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할수록 어렵고 새로워요
양선일 CⓔM
질문 하나에도 신중히 말을 고른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 가볍게 내뱉는 법이 없다. 특유의 섬세함과 진중함은 그가 만드는 광고에도 고스란히 녹아든다. 18년 동안 광고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광고가 어렵다고 말하는, 그래서 오늘도 새로운 마음으로 치열하게 고민하는 양선일 CD를 만났다.
Q.대홍기획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대홍기획 크리에이티브솔루션8팀 CD(Creative Director) 양선일입니다. 첫 직장인 대홍기획에 아트디렉터로 입사해서 올해로 18년 차가 되었네요. 우리 팀은 네이버, KEB하나은행의 광고를 오늘도 열심히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Q.18년 동안 많은 광고를 제작하셨을 텐데요. 그 중에서도 기억 남는 광고가 있다면 뭔가요?
하나만 꼽으면 광고주분들이 서운해하실지도 모르니까(웃음), 최근에 작업한 KEB하나은행 광고 얘기를 할게요. 이번 KEB하나은행의 광고는 ‘청춘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랩으로 만들고 싶었어요대홍기획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소개 부탁드려요.
Q.기존의 은행 광고과는 다른 스타일이다 보니, 제작 과정도 남달랐을 것 같아요.
다행인건 우리팀에 아마추어 래퍼출신 카피라이터와 캐릭터의 특징을 잘 잡아내는 아트디렉터가 있었다는 것이죠. 초반에 제가 우왕좌왕 헤맬 때 우리 팀원들이 다 한 것 같아요. 광고 음악을 만드는 것도 보통의 과정과는 달랐어요. 랩 가사를 우리가 쓴 대로 부르면 너무 광고적일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우리는 키워드만 제시해주고 김하온군이 직접 랩메이킹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광고주인 KEB하나은행이 열린 마음으로 아티스트의 생각과 가능성을 존중해줬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죠.
덕분에 ‘명상래퍼’ 다운 가사가 나왔고, 광고 온에어 이후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당장 음원을 내달라’, ‘밝고 긍정적인 힘을 받고 간다’, ‘일부러 광고 보러 찾아왔다’ 같은 긍정적인 댓글이 많아서 함께한 팀원 모두 뿌듯함을 느낀 프로젝트였습니다. 처음 목표는 조회수 300만 뷰였는데 이미 그 이상을 달성했어요.
Q.18년 동안 광고를 만들어오면서 갖게 된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내가 만다는 광고가 바른가'를 더 생각하게 됩니다. 광고는 영향력이 큰 매체잖아요. 광고에서 쓰인 비속어를 아이들이 무심코 따라 할 수도 있고, 잘못된 편견을 만들게 될 수도 있어요.
몇 년 전에 비만전문병원 광고를 맡은 적이 있어요. 사실 다이어트를 콘셉트로 하는 광고에서는 뚱뚱한 몸과 마른 몸을 비교해 보여줌으로써 자극하는 방법이 가장 쉬운 길이에요. 하지만 비만을 게으른 사람의 것으로, 창피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바른 광고가 될 순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온 게 ‘지방이’라는 캐릭터예요. 누구와의 비교가 아닌 내 몸의 일부인 지방이의 독백을 소재를 캠페인을 풀어갔습니다.
다른 광고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예요. 고정관념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건 아닌지, 한 번 더 고민하며 만들려고 합니다. 쉽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광고를 만들고 싶거든요.
Q.CD로서 본인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일 어려운 질문이네요. 굳이 꼽자면 눈이 좋다는 거? 실제 시력이 2.0입니다. 그래서 일하면서 디테일한 걸 빨리 캐치하는 편이에요. 멀리 있는 팀원 컴퓨터 화면 끝에 뭐가 있는지도 잘 발견하고요(웃음). 그리고 한 번 본 이미지도 사람도 기억을 잘하는 편이고요. 그 정도인 것 같아요.
Q.너무 겸손하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CD로서 고민하는 지점이 있으신가요?
업무가 끝나면 스위치 끄기를 잘하는 동료가 있어요. 그런데 퍼포먼스도 좋아요. 진정한 고수였던 거죠(웃음). 지치지 않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려면 나와 팀원 모두 본인의 페이스를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있어요. 그래서 막힐 땐 좀 천천히 하고, 지칠 때는 생각의 스위치를 잠깐 껐다 켜는 연습도 하고 있습니다.
▲ 네이버 네이버에 보여주세요 스마트렌즈 강아지
Q.평소 후배들에게는 어떤 부분을 강조하시나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고 해요(웃음). 돈을 써야 달라진다. 요즘은 무엇이든 웹을 통해 공짜로 볼 수 있는 시대이다 보니, 오늘 본 SNS 콘텐츠를 다 내꺼라고 착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게 흘러가듯 접하는 콘텐츠는 자기의 것이 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일단 좋아하는 분야의 정기간행물을 한 권은 꼭 구독했으면 해요. 저도 몇몇 책들을 구독하는데, 바쁘게 지내다 보면 그냥 방치해둘 때도 있긴 해요. 그래도 나중에 읽지 않은 책을 발견하면 ‘아, 내가 요즘 좀 대충 살았구나’라는 경각심이라도 가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숙제처럼 몰아서라도 보게 되고. 그것만으로도 투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든, 디자인이든, 패션이든, 자동차든, 게임이든 어떤 분야라도 좋아요.
Q.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생활의 달인에 다른 직업은 다 나와도 광고인편은 없는 걸 보면, 광고는 달인이 없는 직업이 맞는 것 같아요. 광고업계가 워낙 변화가 빠른 곳이다 보니, 체감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 늘 변화해야 하기도 하고요. 똑같은 시장상황, 똑같은 방향, 똑같은 광고주는 없기 때문에 하다 보니 쉬워지기는 어렵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랍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국내외 제작물을 보면 질투를 많이 느껴요. 조만간 다른 사람들이 질투할 만한 새로운 무언가로 또 이 인터뷰를 하길 기대해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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