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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GING/d-Issue

[THE ISSUE 2] 소비자의 마음 읽기, 소셜 리스닝

                                       


Data-Driven Marketing으로 가는 첫걸음


 

 

 

소셜미디어는 모바일 혁명의 대표적 산물이다. 이제 유수의 글로벌 기업은 브랜드 마케팅을 기획할 때 브랜드 광고나 초대형 이벤트를 먼저 떠올리지 않는다. 대신 소셜미디어에서 어떤 콘텐츠를 어떤 경로를 통해 유통시킬지 고민한다. 국내도 이런 움직임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소셜미디어 분석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져 소셜 애널리틱스, 소셜 리스닝, 소셜 모니터링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소셜 분석의 본질이 소셜 이용자가 언급한 ‘날것’의 정보들을 빨리, 광범위하게 감지(sensing) 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반응을 하거나 사전에 적절한 메시지를 설계하여 적절한 채널을 통해 발신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에서 소셜 리스닝이란 명칭이 이를 더 잘 반영한다. 잘 말하기 위해서는 잘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소셜 리스닝에 대한 이해와 오해

 

소셜 리스닝은 과거 샘플링 조사를 통해서는 도저히 얻을 수 없었던 규모의 정보와 즉시성을 제공하고 있다. 만약 소비자의 평판과 구전이 브랜드의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라면 소셜의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적절한 대응 프로그램을 수립하는데 최상의 도구이다. 시장과 그 트렌드에 대한 이해, 브랜드와 기업에 대한 평판, 그리고 캠페인과 이슈에 대한 트래킹을 위해 이보다 실질적인 수단은 없다. 공개된 전수의 소셜 언급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소셜 리스닝은 출범 당시의 기대와 관심에 비해 활용과 성과 측면에서는 아직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소셜 리스닝을 단지 ‘트렌디한’ 분석방법으로 인식하거나 전통적인 소비자조사를 완벽히 대체할 만병통치약처럼 남용한 데에서 비롯된다.

 

첫째, 소셜 데이터는 소비자의 행동 데이터가 아니다. 소셜 데이터는 소비자가 자신의 의사를 소셜미디어 상에서 언급하거나 타인의 언급을 재전달한 결과이다. 물론 사람들은 대세를 추종하는 경향성이 존재하고, 자신의 판단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 때는 타인의 의견을 더 많이 참고한다. 따라서 근미래에 일어날 소비자 행동의 변화를 어느 정도 예측해 주는 역할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완벽히 행동의 결과를 담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가능성이다. 또한 소비자의 속마음을 모두 담고 있지도 않다. 소비자는 소셜 상에서 자신의 모든 구매행동을 언급하지는 않는다. 또 일상적이거나 타인으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가능성이 낮은 소비나 브랜드에 대한 태도는 오히려 숨길 가능성이 더 크다. 따라서 내면적인 태도나 행동을 일으킨 동기에 대한 인과관계는 전통적인 조사가 더 세심하게 밝혀낼 수 있다. 마케터에게 중요한 것은 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제 퍼포먼스를 내는 것이다. 더 새로운 기법, 더 우수한 방법을 골라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브랜드가 어떻게 강화되고 어떻게 사업 성과로 이어지느냐에 있다.

 

둘째, 소셜 리스닝은 ‘AI류’가 아니다. 소셜 데이터 역시 그 규모가 말 그대로 ‘빅데이터’이기 때문에 사람의 통찰력만으로 읽어내기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동화된 시스템과 분석 도구의 도움이 필요하다. 소셜 데이터의 수집, 분류, 분석 도구들은 패키징 되어 시스템화된 대시보드 형태로 제공되는데 이것이 소셜 리스닝을 AI류의 분석 기법으로 오해하게 만든다. 소셜 리스닝 시스템이 제공하는 것은 수집과 분류, 필터링, 그리고 수집된 데이터를 사전에 정의한 알고리즘에 따라 관계 분석한 것이 전부이다. 시스템 자체가 해답을 주지는 않는다. 해답을 찾는 것은 오롯이 사람의 몫이다. 향후 AI가 탑재된다고 하더라도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잘 알려진 알파고나 알렉사조차도 자기주도적인 정보 수집과 문제해결능력은 제한적이며 그보다 훨씬 복잡한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머신이 파악해서 솔루션까지 주는 것은 영화 속의 일일뿐이다.

 

마지막으로, 소셜 리스닝은 미래 예측의 도구가 아니다. 물론 소셜 리스닝을 통해 얻어지는 정보로 트렌드를 예측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은 통계적 기법에 의한 것일 뿐 미래의 결과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소셜 리스닝에서 버즈의 증감은 매우 급격히 일어나기도 하고 서서히 경향성을 띠고 일어나기도 한다. 후자의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전자의 것은 불가능하다. 또 서서히 경향성을 띠고 일어난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추세를 바탕으로 한 확률적인 예측일 뿐이다. 예측의 정교성을 위해 여러 영향인자들을 규명하고 더 정교한 모델링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매우 특별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위한 경우에 국한될 뿐 대부분의 트렌드 파악과 마케팅 의사결정의 상황에서 그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이 합리화되기는 어렵다. 그 분석 결과가 나올 무렵 세상은 또 변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주도 마케팅에서의 역할

 

지금, 많은 글로벌 기업의 화두는 콘텐츠이다. 어떻게 하면 소셜 생태계를 통해 브랜드와 스토리, 그리고 1 대 1의 관계를 강화하여 사업 성과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고민이 그것이다. 물론 이 화두는 이들 기업이 속한 시장에서는 이미 적확한 소비자를 적확한 채널에서 만날 수 있는 데이터 주도 인프라가 상당 부분 갖춰졌기 때문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내의 경우 자사 오디언스를 파악하고 연결할 기술과 인프라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두 가지 토끼를 한 번에 잡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데이터 기반 인프라는 기업의 노력뿐 아니라 제도, 관련 생태계의 조성 등 한두 기업의 노력만으로 될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이해관계자 간 보다 근본적인 합의와 논의가 되어야 할 대목이다.

