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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GING/d-Issue

경쾌하고 힙한 MZ세대의 환경윤리

 

글 김효정 / 주간조선 기자

 


 

MZ세대에게 환경문제는 책에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스타일’과 관련이 있다. 윤리적 문제나 이념적 태도가 아니라 삶의 양식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잠시 MZ세대 힙스터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MZ세대 힙스터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모델이 입을 법한 단순한 실루엣의 옷에 애플워치를 손목에 찬다. 에어팟을 귀에 꽂고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발을 구른다. 채식주의자일 가능성이 높고,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를 타고 다닐 때가 많다. 취향에 맞는 동호회 하나쯤에는 참석할 것이고, 혼자서 여행도 곧잘 떠난다.

이렇게 요약해놓고 보면 MZ세대 힙스터란 원래 힙스터의 정의에는 조금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원래 힙스터는 대중과는 다른 자신만의 취향을 좇는 사람들로 비주류 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꽤 오래된 용어다. 1940년대부터 이 말이 존재했다.

 

 

당시 힙스터는 흑인 재즈 뮤지션을 추종하며 일정한 직업이나 거처 없이 떠돌아다니던 백인 청년들을 가리켰다. 이들의 주된 정서는 주류에 대한 분노, 저항이었다. 동시에 불확실한 상황에서 비롯된 패배의식, 허무주의, 비관주의 같은 상념에 빠져 있었다. 힙스터가 만들어나가는 하위문화, 이를테면 랩, 레게, 펑크 등은 대중문화의 반문화(counter-culture)로서, 기성세대의 안정적인 삶과 보수적인 관념에 저항하는 방탕하고 반항적인 인식을 깔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힙스터의 모습은 이전과 사뭇 다르다. MZ세대 힙스터는 체제에 저항해 선로를 일탈하는 대신 ‘선택’한다. 저항의 의미를 가진 소품을, 삶의 양식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대개 소비로 실천된다. 위에서 설명한 옷과 애플워치, 에어팟과 나이키 운동화처럼 MZ세대를 힙스터로 ‘보이게 하는’ 것들은 모두 소비로 갖춰진다. 채식주의나 자전거 타기 같은 삶의 양식은 적극적인 저항 행동이라기보다 소극적인 저항 ‘스타일’에 가깝다. 더 이상 세계의 전복을 꿈꾸지 않는 MZ세대 힙스터는 순응하는 세계 안에서 저항의 스타일을 갖추려 노력한다. 이를 위해 많은 MZ세대가 힙스터처럼 행동하고 꾸민다.

 

스타일, 참여, 소비가 키워드

이는 환경문제에서도 중요하다. MZ세대에게 환경은 윤리가 아니라 스타일의 문제다. MZ세대는 다른 세대와 마찬가지로 기후위기 문제가 심각함에 동의한다. 여론조사 결과(한국갤럽이 글로벌 여론조사 네트워크 WIN과 함께 전 세계 39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 ‘지구 온난화는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의 MZ세대는 93%로 39개국 평균인 85% 보다 훨씬 높다. 특히 이들은 문제의 일차적인 책임이 정부와 기업에 있다고 인식한다. 조사 결과(한국갤럽이 녹색연합의 의뢰로 2021년 9월 실시)를 보면 기후위기의 책임이 개인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MZ세대는 5명 중 1명 정도에 그쳤다.

그러니까 MZ세대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확실히 인지하고, 그 책임소재에 대해서도 명확히 파악하고 있다. 정치권력과 자본이 그동안 행해왔던 활동의 결과가 환경문제를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을 잘 안다는 것이다.

 

기업의 친환경 활동에 대한 MZ세대의 인식

 

그렇다면 기후위기를 해결할 실천 방안을 어디에서 찾을까? 녹색연합의 조사 결과에서 MZ세대는 기업에 대한 규제, 에너지 절감 정책 마련 같은 실천 방안에 대해 다른 세대와 비슷한 동의 정도를 보였다. 눈에 띄는 것은 ‘새로운 사회경제 시스템으로의 전환’이라는 대안의 동의 정도다. 기성세대가 구조적 변화에 상당수 동의하는 것과 달리 MZ세대의 동의율은 10% 정도 낮았다.

다시 말하면 MZ세대는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거대한 전환을 바라지는 않는다. 비판적인 태도를 가지지만 결코 맞서 싸우지 않는다. 오히려 투쟁하지 않고 얻어낼 수 있는 결과에 관심이 있다.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는 MZ세대가 친환경 활동을 하는 기업에 호의적인 이유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MZ세대의 68.8%는 기업의 친환경 정책을 긍정적으로 본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친환경 활동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겠다는 응답도 71%에 달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MZ세대의 친환경 활동은 결코 무겁지 않다. 환경 운동가 대신 친환경 활동을 하고 싶어한다. 활동은 구호와 선언, 책임과 윤리 같은 엄중함에서 다소 빗겨나 있다. 대신 경쾌하고 힙하다. 구체적인 활동을 하고 자신을 먼저 바꾸려 한다.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우며 달리는 플로깅(Plogging)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KT&G 상상마당 부산 X 스윔웨어 브랜드 딜라잇풀이 진행한 비치코밍(Beachcombing) 캠페인. 해변을 걸으며 표류물과 쓰레기를 빗질하듯 쓸어 담으며 이때 발견한 조각들로 액세서리나 예술품을 만들기도 한다. / 출처 sangsangmadang.com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질문을 통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환경 캐릭터(환경 부캐)를 찾고 환경보호 방법을 제안하는 테스트. 한성자동차의 ESG 캠페인 <드림그린타운>의 일환으로 MZ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 출처 town.dream-gream.co.kr

 

더 중요한 것은 MZ세대의 친환경 활동이 소비 활동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강조하지만 MZ세대 힙스터는 자신의 태도를 실천하기 위해 스타일을 갖춘다. 즉 소비를 한다. 환경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지향하는 가치에 맞는 가치소비에 관심이 있다는 조사 결과는 매우 많으며 이로 인한 소비 트렌드는 매일 새롭게 등장한다. 비건, 제로웨이스트, 업사이클링 등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즉 MZ세대의 환경에 대한 문제인식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소비’ 두 단어를 고려해야 한다. 이들은 환경을 위해 소비한다. 보다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이고, 무엇보다 구체적일수록 이들의 눈에 띄기 쉽다. 테이프를 이용하지 않는 택배 포장, 플라스틱 캡을 제거한 물티슈 용기 등은 MZ세대의 호응을 얻는다. 사소한 이슈 하나가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의 입소문을 타고 기업의 이미지를 친환경적으로 만든다. 그러니 구호를 만드는 것보다 구체적인 사례 하나를 만들어내 보자. 그게 환경을 생각하는 요즘의 MZ세대에게 어필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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