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CR7팀 김현 CⓔM
보글보글 끓을 것만 같은 태국 파타야의 3월 날씨는 봄 보다 여름을 먼저 느끼게 했다. 감사하게도 올해 아시아·태평양 광고제 ADFEST에 참관할 기회를 얻게 된 나는 태국으로 향했다. ADFEST가 매년 테마를 정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2023년의 테마가 ‘RISE’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참관 후기를 쓰는 지금, 정확한 역대 테마를 찾아보니 더 큰 의미가 숨어 있었다.
거대한 전환이 일어났던 2018년의 <TRANSFORM>, 시간의 흐름에서 영감을 얻자는 2019년의 <TMRRW.TDAY>에 이어 크리에이티브 열정을 위한 2020년의 <FIRED UP!>이 불타올랐다. 그 무렵 팬데믹으로 인해 광고제가 취소되고 2021, 2022년엔 특별한 테마 없이 온라인 심사만 진행됐다.
그래서일까, N년 만에 다시 만난 전 세계 광고인들은 행사장, 강연장, 파티장 할 것 없이 파타야를 꽉 채웠다. 마치 99도의 물이 100도가 되려고 보글보글 끓기 시작한 것처럼. 광고계가 다시 RISE할 시간이 된 것만 같았다. 이걸 표현하려 했을까? 인트로 영상부터 로고, 소품, 무대 등 곳곳에 기포가 오르는 듯한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RISE ADFEST 2023 인트로 영상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마지막 날의 마지막 강연이었다. 이번 ADFEST의 심사위원장이자 Impact BBDO의 CCO인 Ali Rez가 <RISE>라는 테마에 어울리는 타이틀을 들고 강단에 올랐다. <Rise, But in a Memorable Way> 직역하자면 <떠오르자, 대신 기억에 남도록>으로 프레젠테이션 방식이 독특했다. 카프카의 단편소설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를 강연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기억에 남는 임팩트 충만한 크리에이티브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곤충이 되어 충격 받은 그레고르 잠자처럼 여러분이 오늘 아침 잠에서 깼을 때 창밖 지평선에 말이 보인다면 충격적이지 않겠어요?”
“그저 평범한 풍경에 심플한 엉뚱함이 더해졌을 뿐인데…”
“다시는 잊지 못할 크리에이티브가 탄생하죠. 아직까지 기억되는 기네스 광고처럼요.”
Guinness - Surfer(1999, UK)
만약 그레고르 잠자가 당신의 소비자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강연을 이어갔다. 이미 곤충의 몸이 되어 웬만한 충격으로는 타격이 없을 그에게 어떻게 광고 임팩트를 줄 것인가?
임팩트로 둘째가라면 서운한 태국의 광고가 소개됐다. 방법은 심플하다. 여자친구보다 초콜릿 와플 과자에 눈이 더 간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 진짜 눈을 뽑았다. 심플한 엉뚱함. 이외에도 여러 시리즈가 있는데, 그레고르 잠자에게 더 큰 충격을 주는 건 생각보다 쉬울 수 있음을 느끼게 한 캠페인이었다. 내가 언젠가 태국에 광고 유학을 가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가 이런 점 때문이었을까.
Voiz Thailand - 거짓말(2022)
Be remembered, or vanish. 기억되거나 사라지거나. 늘 임팩트 있는 크리에이티브를 고민하라는 강연의 교훈이 한 문장으로 정리됐다. 나도 한 번쯤은 사라지지 않고 모두에게 기억되는 광고를 만들고 싶어졌다. 보글보글 새롭게 무언가 끓어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은 강연이었다. 또 태국 파타야에서 리프레쉬의 시간을 즐긴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 오랜만에 머리를 식히고, 처음 보는 음식을 먹어보고, 대홍쌤들과 타지에서 처음 대화해 본 것도, 해변가를 걸은 것도 앞으로 더 뜨겁게 끓어오르기 위한 값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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