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시대가 개막된 이후, 많은 회사들은
데이터로 세상을 모두 설명해 내려는 듯
다양한 데이터 확보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신기술의 성장 주기를 나타내는 가트너의 하이퍼사이클(Hyper Cycle)이 보여주듯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5G 등 새로운 기술이 한 해가 다르게 뜨고 지기를 반복하는 요즘에는 데이터도 트렌드를 타는 것처럼 보인다. 한때 인기를 끌면서 빅데이터 시장을 선도했던 소셜 분석. 누구나 접근이 용이했던 소셜 빅데이터가 요즘은 개나 소나 다루는 흔한 데이터로 취급받으면서 구매 데이터, 포인트 데이터, 로그 데이터 등 보다 직접적인 행동을 나타내는 정형 데이터의 위상에 다소 눌린 느낌이다.
하지만 CRM 분석가들은 내부에 있는 데이터를 다 모아도 고객이 우리 물건을 왜 샀는지, 우리 제품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하는지, 고객의 감정과 느낌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는 한 소비자에 대한 인사이트 도출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비정형 데이터에서 출발해서 정형 데이터로 향하거나, 정형 데이터에서 출발해서 비정형 데이터로 향해가는 여정 역시 빅데이터 시장이 정착해가는 과도기로 보인다. 최근에는 소비자 중심 분석이 각광을 받으면서 각종 데이터를 결합해서 분석하는 O(Operation)& X(Experience) 데이터의 통합 플랫폼으로 화두가 옮겨가는 추세이다.
소셜 데이터의 역할
그렇다면 데이터 결합 시대에 소셜 데이터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원래 소셜은 정확한 규정이 어려울뿐더러 실시간 생성되는 라이브 데이터의 성질로 인해 진단의 툴로 활용하기에는 제약이 따른다. 최근 소셜 분석을 소셜 리스닝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온라인에서 소비자가 남기는 무수한 생활의 단면들을 보면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캐치하는 것이 더 적절하기 때문이다. 소셜에서 팩트를 확인하려는 자세부터가 소셜 데이터를 잘못 보고 있는 것이다. 소셜이 뭔가?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갈까 하는 부티크 까페를 일상의 장면처럼 페이스북에 올리고, 일 년에 한번 갈까 하는 유럽 현지의 골목을 동네 마실 나온 듯이 인스타그램에 올리곤 한다. 소셜이라는 공간은 누군가에게 잘난 나의 일상을 보여주고 싶은 자랑질의 온상인 것이다. 다시 말해, 소셜은 남에게 드러내고 싶은 욕구가 무궁무진하게 표출되는 욕망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과거부터 소비자의 욕망을 잘 읽었던 기업이 결국 시장을 지배해 오지 않았던가? 따라서 소셜에서는 욕망만 건져내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소셜분석이 인기를 끌던 초기에는 모든 회사들이 대시보드만 도입하면 다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키워드 세팅도 어렵고, 가비지(Garbage)도 숱하게 나오고, 수작업이 어마어마하게 요구되는 소셜 대시보드를 통해 인사이트 있는 결과를 도출해 내기가 쉽지 않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소셜 빅데이터를 여는 열쇠를 모르는 이상 욕망의 실체에 다가가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소셜 빅데이터를 통해 원하는 마케팅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까? 소셜과 친해지려면 일단 빅데이터의 본질부터 알아야 한다. 빅데이터 하면 보통 크기(Volume), 속도(Velocity), 다양성(Variety)의 3V로 이야기된다. 하지만 이는 빅데이터의 표면적 특성이지 빅데이터로 인사이트를 얻기 위한 본질적인 접근은 아니다. 소셜 빅데이터를 여는 열쇠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빅(Big) 데이터라는 허울 좋은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첫째, 설계가 아니라 흔적이다
스몰 데이터에서는 규격화된 설계에 따라 얻은 수치가 곧 데이터였다. 하지만 빅데이터 월드에서는 소비자가 남긴 생활의 흔적들이 모두 데이터가 된다. 데이터를 굳이 흔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뭘까? 특히 소셜 빅데이터에서 흔적으로 남는 숫자는 엄밀히 말해서 우리가 기대하는 데이터가 아니다. 설문지의 사지선다를 통해 얻은 응답은 애초의 분석 목적에 맞게 정확한 수치로 변환되지만 소셜 빅데이터로는 원하는 데이터를 얻기가 만만치 않다. 소셜에서 흔적으로 남겨진 데이터들은 목적성이 결여된 채 다양한 생활의 관점들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태생적으로 가비지를 포함하고 있다. 가비지는 설문지를 통해 얻은 숫자를 정제할 필요 없이 그대로 분석했던 스몰 데이터 시절의 습성에서 나온 단어이다. 소셜을 잘 모르는 초짜들은 키워드만 넣으면 답이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큰 오산이다. 반려견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를 탐색하기 위해 ‘강아지’를 넣으려고 할 경우에는 우리집 애완견 외에 할머니들의 전유물인 똥’강아지’의 존재도 동시에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흔적이 데이터로 쌓이게 된 배경까지 분석에 포함되어야 진정한 빅데이터 분석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질문이 아니라 관찰이다