 

반면 소셜 생태계 속에 브랜드를 적절히 위치시킬 콘텐츠를 생성하고 유통할 역량은 인프라와 별개로 시작할 수 있으며 소셜 리스닝은 그 역량을 갖추는데 중요한 정보 기반이 된다. 우리나라만큼 창의적인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생성해내는 나라는 드물다. 그러나 그 콘텐츠가 브랜드를 위해 제대로 기여하고 있는지, 적절한 타깃 오디언스로 전파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브랜드-소비자 관계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통합적 시각을 갖췄는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우리가 소셜 리스닝을 새롭게 보고, 태생적 강점에 더 집중해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금 소셜 리스닝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시장을 모니터링하는 새로운 기법이라서가 아니라 콘텐츠의 기획과 유통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첫째, 소셜 리스닝은 빠르고 깊이 있게 시장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전통적인 소비자 조사는 아무리 짧게 잡아도 1~2개월은 소요되고, 2차 자료만으로 시장을 이해하자면 그 자료도 빈약하여 대부분이 상품, 서비스의 산업적 시각에 기초해 작성된 것들이라 틀을 깬 인사이트를 얻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셜 리스닝은 실시간으로 소셜 상에 공개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우리 브랜드와 관련된 환경이 우호적인지, 적대적인지 그리고 그것이 심화되고 있는지 경감되고 있는지 빠른 시간 내에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둘째, 콘텐츠의 론칭, 점화, 확산 패턴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콘텐츠의 목적과 성격에 따라 채널별 역할이 달라지는데 소셜 리스닝을 통해 과거 또는 유사 사례의 패턴을 도출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콘텐츠의 스토리텔링 목적에 맞는 채널과 콘텐츠의 형식을 결정하는데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성공과 실패를 점검할 기준이 될 패턴과 목표 수준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셋째, ‘날것’의 소비자 언어와 반응을 캐치함으로써 보다 소비자의 언어로서 소통할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다. 전통적인 조사는 조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구조화된 설문 또는 가이드라인을 사전에 설정하기 때문에 인과관계의 규명은 더 명확할 수 있는 반면 ‘날것’의 소비자 목소리는 정제되어, 인지도와 선호도 같은 통계수치로 변환되어 그 생기를 잃어버린다. 소셜 리스닝을 통해 얻어지는 언어와 인스타그램의 이미지는 브랜드의 호흡을 실제 소비자들의 것과 가깝게 해 준다.

 

 

넷째, 캠페인 중 수시로 콘텐츠를 수정할 수 있다. 모든 콘텐츠가 모든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지는 못한다. 또 콘텐츠의 내용이 어필 가능한 것이라 하더라도 디테일에서는 소비자의 거부감을 자아낼 수도 있고 때로는 열광하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 국면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그 콘텐츠는 의미 없는 것으로 그치게 되고 심할 경우 오히려 브랜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감지와 반응의 속도, 적절성, 그것이 브랜드를 강하게 해 줄 소셜 리스닝의 요체이다.

 

 

‘초연결사회’라고 한다. 내가 발신한 메시지를 수신한 오디언스는 오디언스로 그치지 않고 또 하나의 미디어가 되어 다시 그 메시지를 재생산하는 시대이다. 한동안 소셜 리스닝은 ‘빅데이터 분석’이라는 조금은 과한, 조금은 불명확한 이름이 붙음으로써 자신의 장점보다는 만병통치약임을 입증해야 하던 시절이 존재했다. 그러나 디지털이 주류로 떠오른 지금 그 장점의 고갱이를 살려 새로운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혁신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왔다. 지금 디지털의 양대 화두는 적확한 소비자와 연결하는 기술과 그 연결을 살아있는 성과로 바꾸어 줄 콘텐츠의 창출 역량이다. 소셜 리스닝은 창의적인 콘텐츠 기획자가 자신의 재능만이 아닌 소비자의 코드에 바탕해 더 효과적인 콘텐츠의 생산을 돕는데 적합한 시스템이다.

 

즉 더 나은 분석과 창의를 위한 보조 시스템으로서 그 가능성을 한껏 활용할 시점이다. 컴퓨터는 에니악과 메인 프레임 시절에서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인간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더 깊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도록 보조해 주는 훌륭한 지원도구로 존재해 왔다. 컴퓨터가 더 발전할수록 인간의 역할도 더 진화해 온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데이터를 더 정교한 방법으로 분석해낼 사람이 아니라 데이터에 담긴 의미를 잘 읽고 데이터에 담긴 소리를 잘 들음으로써 더 나은 콘텐츠를 생성해 낼 마케터와 기획자들이다.

서헌주 / 빛 브랜딩샵과 작은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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