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신진섭 / 게임 칼럼니스트. 톱데일리 신문사 기자로 일한다.
편의점, 치킨, 놀이공원, 주류, 주유소까지. B2C 제품 다수가 게임과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게임 콜라보 마케팅 전성시대라 부를 만하다. ‘스타크래프트’가 1998년에 출시됐으니 국내에 게임이 대중화된 게 20년이 넘었는데, 최근 들어 게임과의 콜라보 마케팅이 유독 뜨겁게 느껴진다.
남녀노소 모두를 사로잡은 게임
게임 콜라보 마케팅 사례가 증가하는 주요인으로는 게임 이용자 저변 확대가 꼽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게임 이용률은 74.4%로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게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의 게임이용률이 92.1%로 가장 높았고, 이어 10대(86.1%), 40대(86.8%), 30대(80.4%) 순이었다. 전 세대에 걸쳐 성별 간 게임 이용률 차이는 소수에 불과했으며 10~20대 남성 유저에 집중돼 있던 과거와 달리 주요 소비 계층 전반이 게임을 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광고주 입장에서 게임은 소비 성향이 높은 고객군에게 접근하기에도, 미래 고객인 10대를 공략하기에도 제격인 셈이다.
게임 콜라보 마케팅의 시작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게임 이용자의 소비 성향이 높은 제품 중심으로 진행됐다. 2005년 넥슨의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와 코카콜라의 콜라보가 시초 격으로 여겨진다. 카트라이더 게임 내에서 코카콜라 레이싱 대회가 열렸고 코카콜라 카트(차량)와 풍선 등 아이템도 지급됐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도 2009년 농심 라면 육개장과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PC방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실적을 올리는데 주력하는 일차원적인 마케팅이 주를 이뤘던 셈이다. 이밖에 오직 제품 홍보만을 위해 제작된 ‘애드버게임(Adver-Game)’이 반짝 흥행했으나, 반복적이고 노골적인 메시지 노출로 인한 소비자 반발과 재미 부족을 이유로 사라졌다.
매출을 넘어 브랜드 이미지 제고까지
최근의 게임 콜라보 마케팅은 단기적인 매출 확대보다는 브랜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활용되는 추세다. 게임 콘텐츠에 홍보 내용을 녹여내는 ‘인게임(In-Game) 애드버’와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돼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 주류로 떠올랐다.
엔씨소프트의 게임 리니지W와 원소주가 콜라보해 ‘원소주 클래식 리니지W 에디션’을 만들었다. 성수동에 ‘혈맹원(血盟WON)’이라는 팝업스토어도 운영했다. 혈맹원은 리니지W의 이용자 커뮤니티 ‘혈맹’과 원소주의 ‘원’을 결합한 이름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넥슨, 피치스와 함께 한남동 주유소에 카트라이더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파츠(PARTS) 오일뱅크’를 오픈했다. 다소 칙칙한 이미지의 주유소를 게임 테마 공간으로 재해석해 보다 젊은 이미지를 가져가려는 시도다. 이곳에 방문 후 인증샷 또는 파츠 관련 이미지 스크린샷을 온라인에 게재하면 추첨을 통해 굿즈를 받을 수 있다. 이용자가 게임 내에서 카트를 제작해도 굿즈를 지급한다. 소비자에게 이미지를 노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몰입형 콘텐츠라는 게임의 강점을 활용해 소비자가 마케팅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거부감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엔씨소프트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W’와 원소주의 협업은 게임사와 기업 모두 기대효과를 달성한 사례로 언급된다. 리니지는 국내 굴지의 게임 IP로 불리지만 30~40대에 이용자층이 몰려 있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엔씨소프트는 젊은 층 사이에서 원소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고 원소주를 제작하는 원스피리츠는 리니지W 이용자의 막강한 소비력에 매력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둘의 콜라보는 ‘생각지도 못했던 조합’이라는 평가와 함께 온라인상에서 큰 이슈 몰이를 했으며 제품은 수십만 원대에 이르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완판됐다.
롯데월드는 위메이드커넥트(옛 선데이토즈)의 소셜네트워크게임(SNG) ‘에브리타운’, ‘두근두근 레스토랑’과 연달아 콜라보를 진행했다. 나만의 공간을 구축하는 SNG의 재미 요소를 활용해 이용자가 게임 내에서 직접 롯데월드 캐릭터와 건축물, 어트랙션을 설치하고 즐길 수 있게 한다. 롯데월드를 ‘나의 것’으로 여기게 만들어 친밀도를 극대화하는 방안이다. SNG, 퍼즐 게임은 이용자 분포가 넓고 진입장벽이 낮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 때문에 콜라보 마케팅에 적합한 게임 장르로 분류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재미 요소
대형 게임사 관계자들은 “콜라보는 돈을 벌려고 하는 마케팅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스마일게이트의 인기 MMORPG ‘로스트아크’는 게임 콜라보 마케팅의 블루칩으로 불린다. 네네치킨, 맘스터치 등 요식업 브랜드는 물론 패션 브랜드 슈마커와의 협업 제품은 완판 행렬을 이어갔다. 쿠폰 지급, 한정 굿즈 제공 등을 통해 로스트아크가 보유한 높은 인기와 인지도가 타 브랜드로 전이된 사례로 풀이된다. 스마일게이트는 콜라보에서 발생한 수익을 대부분 기부하고 있다. 제품에 대한 수익 배분 비율도 높지 않다는 후문이다. 대중에게 게임의 존재감을 환기해 제품수명주기(PLC)를 늘리는 중장기적 차원에서 콜라보 마케팅을 사용하는 것이다.
펄어비스는 재미를 강조한 펀슈머 마케팅에 특화된 게임사다. 대표 게임 ‘검은사막’과 콜라보해 선보인 해태제과 ‘껌은사막’을 시작으로 광천김과 협업한 ‘김은사막’, 남성 로스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스웨거와 손을 맞춘 샴푸 ‘감은사막’ 등 모든 제품이 큰 주목을 받으며 높은 판매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과 연계해 재미를 극대화한 B급 감성의 마케팅이 MZ세대에게 소구한 것으로 평가된다. 펄어비스도 콜라보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거의 가져가지 않는다. 이들은 단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꾸준한 콜라보를 통해 ‘재미’ 있는 게임사로 이용자에게 인식되도록 주력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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