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승희 / Net Zero를 달성하기 위한 기후기술 기반 신사업 개발 전문가. 한국 기후기술의 성장을 이끌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저서 <기후기술의 시대>
계절은 돌고 돌아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왔던 겨울을 지나 잠시 스쳐 지나갈 봄이 바로 지금 우리 눈앞에 와있습니다. 아름다운 계절을 그대로 잡아두고 싶지만 그 좋은 계절을 향유하는 시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의 계절은 ‘겨울 → 여름’으로 그 사이를 잠시 지나가는 봄, 가을에게는 많은 시간을 주지 않는 인색한 기후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동안 계절의 정석이라 생각했던 ‘기후’의 변화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모두가 알게 됐지요.
하루의 날씨가 쌓이고 쌓여 기후라는 특징적인 계절감을 만듭니다. 익숙하게 이때쯤은 이런 온도, 습도, 바람, 비, 눈 등을 예측하게 하는 습관적인 삶의 방식이 변하고 있는 것이죠. 변덕스러운 계절의 변신을 반갑게 맞이하기에는 우리가 알고 있던 예전의 계절이, 예전의 기후가 그리운 상황입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
인류가 산업화를 빠르게 진행하고 화석연료의 사용이 급격히 증가하며 지구 내에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삼불화질소 등)가 증가하게 됐습니다. 이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을 ‘탄소중립’, 7대 온실가스의 양 모두를 줄이는 노력을 ‘Net Zero(발생한 온실가스 양과 제거·감축하는 온실가스의 양이 합쳐져 zero가 되는 상태)’라고 표현합니다.
기후변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것은 전 지구적인 현상입니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평안하게 느껴지는 기후일지라도 지구 어딘가에서는 예상치 못한 기후재해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기후위기를 감안한 보험, 예비비 책정 등으로 각종 비용이 증가하고, 기후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탄소세를 포함한 규제, 법률 기반의 세금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과 저감을 위한 직접적인 기술뿐 아니라 생활 속의 적응을 통해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 모두가 기후기술(Climate Tech)을 의미합니다. 전기차를 통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태양광이나 바람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일, 잠시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을 지양하는 움직임 모두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후기술의 활용이며 관심이 시작되는 계기입니다.
기후기술에 주목하는 기업들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은 물론 SK,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등 국내 기업은 기후기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기후기술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기업의 사회적 활동(CSR)에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글로벌 규제와 법규에 대응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위한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막대한 자금의 투자를 바탕으로 기후기술의 진보를 일으키는 것뿐만 아니라 기후기술을 통해 연관된 산업을 성장시키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냅니다. 이러한 기업의 노력이 긍정적인 인식과 이미지 개선을 일으키고 브랜드 가치의 상승으로 연결되며 긍정적인 효과로 돌아오게 됩니다.
마케터와 소비 그리고 지구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홍보하고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해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마법을 부리는 마케터들에게 기후기술이란 어떤 이미지일까요? 점점 많은 관심과 돈이 모이는 세상의 논리를 읽어내 지구의 온도가 더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우리의 소비가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할 수 있게 명민한 시각으로 새로운 판을 만들어주세요. 기후기술은 꽤 직접적이고 삶에 가까운 곳 여기저기에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늦추고 해결하기 위해 기꺼이 더 비싼 제품을 선택하는 MZ세대의 선택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본인이 사용하는 제품으로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주체적인 그들이 선택하는 제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향후 거대한 소비의 주체로 시장에 참여할 그들이 원하는 것, 지키고자 하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MZ와 ECO가 결합한 엠제코(MZ-ECO)라고 불리는 이들. 건강을 위한 산책길에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음식 포장으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는 용기내챌린지, 폐기물 방지에 초점을 맞춘 제로웨이스트 등 최근 유행하는 각종 환경 캠페인을 이끌 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의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거나 집회 및 청원을 주도하는 등의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팀쿡 CEO가 등장해 탄소발자국과 탄소배출 절감 전 과정을 그 누구보다 빠르게 달성하겠다고 약속하는 애플
이러한 세대의 관심을 반영하는 건 명품도 예외가 아닙니다. 프라다는 히트작을 만든 소재인 나일론을 ‘프라다 리나일론(Re-Nylon) 프로젝트’를 통해 무한정 재활용할 수 있는 재생 나일론 원사 에코닐(ECONYL)로 대체했습니다. 해양 쓰레기로 만드는 리나일론의 수익금 일부는 ‘Sea Beyond’ 프로젝트를 통해 패션산업이 해양환경오염 문제를 지속가능한 생산 과정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탐색하는 데 쓰입니다.
기업의 진일보된 다양한 캠페인을 보며 가치 있는 소비로의 관심과 돈의 쏠림은 확실히 진행되고 있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이고,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으로 그 시장이 더욱 커져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비 주체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전 세계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긴 호흡으로 가는 그 길에 뛰기도 하고, 걷기도 하고, 잠시 쉼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앞으로의 번영과 후대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기후기술’의 도입을 통한 끊임없는 시도는 계속될 것입니다.
녹고 있는 빙하 속 북극곰을 가엽게 여기기에는 우리의 삶도 그 작은 얼음 위에 놓여진 상황으로 가고 있으니까요. 기후기술에 대한 이해가 새로운 제품의 시작이 될 수 있고, 또 다른 지평을 여는 도화선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빌려 쓰는 지구를 아낌없이 사랑하는 것은 기후기술을 통해 발현될 것이라 여겨집니다. 또한 그러한 노력을 알아봐주고 현명한 소비를 하는 우리가 더 지속가능한 건강한 삶을 이어가게 하는 주체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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