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크리에이티브는 진심에서 나온다
안세훈 CⓔM
안세훈 CⓔM이 광고를 시작한지 어느덧 19년. 발빠르게 변하는 업계의 수많은 변화와 굴곡을 겪어낸 그는 여전히 광고가 어렵다고, 여전히 좋은 광고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변치 않는 진심으로 진짜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티브솔루션2팀 안세훈 CⓔM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대홍기획 안세훈 CⓔM입니다. 올해로 19년차 광고인이 되었고, 지금은 자랑스러운 팀원들과 함께 쌍용자동차 전품목과 롯데렌터카 신차장 캠페인, 멕시카나 치킨, 롯데건설 등 여러 광고주의 광고 제작물을 즐거운 마음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Q.19년 차 광고인이 생각하는 ‘좋은 광고’의 조건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쉽게 대답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테크놀로지와 매체 환경이진화하고 있어서 한마디로 단정 짓기가 어렵네요. 요즘은 ‘저건 광고다’라고 인지되는 순간, 경계와 의심을 품는 시대인 것 같아요. 세계적인 추세로도 대중은 광고를 회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결합한 형태로 녹아들기’가 중요한 광고 트렌드가 되는 듯합니다. 저 역시 이런 부분에 관해 계속 관찰하며 고민하고 있고요.
하지만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치 않는 좋은 광고의 조건이 있다면, ‘마케팅 수단으로서 효과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라고 생각해요. 조금 더 욕심을 내서 광고가 마케팅을 넘어 사람들의 인식과 마음, 그리고 우리 사회를 긍정적인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제일 좋은 광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Q.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매체 환경을 관찰하며 느끼신 생각을 조금 더 듣고 싶습니다.
15년 전, 제가 대리이던 시절에 디지털카메라가 도입되기 시작했는데, 그때 포토그래퍼나 DOP들이 디지털카메라가 필름카메라를 대신하려면 10년 정도 걸릴 거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딱 5년 후에 디지털카메라가 모든 촬영장을 지배하더군요. 이처럼 기술적인 발전은 앞으로도 저희 예상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리라 생각해요. 그에 맞춰 커뮤니케이션의 플랫폼도 점점 더 다양해질 테고, 저희가 파고 들어가야 할 곳들이 제각각으로 분화되겠죠. 이런 변화들이 이미 우리 업의 골격을 많이 바꾸고 있습니다.
한 방향 커뮤니케이션에서 점점 더 상호작용이 중요시되는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광고라는 용어 자체가 부적절한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ATL 매체를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얘기하던 시대가 독백이나 방백이었다면, 이제는 대화가 중요한 시대인 거죠. 타깃을 분석해 세분화시키고, 타깃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으로 그들과 흥미롭게 이야기하며 부지불식간에 브랜딩과 마케팅의 목적을 이루는 것. 이런 흐름이 당분간은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이자 트렌드일 거 같네요.
▲ 롯데렌터카 롯데렌터카 신차장 다이렉트 탄생(출처: 롯데렌터카 유튜브)
Q.최근 진행하신 롯데렌터카 ‘신차장 다이렉트 캠페인’은 독특한 콘셉트와 카피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해당 캠페인의 진행 과정을 들려주신다면?
신차장 다이렉트는 무척 힘들었지만 그만큼 애착도 많이 가는 캠페인입니다. 론칭 캠페인이 너무나 성공적이어서 2차, 3차 캠페인은 론칭 캠페인을 능가해야 한다는 압박을 지니고 시작했어요. 이번 3차 캠페인의 경우 다이렉트 서비스의 출시를 알리는 것이 목표였는데요. 클라이언트 분들이 몇 달 전부터 디지털 캠페인팀을 통해 수십 편의 크리에이티브를 받아 본 후라, 뒤늦게 투입된 저희 팀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ATL뿐 아니라 모바일이나 온라인 환경에서도 효과를 낼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내야하는 까다로운 조건도 있었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희 팀은 아이데이션 초기 단계부터 5초 이내에 전달 가능한 아이디어인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어요. 싫든 좋든 보게 되는 ATL 환경과 달리 디지털 환경에서는 가급적 5초 내에 핵심을 전달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두 번째 조건은 비주얼적 접근 코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또한 모바일 매체 환경을 의식한 판단이었죠.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면서도 ATL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를 찾기 시작했고, 한 팀원이 독특한 아이디어를 찾아왔는데 그게 바로 ‘뜸’과 ‘DIR’였습니다. 한글 뜸을 시계방향으로 90도 회전시키면 알파벳 DIR이 되는 카피+비주얼 크리에이티브였죠. 거기서 나온 키메시지가 ‘신차살 때 뜸 들이지 말고 DIRECT하게’였고요. 이 크리에이티브가 발안된 후엔 전 팀원이 ATL과 디지털 환경에 맞는 각각의 콘텐츠 개발로 다시 들어가 5초 콘텐츠 5편, 15초·30초 콘텐츠, 인포머셜 콘텐츠, 브랜디드 콘텐츠 3편 등으로 다양하게 확장시켰습니다. 덕분에 까다로운 안목을 지니신 롯데렌터카 대표님의 보고를 한 번에 통과할 수 있었어요.
