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칫 둠칫, 구슬땀을 흘리는 중학생쯤 돼 보이는 학생들 사이에 마스크로 세월을 가린 채 섞여있다. 이번 주에 배우는 곡은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 손목을 꺾어 그 사이로 바라보는 찰나의 눈빛이 중요한 곡으로 살짝 내린 턱과 한껏 치켜뜬 눈이 포인트다. 거울 속 나와 눈이 마주쳤다. “음, 좀 하는데?”
일주일에 월, 수 1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이 끝나면 마지막 10분을 남겨두고 가장 떨리는 순간이 온다. 바로 학원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찍을 수강생을 뽑는 시간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슬쩍 바라보다 눈이 마주친 선생님이 “ㅇㅇ님?”하고 부른다. 얏호! 옆에 서 있던 중학생 친구와 함께 이름이 불렸다. 나이가 두 배 이상 많지만 내가 더 기뻐한다.
중학생 친구들을 보니 내가 처음 춤을 좋아하기 시작한 때가 생각난다. 나에게 춤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고등학교 체육대회 때 반마다 퍼포먼스를 준비해야 했다. <Upside Down>이라는 곡에 맞춰 배운 춤을 반 아이들에게 가르쳐줬다. 소심해서 앞에 나가면 말도 잘 못하고, 수업 중에 이름이 불리면 얼굴이 빨개져 선생님을 좋아하냐는 오해를 사곤 했던 내가 쉬는 시간마다 찾아오는 친구들에게 스텝을 가르쳐주며 참 신났었다. 체육대회 당일 날 제일 앞에서 춤을 추는 날 보며 선생님은 “네 표정이 이렇게 밝은 건 처음 본다”며 신기해했다.
대학생 땐 같이 해외봉사를 다녀온 단원들과 ‘천안흥타령춤축제’라는 경연대회에 나갔다. ‘춘향’을 주제로 한국무용과 비보잉을 접목해 만든 작품으로 나는 향단이4를 맡았다. 몇 달간 비보이팀과 한국무용을 추는 분을 찾아가 배우고 연습한 결과, 놀랍게도 대상을 받았다. 상금으로 받은 천만 원은 당시 공사 중이던 아프리카 해외봉사 지부에 기부했다.
대회를 준비할 때 경직된 승모근이 항상 솟아있어 춤이 통통 튄다고 언니들에게 자주 혼나곤 했다. 그땐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최근 다시 춤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언니들의 깊은 뜻을 깨달았다. 내 승모근은 여전히 솟아있다.
뻣뻣한 몸에, 좋아하는 만큼 잘 추지는 못해도 춤을 통해 스스로를 깨뜨리는 경험을 많이 했다. 그래서 나는 춤이 참 좋다.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관절이 허락할 때까지는 춤을 추고 싶다. 다음 주엔 트와이스의 <알콜프리>를 배운다. 예습해가야지!
'INSIDE > Pl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취미를 바꾸는 게 취미 (0) | 2022.09.19 |
---|---|
칼림바로 힐링을 (0) | 2022.08.12 |
니들펠트를 아세요? (0) | 2022.06.17 |
직장인의 도자 굽기 (0) | 2022.05.17 |
맛있는 캠핑 (0) | 2022.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