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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AD Note

콘텐츠 창조의 경계에 선 AI와 인간

 

글 DDEx센터 브랜드&컨텐츠팀 강효정 CⓔM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AI와 인류의 대결이라며 세간이 떠들썩했던 때가 있었다. 일평생 바둑알은 알까기 할 때나 집어봤음에도 사뭇 진지하게 대국을 지켜봤다. 그리고 그 결과는 내게도 적잖은 충격을 안겨줬다. 그러나 지금의 AI와 인간의 대결로 치자면 요란한 사건이었다. 그때의 충격을 능가하는 상황이 도처에 널려서다. 그것도 너무 태연하게.

 

창조의 영역에 침투한 AI

해를 거듭하며 진화된 AI는 바둑판을 넘어 예상치 못한 영역에서 대국을 이어간다.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 자신했던 창조적 생산의 분야까지 침투하면서. 이전에는 데이터와 패턴을 학습했다면 이제 글, 오디오, 이미지 같은 기존 데이터와 비교 학습하면서 새로운 콘텐츠를 탄생시키는 생성형 AI로 진화했다. 기사, 소설, 연설문을 쓰고 시집도 출간한다. 비디오를 만들고 작사, 작곡을 한 지는 오래다. 붓질 없이도 몇 초 만에 그림을 완성하고 7일 만에 책 한 권을 뚝딱 만들어낸다. 창작의 고통도 없다. 얄밉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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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 미드저니에서 필자가 직접 제작한 그림. ① 키워드로 롯데월드만 입력한 결과물 ② 앤디워홀 화풍을 요청한 결과물 ③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화풍으로 요청한 결과물 / 출처 midjourney.com / 이미지를 좌우로 클릭해 더 보기

 

그러다 보니 AI가 그린 작품이 미술대회에서 수상까지 하면서 예술, 창의성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근에는 오히려 이러한 트렌드와 이슈를 놓치지 않고 생성형 AI가 만든 콘텐츠를 마케팅에 영민하게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생성형 AI의 잠재력과 직관, 감성 사이

‘텍스트 투 이미지(Text-to-image)’ AI는 특정한 키워드를 입력하면 이를 인식해 이미지로 바꿔주는 방식이다. 하인즈는 이 기술을 이용해 ‘케첩’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을 때 AI가 이를 그려내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선보였다. AI마저도 ‘케첩=하인즈’로 인식한다는 내용이다(‘아닌데? 그렇게 안 뜨던데?’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지만).

 

 

햄버거 프랜차이즈 ‘하디스’는 AI 이미지 제작 툴 DALL-E와 협업해 ‘슈퍼스타’ 버거(맥도날드로 따지면 빅맥)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입력한 후 이미지를 뽑았다. 그러나 수많은 시도에도 슈퍼스타 버거만의 독특한 비주얼과 맛 이미지를 구현해내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슈퍼스타 버거의 뛰어남을 역으로 알렸다. AI가 그려낸 판타지스러운 버거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한 영상이다. 개인적으로 AI 못지않게 슈퍼스타 버거를 뽑아냈던 알바천국 시절을 지나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하디스 버거를 이렇게 AI 그림으로 마주하니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영화 <데드풀> 홍보로부터 시작한 저예산 B급 감성 마케팅의 천재, 라이언 레이놀즈도 챗GPT를 이용한 최초의 광고 콘텐츠를 선보였다. 세계적으로 화제인 챗GPT가 만든 광고 대본으로 이목을 끄는 것은 물론 전달하려는 브랜드 메시지를 위트 있게 담아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마케팅 방법과 광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AI는 이미 시작됐다. ‘40세 이상 남성이 근육을 유지하는 법’ 등 AI가 작성한 기사가 잡지에 실리기도 한다. 카피라이터, 화가, 작가, 뮤지션, 영화감독까지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영역에 침투한 AI로 대체되는 것은 아닌지. 우리의 지성, 창조적 영역은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 불안과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하는 지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조의 원천인 직관과 감성의 영역은 아직까지 AI가 절대 넘볼 수 없는 미지의 세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태초의 인류부터 오랜 기간 축적되어 내재된 빅데이터, 우리의 직관, 영감, 감성의 DNA가 AI와 인간의 창조의 경계를 지켜내는 것이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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