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GGING/Insight

[M Report] 나 혼자 잘 산다

 

글 이주영 / 남성 패션 매거진 <아레나옴므플러스> 편집장

 


 

영화 <나 홀로 집에>는 어쩔 수 없이 낙오된 아이를 다뤘지만, 현대 도시인은 의도적으로 혹은 필연적으로 혼자 산다. 그런데 그 수가 무한 증식할 가능성이 크다. 바꿔 말해 굉장한 가치를 지닌 시장이다.

 

1인 가구는 흥행 아이템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오랫동안 좋은 시청률을 얻고 있다. 이는 곧 홀로 사는 1인 가구가 적지 않음을 상징하는 것이며 동시에 혼자 사는 이들로부터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바일 것이다. 이외에도 1인 가구를 위한 유사 프로그램이 적지 않다. 그만큼 ‘나 혼자 잘 산다’고 주창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음의 반증이다.

2021년 통계청 인구 총 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1인 가구 비율은 전체의 33.4%, 1인 가구 수는 총 716만 5,788 가구다. 지금은 훨씬 증가했을 게 뻔하다. 서울시가 1인 가구 잔류 희망에 대한 설문을 시행한 적이 있다. 1위는 ‘간섭받지 않는 독립된 생활’로 73.1%를 기록했다. 다음은 ‘나 자신을 위한 투자 지출 가능’으로 31.3%였다. 이제 홀로 사는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해야 할 때다. 아니 이미 그랬고, 시장은 더 그쪽에 초점을 맞춰 형성되고 있다.

 

진양철 회장의 솔로 이코노미

작년 말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속 진양철 회장은 1인 가구 마케팅에 대한 기막힌 대사를 내뱉었다. 그룹 산하 가구 매장에 방문해 판매 매출 부진을 지적하며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에 대한 마케팅적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장면이 그것. “사람 머릿수는 준다케도 1인 가구 수는 앞으로 쭉 는다카데. 그라믄 집집마다 하나씩 팔아먹던 소파를 방방마다 팔아먹는 그런 세상이 온다는 말 아이가”라는 것. 바로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 주택, 식품, 소형가전 등 관련 산업에서 혼자 사는 싱글족을 겨냥해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경제)’에 대한 예측이었다.

 

출처 tv.jtbc.co.kr

 

사실 솔로 이코노미라는 용어는 오래전부터 대두되던 트렌드 용어였다. 하지만 이것이 구체화되고, 형상화되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전부터가 아닐까 싶다.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기업의 제품 개발 및 마케팅 실천은 홀로 사는 이들이 자신을 위해 돈을 쓸 준비가 됐기에 가능해졌다. 바로 취향을 중시하는 MZ세대론이 대두되면서부터다. 새로운 소비자 집단은 자신의 취향에 적합하면 아무리 비싸도 사고야 마는 특성을 가진다. 동시에 가성비와 가심비를 따지기도 하는 양극화된 현상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어떤 분야에서 1인 가구를 사로잡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을까?

 

홀로 잘 살게 해주는 전자제품

앞서 진양철 회장이 말했듯 가구는 물론 전자제품 및 인테리어 분야에서도 1인 가구 타깃이 도드라진다. 좁은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침대 위 책상과 식탁, 모바일 없이는 1분도 진정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누워서 보는 거치대, 소량의 요리가 가능한 마이크로 웨이브 등 셀 수 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독보적인 두 제품이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맞불을 놓은 이동형 TV다. 하나는 ‘스탠바이미’라 불리고 또 하나는 ‘더세로티비’라 명명됐다. 굳이 1인 가구용이라고 특정할 수는 없지만 1인 가구에 적합한 형태의 TV다. 한 곳에 붙박이로 두기보다 여기저기 옮길 수 있다는 이동성이 가장 큰 장점이다. 심지어 세로 버전 영상이 숏폼 콘텐츠의 주가 되는 시대에 모니터를 회전할 수 있다는 것, 이 얼마나 독창적인 아이디어인가.

