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정보처리 능력과 글로벌 감각으로 무장한 Z세대가 사회 진출을 시작하고 있다. Z세대란 1995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수식어로, 2019년 기준 만 24세 이하인 이들은 대부분이 아직 학생이거나 이제 갓 직장 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이다. 어려서부터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자란 이들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해서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사용한다는 의미에서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로 명명했다. 이번 글에서 이러한 Z세대의 특징을 정리하고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마케팅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겠다.
Z세대를 위한 변명
Z세대는 X세대의 자녀 세대이다. 개인주의, 다양성 추구, 일과 삶의 균형 중시 등 X세대 부모의 자유로운 가치관을 물려받았다. 이들은 사춘기 무렵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고, 그 기저효과로 2010년 6.5% 성장 외에는 연 4% 이상 경제성장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고속 성장을 경험하지 못한 Z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미래관에 있어서 부정적 성향이 강하고 대체로 소비 생활에 있어서 실용적 성향이 강하여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가치소비 지향의 원인은 Z세대가 현재 처해있는 상황에서 찾을 수 있다. Z세대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 빚 없이 서울 시내에 집을 사는 것은 무리다. 기성세대가 물려준 평범함의 기준인 ‘30평대 브랜드 아파트, 중형 세단, 연봉 3,000만 원 이상의 직장’은 이미 달성하기 어려워진 지 오래다. 따라서 Z세대는 먼 미래에 안달복달하지 않고, 눈앞에 행복을 가져다주는 작고 소소한 성공에 집중하게 되었다. 이들은 라이브 퀴즈쇼에 도전하기도 하고, 우리나라가 메달을 따지 못한 올림픽 경기도 축제처럼 즐길 줄 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서 2018년도부터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 이 주요한 소비자 트렌드로 유행하고 있다.
점심시간이 ‘잼(JAM)’심시간이 되었다. 대학생은 물론 20-30대 직장인까지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 ‘잼라이브(JAM Live)’에 빠졌다. 퀴즈게임이 로또 당첨보다 스릴 넘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약간의 상식과 추론 능력만 있다면, 누구라도 상금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잼라이브는 12라운드의 문제를 모두 맞히고,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들끼리 상금을 나누어 가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Z세대는 일상에서 성공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 학점, 취업, 하다못해 아르바이트 자리에서도 너무 많은 좌절과 실패를 경험한다. 이런 Z세대에게 잼라이브는 소소한 성공의 경험을 안겨준다.
게임할 때도 아니고, 치킨을 먹을 때도 아니다. 옥수수를 베고, 소먹이 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소년이 있다. 열여섯 살에 KBS <인간극장>에 출연해 ‘대농’이 꿈임을 당당히 밝힌 한태웅이다. 신인류, Z세대가 등장했다. 이들은 사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걸을 뿐만 아니라, 탁월하게 잘 해내고 있다. ‘그게 어떻게 직업이 될 수 있어?’ 기성세대가 안된다고 해 놓은 것이 Z세대 앞에서는 무용하다. Z세대에게는 아예 고정관념이나 편견 자체가 희미하다. 직업의 귀천, ‘노력’을 강조하는 세상, 남들의 시선 같은 건 앞날을 고민하게 하는 장애물이 되지 못한다. Z세대는 오직 한 가지만 생각하고 몰입한다.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인가?’
Z세대 마케팅 1 :
격식을 갖추기 보다 소탈한 B급 감성으로 승부하라.
LG생활건강이 지난해 선보인 세제 ‘피지’ 광고, 1분 32초짜리 영상 ‘본격 LG 빡치게 하는 노래’가 화제가 되었다. 광고 제작자가 토요일에 쉬던 중 회사로부터 ‘급한 일이 생겼다. 퀄리티는 상관없으니 화요일까지 광고를 만들어 달라’고 지시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광고 제작자는 ‘불토에 나를 건드리면 아주 X되는 거야’ 등 비속어를 쓰며 광고주를 놀려 댄다. 그러나 마지막 20초를 남겨두고서야 ‘엄청난 세척력’ ‘피지는 빨래세제의 혁명’ 등 광고 문구를 보여준다.
