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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GING/d-Issue

가벼움에 끌리는 사람들

 

글 황지영 /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UNCG) 마케팅 전공 교수. 저서 <리테일의 미래> <리:스토어> <잘파가 온다> 외.

 


 

무겁거나 진지함보다는 단기적이고 가벼운 것을 선호하는 요즘 세대. 이들을 일컫는 표현으로 MZ 이후 잘파(Z+α = Zalpha)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Z세대(1990년대 중반~2009년 출생)와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를 결합한 말이다. 아직 생소할 수도 있는 표현이지만 이미 아마존, 우버, 쇼피파이 등 글로벌 회사들은 이들을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아마존은 틴 로그인(teen login)이라는 서비스로 10대가 가장 많이 돈을 쓰는 곳이 됐고 우버도 10대 전용 계정을 제공한다. 한국의 토스는 10대 전용카드를 출시한지 2년 만에 약 190만 장을 발급하는 등 많은 회사들이 이미 잘파세대를 겨냥한 비즈니스, 상품,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우버는 13~17세 미성년자가 가족 프로필의 일부분으로 개인 계정을 생성할 수 있게 했다. 사용자의 안전을 위해 청소년이 차량에 탑승하면 부모는 실시간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 / 출처 uber.com

 

디지털 온리 잘파세대의 새로운 정서

잘파세대를 간략히 살펴보면 이들은 나이에 비해 더 큰 소비잠재력과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추고 있다. 우선 물리적인 나이보다 신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더 성숙한 업에이징(up-aging) 세대다. 이들의 행동과 삶의 방식은 이전 세대와 크게 다르다. 정보나 맛집, 새로운 것을 배울 때면 영상 중심의 틱톡에서 검색하고, 뉴스채널 대신 소셜미디어의 뉴스를 더 신뢰한다. 또 어릴 때부터 로블록스 등을 통해 직접 게임을 개발하고 수익을 얻으며, 유튜버와 같은 개인 콘텐츠 창작자로 활동하는 등 키드프리너(Kid+entrepreneur = Kidpreneur)라는 용어를 일반화시킨 세대다.

출산율이 낮아지는 반대급부로 텐포켓(10 pocket)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오히려 한 명의 아이에게 집중되는 관심과 자본이 커진 것도 이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네이티브이지만 중요한 시기에 팬데믹을 겪으며 오프라인 역시 선호한다. 이런 여러 측면에서 잘파는 MZ라는 세대 구분보다 세대 간 유사성이 훨씬 크고 기업에게도 좀 더 효율적이고 유의미한 세대 구분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을 대표하는 여러 가지 키워드가 있지만 특히 이전 세대와 다른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진지함보다는가벼움이다. 길고 진지한 호흡보다는 ‘가벼움의 정서’를 반영하는 이 키워드는 타인과의 관계, 콘텐츠 소비, 정보 습득, F&B 영역에서도 엿보이는 트렌드다. 우선 타인과의 관계의 경우 요즘 세대의 관계 맺기 경향을 표현하는 시추에이션십(Situationship)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진지함과 책임(Commitment)을 기반으로 하기보다는 자신이 처한 상황(Situation)에 따라 유연하게 가져가는 관계(Relationship)를 말한다.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조금은 가벼운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situationship이라는 해시태그는 틱톡에서 30억 뷰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2023 옥스퍼드대학교 출판사(Oxford University Press)에서 선정한 2023년도의 단어(2023 Word of the Year)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옥스퍼드대학교 출판사는 영어권 기사에서 수집한 220억 개 이상의 단어 사용량에 근거해 올해의 단어를 선정한다. 2023년의 단어 rizz(이성을 끌어당기는 매력, 카리스마 charisma의 중간 부분만 떼 낸 것이라 해석)와 파이널리스트 단어들. / 출처 @oxunipress

 

이미 잘파세대에게 유의미한 관계로 자리 잡은 시추에이션십을 광고 모티브로 진행한 사례도 속속 등장했다. 캔디 브랜드 스윗하트(Sweethearts)는 2024년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해 한정판 시추에이션십 박스(Situationships Box)를 선보였다. 틱톡에서 역시 이 광고가 크게 회자됐다. 또한 이탈리아 항공사 ITA는 ‘사랑은 비행 모드에 있다(Love is in the Airplane Mode)’라는 광고를 진행했다. 이는 관계에 대해 가볍고 좀 더 포용적인 시각을 담은 것으로 잘파세대가 바라보는 관계에 대한 시각을 반영한 사례들이다.

 

미국의 캔디 브랜드 스윗하트는 글씨가 써진 하트 모양의 사탕을 판매한다(우). 올해 밸런타인데이에는 시추에이션십의 관계에 있는 상대방을 위해 흐릿한 메시지가 써진 사탕을 특별 판매한다(좌). / 출처 @sweetheartscandies

 

더 빠르게 가볍게, 콘텐츠 소비 방식도 변화

콘텐츠 전체를 긴 호흡으로 보는 대신 요약본 보기가 늘어나는 현상도 가벼움의 정서에 기반한 것이다. 넷플릭스 역시 2019년에 콘텐츠 빨리 보기 기능을 선보였고 영화를 빠른 속도로 시청하는 트렌드는 이전 세대에게도 확산됐다. 이렇듯 콘텐츠를 간식처럼 가볍게, 더 빠르고 쉽게 소비하려는 양상을 한국어로 스낵컬처(Snack culture), 영어로는 스니펫 컬처(Snippet culture)라고 부른다. 숏폼에서 요리 레시피를 짧게 제공하는 것, 레스토랑에서 음식이 플레이팅 되는 모습을 숏폼 영상으로 담는 것은 모두 일종의 단편인 ‘스냅 샷’을 보여주며 관심을 끄는 것이다. 과거보다 이런 경향이 일반화되는 현상 또한 젊은 세대의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를 반영한다.

잘파세대에게 가벼움의 정서가 이전 세대보다 더 특징적인 이유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언제든지 접할 수 있는 수많은 콘텐츠와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확산되면서 주의력 집중(Attention span) 자체가 짧아졌다. 밀레니얼 세대는 20초, Z세대 8초, 알파세대 3초로 줄어들다 보니 어린 세대일수록 긴 호흡의 콘텐츠나 관계보다 좀 더 짧고 가벼운 소통을 원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 원하는 것을 빠르고 쉽게 취하고자 하는 실용적인 특성이 맞물린 결과라 하겠다.

 

미국의 전자제품 전문 온라인숍 뉴에그는 AI 리뷰 요약 기능을 도입해 제품에 대한 사용자 리뷰를 간결하게 제공한다. / 출처 newegg.com

 

2024년도, 불확실성이 커진 환경에서 마케터들은 가벼움의 정서를 다양하게 접목해보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콘텐츠 소비 방식을 좀 더 가볍게 하는 것이다. 소통의 단위를 짧게 가져가는 것을 포함해 요약본을 함께 제공할 수도 있다. 미국의 아마존과 뉴에그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생성형 AI를 이용해 엄청난 양의 소비자 리뷰를 한 문단 또는 키워드 몇 개로 압축해 상품을 쉽게 파악하도록 제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월드는 2023년 6월 소비자들이 롯데월드 어드벤처 방문 후 친구와 대화하듯 쉽게 작성 가능한 숏폼 영상으로 리뷰를 남길 수 있는 ‘브이리뷰(V-Review)’ 서비스를 론칭했다. 이런 접근은 가벼움의 정서를 접목한 마케팅 사례로 볼 수 있다. 

더 이상 호흡이 길거나 진지한 것에 반응하지 않는 사람들. 앞으로는 기업에서도 소비자들의 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서비스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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