 

(위 좌측부터 시계방향) LG전자 스탠바이미, LG 틔운 미니, 삼성전자 The Sero / 출처 @lgelectronics_kr, @samsungkorea

 

또 하나는 나도 잘 사용하고 있는 LG전자의 가정용 식물 재배기 ‘틔운’이다. 대부분 1인 가구의 주택 형태상 화분에 식물을 키우려면 손도 많이 갈뿐더러 자리도 마땅치 않다. 틔운 라인업 중 1인 가구에게 포커싱 한 ‘틔운 미니’는 작은 꽃 바구니만한 크기에 모종 한 판을 넣고 영양제와 물을 채우면 재배 준비가 끝난다. 1주일 정도면 싹이 트고 꽃망울도 피어난다. 바질, 상추 등과 같은 식용 채소도 혼자 먹을 만큼은 충분히 재배된다. 동시에 관상용으로 심신의 안정을 주기도 한다. 나의 경우도 이 제품을 통해 신기한 경험을 했다. 재배에 일말의 관심도 없던 내가 때가 되면 물을 갈고 영양제를 넣어주었으니 말이다.

 

귀찮은 도시인에게 도움을

1인 가구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 전략 중 제일은 서비스 업종이 아닐까 싶다. 혼자 사는 젊은 세대 대부분은 청소, 정리, 세탁 등에 꽤나 귀차니즘을 느낀다. 사람을 부려 청소를 대행하는 서비스는 이미 존재한다. 하지만 1인 가구 특화 서비스는 꽤나 돋보이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청소연구소’라는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정기 청소는 일종의 가사 도우미 역할을 해준다. 그러나 1회 청소, 부분 청소 등은 1인 가구에 적합하다. 화장실 또는 냉장실을 선택하면 합리적 비용으로 청소를 받을 수 있다.

 

(좌) 홈클리닝 앱 청소연구소 (우) 모바일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 / 출처 play.google.com, @laundrygo.life

 

빨래 서비스도 1인 가구에게 친숙하다. ‘런드리고’ ‘세탁특공대’ 등으로 모두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다. 신청하고 빨래를 내놓으면 깔끔하게 세탁된 옷이 돌아온다. 마치 해외 출장 중 호텔에서 해주는 세탁처럼. 여기에서도 소비자의 취향에 따른 차이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런드리고는 세탁물을 박스에 수거, 배달한다. 세탁특공대는 비닐을 사용한다. 지인은 박스가 불편해 후자를 자주 이용한다고 했다. 또 혹자는 비닐보다는 박스 형태 전달이 저 좋다고도 한다. 이건 취향의 문제일 뿐이다. 굳이 건조기를 사지 않고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먹고 즐기고 돌보다

마지막으로 돋보이는 게 바로 음식 관련이다. 모두 경험해본 적 있지 않은가? 집밥을 위해 장을 본 후 한 끼 해먹고 남아 버리는 식재료가 더 많다는 걸. 짜장면이 먹고 싶은데 눈치 보여 짬뽕까지 함께 배달시켰던 기억들. 2인용으로 제작된 밀키트도 버거울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에서도 1인용으로 제작된 음식이 꽤 많이 보인다. 특히 배달앱은 경쟁적으로 1인분 배달을 강조한다. 요리하는 이들은 대형 마트보다는 앱상의 배민마트, 마켓컬리 등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1인 가구를 위한 기업의 마케팅이 실제로 굉장한 성공을 거둔 결과다.

 

(좌부터) 반려동물 케어 서비스 펫봄, 펫트너, 펫플래닛 / 출처 @petbom_hello, @petner_official, @petplanet.co

 

1인 가구에는 실제 1인과 또 다른 가족이 함께 하는 경우도 많다. 바로 반려동물이다. 혼자 사는 이들은 일도 해야 하고 라이프스타일도 즐겨야 한다. 동반가족이 있는 경우는 나 말고도 반려동물을 돌볼 추가 인력이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1인 가구는 그렇지 않다. 사랑하는 또 다른 가족 구성원이지만 어쩔 수 없이 홀로 남겨진다. 그 시장을 마케팅적으로 뚫은 사례가 바로 ‘펫시팅’ 앱이다. 대표적으로 ‘펫봄’ ‘펫트너’ ‘펫플래닛’ 등이다. 이 앱은 1인 가구가 단시간 또는 장기간 집을 비울 경우 유용하다. 강아지, 고양이 등을 돌봐줌은 물론 반려동물 집 청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전문가들이 펫시팅을 해주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다는 걸 전략적으로 내세운다.

 

다양한 분야에서 1인 가구를 위한 서비스, 제품 개발 등이 한창이다. 다양한 시대적, 환경적,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1인 가구 수가 증가하는 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좀 더 미시적 관점에서 마케팅이 펼쳐지고 있지만 미래에는 모든 것이 1인 가구를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심산이 크다. 일종의 열려 있는 블루오션인 셈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