Q.롯데렌터카 외에도 쌍용자동차 티볼리, 코란도 등 자동차 관련 광고를 오랫동안 담당하셨는데요. 자동차 광고가 지닌 다른 광고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직관적으로 말하자면, 평수와 속도죠. 일반 광고 촬영은 보통 300평 이내 공간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자동차는 빠르게 달리는 오브제다 보니 촬영 공간이 몇백 배는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거의 100km에 육박하는 속도로 주행하다 보니 촬영 장비와 기법부터 인력 구성, 비용, 동선, 날씨 등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계획하고 사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일반 광고와는 많이 다릅니다. 힘들지만 동시에 재미있기도 한 부분이죠. 저는 수많은 광고 품목 중 자동차 광고를 경험해봤다는 걸 행운으로 생각해요. 다만 브랜드와 제품력, 상품성이 매우 중요한 품목이라 광고만으로 단기간에 시장을 뒤집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한계는 있죠. 하지만 브랜딩 관점에서 보면 남다른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품목이기도 합니다.
Q.평소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를 얻는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 관심과 사랑이 제일 큰 노하우라 생각합니다. 사람 사이도 그렇지 않나요? 관심이 깊으면 잘 보이게 되고, 사랑하면 알게 되는 원리죠. 담당 품목에 애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관찰하고 고민하다 보면, 결국 좋은 크리에이티브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짧은 시간에 적은 노력으로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얻기 위해서 노하우를 찾곤 하는데, 크리에이티브는 정직해서 들어간 관심과 사랑만큼 결과물을 내기 마련이더라고요.
▲ 쌍용자동차 2018 스마트 티볼리 (출처: 쌍용자동차 유튜브)
Q.광고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있으신가요?
광고는 기계나 설비보다는 인력에 의존하는 일이기 때문에, 팀과 구성원들 간의 호흡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저는 천재형 CD가 아닙니다. 그래서 팀원들의 덕을 많이 보는 편이죠. 부족한 점이 참 많은 사람인데, 좋은 선후배 크리에이터들을 만난 덕에 지금까지 즐겁게 광고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캠페인을 만들며 느끼는 보람도 크지만, 후배 크리에이터들이 멋진 팀워크를 이루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보람이 어쩌면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후배들의 성장을 위해 이 자리를 빌려 조언 한마디를 해주신다면
무엇보다 유연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시대 변화가 지금처럼 빠르지 않다 보니, 우직함과 장인 정신이 중요했어요. 마치 30년 역사를 지닌 설렁탕집 주방장이 끝내주는 국물맛 하나만을 연구하고 파던 것처럼 말이죠. 지금은 좀 달라요. 중심을 잡아 줄 메인 요리를 잘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수십 가지의 퓨전 요리를 식자재 변화와 시시각각 달라지는 대중의 입맛에 맞춰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아니,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트렌드나 니즈가 워낙 빨리 바뀌기 때문에 특정 방식이나 형태를 고집하는 순간 올드보이가 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 유연한 생각과 마음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새롭게, 갇히지 않는 것 말이죠. 모든 일에 유연하면서도 중요한 포인트에서는 인내심과 집중력을 가질 것! 너무 어려운 주문이죠?(웃음)
Q.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나 바람을 말씀해주세요.
저는 몇 살까지 광고를 만들겠다는 계획 같은 건 애초에 없었어요. 그저 주어진 일, 그리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이 일이었기 때문에 하루하루 즐겁게 일해왔습니다. 그리고 목표는 항상 똑같아요. 일을 더 잘하고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거죠. 지금도 타사나 다른 팀의 좋은 결과물을 보면 ‘난 왜 저런 걸 못 만들까?’라며 자책하곤 합니다. 그리고 제가 광고를 시작할 때 했던 다짐 중 하나가, 후배 크리에이터들에게 부끄러운 선배가 되면 단호히 일을 그만두자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 팀 후배들이 사실은 저를 부끄러워하고 있는 건 아닌지…(웃음).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될 수 있도록, 오늘도 열린 마음과 정신으로 집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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