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서형 / <GQ 코리아> 디지털팀 에디터. 풋살, 사이클, 캠핑, 러닝 등 아웃도어 활동을 즐긴다.
세상에 넘쳐나는 브랜드 중 사람들의 눈에 띄고 마음에 드는 건 극히 일부다. 그 브랜드가 되려면 눈에 띌만한 색을 가졌거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미국 유타주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아웃도어 소품 브랜드 코토팍시(Cotopaxi)는 두 가지 방법을 모두 활용한다.
차세대 아웃도어 브랜드가 되기 위해
코토팍시는 2014년 만들어졌다. 이름은 에콰도르의 활화산인 코토팍시를 땄고 로고는 안데스산맥을 상징하는 대표 깃대종인 라마의 옆모습. 한국에는 입점 전이지만 도쿄에 직영점이 있고 본사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있다.
코토팍시의 설립자이자 CEO인 데이비드 스미스는 미국 유타주에서 태어나 네 살 때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이주했다. 중미와 남미에서 자란 그는 자신과 거리의 아이들에게 다른 조건이 주어졌으며 그것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족과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경험하며 시야를 더욱 확장하기도 했다. “아마존 열대 우림의 원주민과 지내기도 하고 나무를 베어 그걸 타고 아마존강을 따라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아웃도어 활동과 모험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린 시절 겪은 일을 기반으로 그는 세계인의 삶을 개선하는 사명을 가진 아웃도어 브랜드를 창립했다.
스미스가 사업을 시작할 때 가진 목표는 ‘상징적인 차세대 아웃도어 브랜드’가 되는 것. 파타고니아, 노스페이스, 컬럼비아를 보며 믿음을 더해갔다. “이런 브랜드의 DNA가 밀레니얼 세대에게 깊은 울림을 줬던 것처럼 코토팍시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는 단지 매출을 기준으로 경쟁하는 수많은 브랜드 중 하나가 되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에게 아웃도어 활동의 매력을 알리고 싶었고 이것이 코토팍시를 성공으로 이끌 거라 확신했다.
자투리 원단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가방을
코토팍시는 아웃도어 제품 생산 공장에서 쓰고 남은 원단을 모으는 일부터 시작했다. 특히 백팩은 100% 패치워크로 만들어진다. 스미스는 자투리 원단이 버려지는 대신 라틴아메리카의 분위기를 닮은 알록달록한 소품으로 재탄생하는 것을 상상했다. “누군가 1만 야드의 원단을 주문하고 8천 야드를 사용했다면 남은 원단은 자리를 차지하는 대신 버려집니다. 그걸로 우리는 펑키하고 재미있으며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만들죠. 열대새처럼 귀엽지 않나요?” 코토팍시는 제품의 94%를 재활용 재료를 사용해 만든다. 2025년까지 100%에 도달하는 게 목표다. 현재 탄소중립 수준까지 배출량을 줄이는데 기여했음을 인정받아 기후중립 인증을 받았다.
Gear for Good
코토팍시의 슬로건 ‘기어 포 굿(Gear for Good)’은 초창기에 만들어졌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열정으로 사업을 시작한 아웃도어 활동 애호가에게 딱 맞는 슬로건이었다. 그는 아웃도어 브랜드를 만드는 것보다 돈을 벌며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데 더 큰 목적을 뒀다. “모험은 사람들이 세상을 둘러보고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영감을 줍니다. 우리가 아웃도어 경험을 제안하고 세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이유죠.”
또 이들은 자사의 제품 판매만큼이나 브랜드가 벌이는 좋은 일에 소비자가 동참하게 했다. 이들은 ‘당신이 가져야 할 물건입니다’라고 광고하는 대신 ‘브랜드를 소비하고 함께 영향력을 가지자’고 제안한다. 회사는 수익의 1%를 세계 비영리 단체에 자선 기부하기로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매년 3%에 달하는 수익을 기부하고 있다. 또 절단 장애가 있는 사람의 이동성과 독립성을 위해 에콰도르 키토와 과테말라시티에서 보철 클리닉을 운영한다. 지금까지 5천 개 이상의 맞춤형 장비를 제공했다. 베네수엘라 난민의 안보와 라틴 아메리카의 교육 지원, 온두라스에 깨끗한 물 공급, LGBTQ 노숙 청소년, 성평등 기관과 에콰도르의 생물 다양성 보존 커뮤니티 등을 후원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알려지며 코토팍시의 총매출은 2020년 2천9백만 달러에서 2022년에 1억 4백만 달러로 상승했다.
다양한 직원들이 만드는 스토리텔링
코토팍시 홈페이지에는 함께 일하는 직원을 소개하는 공간도 있다. 영어로 작성된 소개를 찬찬히 읽기 전부터 알 수 있는 건 다양한 배경의 유색인종, 여러 환경을 기반으로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스태프가 모여 있다는 것. 아웃도어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둔 멕시코계 성소수자 사진작가, 무릎 위 절단 수술을 받은 장애 운동선수, ‘적은 것이 더 많은 것이다’라고 믿는 여성 스루 하이커, 해양 환경 보전을 위해 힘쓰는 서퍼이자 과학자가 브랜드를 위해 일한다. 다양한 스태프를 한 회사에 모았다는 것은 곧 브랜드의 포용력과 열린 마음을 나타낸다.
코토팍시의 직원은 근무 시간의 10%를 아웃도어 활동을 하며 보낼 수 있다. 암벽등반, 달리기, 사이클, 캠핑, 지역사회 활동 등은 물론이고 근속 5년째 해에는 버킷리스트 모험을 즐길 수 있는 지원금도 전달한다. 코토팍시의 직원인 애니는 이러한 활동이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준다고 말한다. “브랜드를 가장 잘 알고 사랑하는 우리가 실제로 아웃도어를 경험하고 이에 관해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건 마케팅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해요.”
우리가 세상을 구경하고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시키도록 영감을 주는 브랜드, 코토팍시. 이들의 모험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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