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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GING/d-Issue

Z세대의 금융, 자이낸스

 

글 오혜신 /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학·석사, 샌드박스네트워크 데이터랩에서 데이터사이언티스트로 활동한다. <뉴미디어 트렌드 2022> 공저.

 


 

돈은 언제나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이지만, 지난 몇 년만큼 남녀노소를 불문한 전 국민이 투자와 재테크에 열을 올린 적이 있었을까. 특히 한때 ‘욜로’와 ‘플렉스’를 외치며 자유분방한 소비를 즐기던 젊은 세대가 이제 투자에도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한창 자리를 잡아가는 밀레니얼 세대는 두말할 것도 없고, 상대적으로 소득이나 자산이 적은 Z세대도 투자에 대한 열정은 뒤지지 않는다. Z세대의 금융을 ‘자이낸스(Z세대+finance = Zinance)’라고 부르며 업계에서 주목하는 이유다.

 

위기의식이 불러온 전 국민 재테크 열풍

우리는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이유를 이미 알고 있다. 바로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 즉 나만 뒤처지고 소외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MZ세대는 공통적으로 성장과정과 청년기에 큰 경제 위기 및 불황을 경험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근로 소득만으로는 계층 사다리를 올라갈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졌다. 이에 아무런 대비 없이 발만 동동 구르기보다는 일찍부터 스스로 투자와 재테크를 공부해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기로 선택하는 것이다. 특히 Z세대는 이른 시기부터 투자에 눈을 뜨게 됐다.

코로나19 초기에 주식시장이 폭락했을 때 이들은 겁먹지 않고 과거 사례를 교훈 삼아 주식 투자를 시작하는 기회로 삼았다. 이어 미국 주식시장까지 거침없이 진출하며 동학개미를 비롯 서학개미 군단을 형성했다. 대출도 자산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뿐 아니라 가상화폐와 NFT 등 이해하기 어려운 크립토 시장에 대해서도 공부하며 직접 투자해보는 데 거리낌이 없다. 지금의 Z세대는 예전의 20대나 사회초년생과 비교해보면 금융에 관한 한 그 영리함과 기민함의 수준 자체가 다른 존재들이라고 할 수 있다.

 

(좌) 토스의 만보기 포인트 모으기 화면 (우) 카카오뱅크 저금통 상품 설명 / 출처 토스 유튜브, 카카오뱅크 앱스토어

 

Z세대가 투자하는 법

이외에도 투자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다. ‘소액’과 ‘간편함’이 키워드다. Z세대는 시드머니가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모바일 플랫폼과 IT 기술에는 빠삭한 디지털 네이티브인 만큼 다양한 앱과 서비스를 이용해 적은 금액으로 분산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일단 가벼운 종류로는 짠테크, 앱테크 등으로 불리는 서비스다. 목표만큼 걷기, 퀴즈 풀기 등 미션을 수행하고 포인트를 받는 토스의 서비스, 내 계좌의 잔돈을 자동으로 저축해주는 카카오뱅크의 저금통 서비스 등은 소소한 재미와 혜택을 제공하며 Z세대를 앱에 더 오래 붙잡아둔다.

조각투자도 인기 영역이다. 명품, 부동산, 미술작품 심지어 음악 저작권까지 다양한 자산의 소유권을 쪼개 개인이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게 한다. 투자자는 자신의 지분만큼 시세 차익이나 임대 수익을 배당받는다. 고액의 자산가들만 투자 가능하던 고가의 자산에 대해 지분 소유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금전적인 이익에 더해 심리적인 만족까지 함께 얻을 수 있는 상품으로 젊은 고객층의 인기를 끌고 있다.

 

기업의 리셀 플랫폼 (위) 무신사의 솔드아웃 (아래)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의 크림 / 출처 솔드아웃, 크림 홈페이지

 

희소성 있는 제품을 구입해 프리미엄을 얹어 되파는 리셀테크도 각광받는다. 특히 스니커즈는 비교적 적은 투자 금액으로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어 Z세대에게 인기다. 리셀가 수백 만원에서 천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 스니커즈도 있다. 이러한 인기에 패션테크 무신사의 솔드아웃,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의 크림 등 기업들도 속속 리셀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었다.

