의 영향으로 우리 문화의 영역은 상당히 커졌다. 이같은 한국 문화의 ‘소프트 파워’(soft power)는 마케팅과 디자인에 잘 활용되어야 한다. 한국 브랜드뿐만 미국의 워너브라더스는 김지운 감독의 <밀정>을 제작하여 한국뿐만 아니라 한류 시장을 향해 마케팅을 했으며, 넷플릭스도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이병헌이 출연한 <미스터 션샤인> 시리즈로 한국과 여타 시장을 위해 겨냥했다. 즉 한국 문화의 콘텐츠가 한국 마케팅과 디자인에 중요한 브랜딩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이다.

 

향후 마케팅과 디자인의 과제

 

기업은 위와 같은 환경의 변화와 트렌드에 발맞춰 앞으로 어떠한 관리가 중요시 되는지 여기서 간단히 정리해보려고 한다.

 

첫째, 마케팅과 디자인의 기획은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에서 여러 부서가 의사소통 없이 부서의 전문성만 내세우는 현상을 이른바 싸일로 사고방식(Silo mentality)라고 부른다. 마케팅과 디자인은 둘 다 감성적인 성격을 지닌다는 공통점은 있으나 그 인력들의 배경이나 업무의 평가기준은 여전히 상이한 상태이다. 때문에 기업은 출발부터 마케팅과 디자인이 일치하여 움직일 수 있도록 두 부서간 협력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둘째, 소비자들은 과거에 비하여 마케팅과 디자인에 대한 목소리가 더 커졌다. 이 때문에 기업은 소비자에 더 다가설 수 있도록 그들과의 접점을 더 확대 시켜야 한다. 뿐만 아니라 매체 환경에 따라 브랜드의 모습도 시시각각 바뀔 수 있어야 하고, 여기서 디자인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브랜드 로고 같은 경우, 대형 간판과 핸드폰에서 보이는 브랜드 로고가 같을 수 없으므로 비슷하면서도 환경에 맞는 디자인이 사용되어야 한다.

셋째, 마케팅과 디자인의 중요한 원천이 콘텐츠라는 것을 알아봤다. 디지털미디어 기술이 발달되면서 다양한 콘텐츠가 요구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앞서 말한 소비자의 여정을 염두에 두고 적재적소에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해야만 그들로부터 원하는 반응을 얻을 수 있다. 과거에는 콘텐츠 수집이 어려웠지만 디지털 시대에서는 콘텐츠 수집은 많이 수월해졌다. 기업은 오히려 때로는 콘텐츠가 너무 많아 우열 가리는 것이 더 힘들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기업은 마케팅과 디자인을 위해 필요한 콘텐츠만을 정리할 수 있는 큐레이터(contents curator) 직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

 


필자들은 30여년 전

한 사람은 마케팅, 한 사람은 디자인으로 각기 다른 길을 걷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사가 합쳐진 것처럼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도 변천하는 브랜드미디어 시대에서는

자기분야만보는 습관을 초월하여

더 융합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

 


 

 

 

장대련•장동련 교수 / 연세대학교 경영학과•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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