흔적에서 데이터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는 일단 접근부터 달라야 한다. 빅데이터는 스몰 데이터로 증거를 찾아내던 방식에 역행하는 프로세스로 진행된다. 분석 목적에 맞춰 데이터를 수집하는 하향식(Top-down) 방식이 아닌, 다각도에서 무작위로 속출하는 데이터 중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발굴하는 상향식(Bottom-up)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즉 분석가의 머리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행동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커피 시장의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는 키워드 입력 창에 ‘커피 트렌드’라고 넣는 것이 아니라 요즘 뜬다는 ‘카페스타그램’을 넣어야 하는 것이다. 소셜 빅데이터를 다룰 때는 구조적인 사고보다 탐구적인 자세가 더 필요하다. 한 세제 제조업체가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소비자의 세제 사용 행동을 관찰하면서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세탁을 끝낸 소비자들이 세탁물이 얼마나 깨끗하게 빨렸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냄새를 맡는다는 것이다. 질문과 관찰은 이렇게 다르다. 이것이 소셜 분석이 소비자 조사와 다른 지점이다. ‘아무것도 안 나와요’를 풀 수
있는 소셜 분석의 열쇠는 ‘소셜 상에 흘려진 욕망의 증거들을 수집해 낼 수 있는 살아있는 소비자 키워드’를 집요하게 찾아내는 것에 있다.
셋째, 분석 이전에 상상이다
망원경이 생기기 전까지 인간은 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존재하는지 알지 못했다. 망원경이 생기고 난 후에는 지구가 은하계에 속한 극히 작은 행성 중에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몇 백억 광년에 이르는 상상조차 안 되는 우주, 우리는 어떻게 범접할 수 없는 광활한 공간에서 지구를 둘러싼 행성들의 규칙을 발견하게 되었을까? 밤하늘 아무 곳에나 망원경을 들여다본다고 알 수는 없다. 유일한 방법은 연구자가 그럴싸하다고 세워놓은 가설을 나침반 삼아 더듬어 보는 것이다.
우리가 가설이라고 부르는 이것은 빅데이터 분석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가설이란 무엇인가? 사실 가설적 사고는 우리에게 상당히 익숙한 것이다. 우리는 경험과 지식에 근거해서 원인과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를 자연스럽게 학습한다. 언제부터인가 날씨가 따뜻하면 미세먼지가 심해질 것을 직관적으로 알게 되지 않았는가. 이러한 관계성은 어떻게 알게 되는 것일까? 고민과 관찰의 결과이다. 소셜 빅데이터 분석가들은 ‘혼술’이 지고 ‘홈술’이 뜨는 이유를 52시간 근무제로 바뀐 저녁의 장면과 연결해낸다. 이런 관점에서 ‘맥주+호프집’의 버즈량은 감소하지만 ‘맥주+집’의 버즈량은 점점 증가하는 것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빅데이터 분석의 핵심 기술이 나온다. 어떤 마케터도 쉽게 장착하지 못했던 기술. 빅데이터 시대를 기점으로 새롭게 장착해야 하는 기술. 바로 관찰과 상상을 통해 소비자를 둘러싼 가설을 설정해 내는 데이터 창의력(Data Creativity)이다.
이제는 다들 소셜만 가지고는 안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 소셜만 가지고는 안된다. 그렇다고 정형 데이터만으로도 안된다. 하나의 데이터에서 완결된 답을 얻으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접근이다. 왜냐하면 데이터마다 소비자의 행태들을 읽어내는 단면이 다르기 때문이다. 각 데이터는 그 나름대로 담고 있는 소비자의 모습이 있다.
‘소셜이 틀렸다’, ‘소셜만으로는 부족하다’가 아닌, ‘
소셜만이 갖는’으로 소셜 데이터의 본질을 파악하려고 집요하게 다가갈 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소비자들의 삶이 온전히 보일 것이고
그들의 욕망에 다가가는 열쇠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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