소비자들은 전통적인 광고의 엄숙함과는 사뭇 다른 모습에 열광했고 이 영상은 공개 일주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약 73만 뷰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평범하게 ‘잘 살기’가 불가능의 난이도로 어려워지면서, Z세대에게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이 가장 중요해졌다. 그리하여 꾸미지 않는 삶에서 단순한 위안을 찾는 것 이상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있다. 그렇게 내린 결론이 ‘마이사이더(Mysider)’다. 사회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상식이 아니라고 꾸짖더라도 내가 믿는 방향으로 용기 있게 도전한다. 결과보다는 도전하는 내내 행복을 느끼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Z세대의 태도는 분명하다.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식’으로 행복하면 충분하다고 여기고 있다. 이제 보통과 특별, 행복과 불행은 오직 당사자만이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문제가 되었다. Z세대는 그저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간다. 모든 길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고,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사이더 (My(나의)+Side(-을 중심으로 한)+er(사람): 대학내일에서는 2019년 대표 키워드로 ‘내 안의 기준을 세우고 따르다’는 의미의 ‘마이사이더’를 추천했다.
Z세대 마케팅 2 :
실감할 수 있는 낯설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라.
Z세대는 ‘실감’할 수 있는 무언가에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이들은 카메라만 덩그라니 놓인 스튜디오에서 전문가의 도움 없이 직접 사진을 찍기도 하고, 많은 세월과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빈티지 소품들을 사들이기도 한다. Z세대들은 최근엔 SNS에 휘몰아치는 광고와 가짜 뉴스 속에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스마트폰 바깥에서 실감할 수 있는 비일상적이고 낯선 경험들을 소비하면서 희열을 느끼고, 팍팍한 일상을 살아낼 힘을 얻는다. 이들은 주말이면 익선동, 후암동, 성북동처럼 많은 이야기가 있는 오래된 동네로 간다. 시간이 멈춘 듯한 동네에서 모든 번잡한 일을 잊고, 마치 여행을 온 듯한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을 Z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자유분방하며 호기심이 많다는 것이 아닐까? 이들은 끊임없이 낯설고 새로운 것을 궁금해한다. 일상적인 소비 안에서도 아주 작은 차이 하나에 열광하고, 평범한 경험 속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찾아낸다. Z세대들은 여행을 통해서도 ‘순간적인 힐링’ 이상을 얻기 원한다. 다시 말해, 그저 구경하는 ‘관광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만이 느낄 수 있는 여행지의 특수한 매력을 직접 접하고, 실감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여행은 살아보는 것’이라고 말하는 에어비앤비는 ‘한 지역에서의 특별한 경험 여행’이라는 콘셉트로 ‘트립’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전 세계 60개 도시에 실제 거주하는 호스트가 직접 트립을 개최하는 형식이다. 제주도 트립에서는 귤 밭이 보이는 제주의 스튜디오에서 이효리처럼 도전해보는 요가 클래스에서부터, 멋진 야경으로 유명한 제주의 오름에서 야간 트래킹까지 즐길 수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재미있어도 귀찮은 것은 싫다. 호흡이 빠르지 않으면 쉽게 관심이 사그라든다. 그래도 예외는 있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만큼은 직접 해보지 않고는 못 참는다. 만화 속 요리가 어떤 맛인지 궁금해 유튜브를 뒤지기도 하고, 힙하다는 카페를 찾아 을지로를 헤매고 다니기도 한다. SNS 도서 마케팅 페이지인 ‘책 끝을 접다’의 성공은 호기심이 Z세대를 움직이게 한다는 것을 입증한다. 책의 내용은 알고 싶지만 너무 길어서 읽기는 귀찮다. Z세대의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발간된 신간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만을 발췌하여 카드 뉴스나 영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가장 궁금한 결말 직전까지만 보여준다. 이 마케팅 전략은 유효했고, Z세대를 서점으로 달려가게 하는 데 한몫했다.
이주형 / RAPLUS 브랜드 컨설팅 본부장
'DIGGING > d-Issue'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ISSUE 2] 제 36회 DCA 수상자를 만났습니다 (0) | 2019.11.05 |
---|---|
[THE ISSUE 1] 제 36회 DCA 대학생광고대상 (0) | 2019.11.05 |
[THE ISSUE 1] Z세대, 그들은 누구인가? (0) | 2019.11.04 |
[THE ISSUE 3] 데이터 드리븐과 광고회사의 변화 (0) | 2019.11.04 |
[THE ISSUE 2]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 - 데이터 헤게모니에 대한 고민 (0) | 2019.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