 

자이낸스의 시작은 손가락에서

이 모든 투자 상품은 스마트폰으로 시작할 수 있다. 사실상 Z세대에게 엄지손가락으로 터치 불가능한 생활 영역은 없다고 봐야 하고, 금융도 예외는 아니다. 딱딱하고 복잡했던 금융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들에게 가장 익숙한 금융 창구는 은행 방문이나 인터넷 뱅킹이 아닌 금융앱이다. 또 가장 익숙한 금융기관은 이미 은행이 아니라 인터넷 은행과 핀테크 업체다. 하나금융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MZ세대가 생각하는 중요 금융기관 1위는 카카오뱅크로 나타났다.

Z세대에게 금융은 앱으로 제공되는 여타의 서비스들과 다르지 않다. 은행앱도 쇼핑앱이나 배달앱만큼 쉽고 직관적이기를 바란다. 금융 기업들이 IT 서비스의 관점에서 사업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는 바로 이러한 니즈를 충족시키며 Z세대의 대표 금융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토스증권은 MTS로서는 파격적일 만큼 쉽고 간편한 UI/UX를 적용해 2030 세대 초보 투자자를 빠르게 이용자층으로 흡수했다. 카카오뱅크는 모임원 모두가 쉽고 빠르게 회비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모임통장 서비스를 출시해 약 3년 반 만에 천만 명(중복 포함)이 넘는 모임원을 모았다. 이 중 20대 이하의 비중은 27.1%, 30대는 34.7%에 달한다.

 

카카오뱅크는 모임통장의 잠재력에 주목, 이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전략과 프로모션을 진행할 방침이다. / 출처 카카오뱅크 유튜브

 

Z세대가 스마트폰 속에서 엄지손가락으로 찾고자 하는 것은 비단 기술의 편리함 뿐만은 아니다. 이들은 스마트폰 속 콘텐츠에서 정보를 찾고, 재미를 느끼고, 유대감을 나눈다. 각종 커뮤니티와 인플루언서는 투자 학교이자 선생님이다. 유튜브나 틱톡에서는 경제와 금융에 대해 다루는 무수한 콘텐츠를 찾을 수 있다. 슈카월드, 삼프로TV, 신사임당 등 구독자 수가 약 200만 명에 달하는 대형 크리에이터들도 등장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투자자들은 유익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공유하며 일종의 느슨한 연대감을 형성한다. NFT 생태계에서도 홀더들의 커뮤니티는 가장 핵심적인 구성 요소다.

토스증권의 예에서 다시 한번 콘텐츠와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토스증권은 초기에 간편한 사용으로 관심을 끌었지만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주식 1주 선물받기’ 이벤트다. 신규 계좌를 개설하는 고객에게 주식 1주를 제공하는 이 행사는 SNS와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끌었고, 이후에는 읽기 쉽고 알찬 정보를 담은 자체 투자 콘텐츠, 토스증권 내의 커뮤니티 기능이 이용자를 붙잡아두는 차별화 요소가 됐다. 뱅크샐러드에서는 주식 종목별로 유저의 실제 투자내역(보유 수량, 평단가)이 작성 글에 표시되는 ‘주주모임’ 커뮤니티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위) 토스증권이 제공하는 투자 관련 콘텐츠 (아래) 뱅크샐러드의 커뮤니티 서비스 / 출처 blog.toss.im, 뱅크샐러드 유튜브

 

그동안 다양한 업계에서 젊은 세대를 MZ세대로 뭉뚱그려 타기팅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점차 Z세대를 분리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직 직접적인 구매력은 떨어지지만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파급력을 가지고 있으며, 머지않아 밀레니얼 세대를 제치고 핵심 고객층으로 부상할 세대이기 때문이다. 금융 브랜드들도 Z세대의 니즈를 공략해 인지도와 선호도를 높여가야 함은 분명하다. 앞으로 금융업계의 혁신과 발전은 Z세대의 손가락 끝에서 펼쳐지는 금융, 자이낸스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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