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여러 액티비티가 사실상 중단됐다. 퇴근 후 가볍게 친구와 한잔 기울이거나, 주말이면 으레 가득 찼던 약속 대신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고, 놀랍게도 집콕 생활에 익숙해져 갔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챙겨보던 영화도, 구독하던 유튜브도 볼거리가 떨어져 갔다. 그즈음 뒹굴거리다가 켠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온라인 클래스 광고를 발견했다!
광고 만드는 광고인이 오히려 광고를 보고 클릭해 구매를 많이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가끔 하는데, 그게 틀린 소리는 아닌 것 같다. 나 또한 광고, 특히 인스타그램 피드에 뜨는 것들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산 경험이 적지 않으니 말이다.
구경만 한다고 들어간 온라인 클래스 강좌, 꽤 진지하게 이것저것 둘러보기 시작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고, 기존에 안 해본 특이한 클래스를 좋아하는 나의 시선을 이끈 한 가지! 이름도 생소한 ‘니들펠트’.
수강료와 재료값을 생각하니 기회비용이 낮지 않았다. 그래서 우선 유튜브와 네이버에서 니들펠트를 검색했고, 결과물이 꽤 귀엽고 그저 솜뭉치를 콕콕 찔러서 만든다기에 ‘이 정도는 쉽게 하겠다’ 싶었다. ‘고민은 배송을 늦출 뿐’이라는 생각으로 빠르게 클래스와 재료비를 결제했다. 하... 과거의 나에게 말하고 싶다. 뒤로 가기 눌러... 도망쳐.
니들펠트 준비물은 꽤 다양하다. 몸통이 되어줄 기본 양모털, 니들펠트 전용 가위, 3구/1구 바늘, 다양한 컬러의 양모털, 강아지의 눈과 코 모형, 송곳, 목공용 풀 등. 막상 구입하고 나니 재료비가 꽤나 들어 한 마리만 만들고 그만 두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니들펠트에 도전한다면 3~4번 정도는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바늘로 콕콕 찔러 완성하는 니들펠트’라는 강의 제목이 꽤나 의미심장했다는 건 첫 번째 강의 영상에서 알 수 있었다. 정말 양모를 뭉치는 게 니들펠트의 시작이고, 뭉쳐진 양모털을 찌르는 것이 니들펠트의 완성이라는 것을.
실뭉치가 작은 공이 되는 데는 30분 이상 걸린다. 동일한 원리로 팔과 다리를 만들고, 코를 만들고, 몸을 만들면 된다. 그냥 찌르면 된다. 정말 정신을 놓고 찌르고 싶지만 바늘이 날카로워 정신을 편히 놓을 수 없다. 그리고 컬러 양모로 몸통을 얇게 감싸면서 찌르기를 반복하면, 짠! 시바견이 완성된다.
물론 코와 눈을 박아줘야 한다. 그래서 송곳과 목공용 풀을 구매하라고 했나 보다. 꽤 오랜 시간 찌르고 나니 시바견 한 마리만 만들긴 아쉬웠다. 그렇게 자신감이 붙어 푸들과 고양이 얼굴 키링, 고슴도치, 햄스터까지 만들고 나서야 나의 니들펠트 취미는 끝이 났다.
제법 더워진 요즘, 에어컨 빵빵한 실내에서 마음을 비우고 하기에는 꽤나 매력적인 취미, 니들펠트를 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겨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