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심심할 때면 피아노에 앉아 나만의 작곡 타임을 즐겼다. 마치 베토벤이 된 듯한 느낌에 뿌듯해지곤 했다. 피아노, 바이올린, 플루트 등 다양한 악기를 익혔지만 미술을 전공하며 점차 멀어지게 됐다. 대학 휴학 시기에 우쿨렐레에 관심을 가지게 돼 강습을 받고 열정을 되살렸지만, 코로나가 시작되어 수업이 어려워지며 서서히 악기와 멀어져 갔다.
칼림바를 만난 건 이쯤이었다. ‘작은 음악’이라는 뜻을 가진 칼림바, 몇 년 전 방송에서 이시영 씨가 취미로 소개해 한때 붐이 일기도 했다. 심해져 가는 코로나로 ‘나도 코로나 블루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쯤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가 귀를 홀리는 오르골 소리를 듣게 됐다. 기분이 맑아지는 듯 힐링되는 칼림바 소리에 매료돼 바로 구매 완료! 악기치고 저렴한 칼림바는 진입장벽이 낮아 쉽게 도전할 수 있었다.
어떤 걸 사야 할까?
처음 칼림바를 살 때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에 놀랐다.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어쿠스틱, 플레이트, 할로우바디가 있다. 어쿠스틱 칼림바는 몸통 가운데 사운드홀이 뚫린 기본적인 모양이고, 플레이트 칼림바는 나무 통판으로 이뤄져 소리가 작지만 끝 음까지 예쁘게 난다. 할로우바디는 하단에 사운드홀이 있는 속이 빈 형태로 위 두 가지의 장점을 섞은 형태다. 이외에도 C, B, A 등의 키, 아크릴 또는 목재의 종류, 건반 수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악기를 골라야 한다.
유튜브나 블로그를 서칭하며 ‘입문자는 C키 어쿠스틱 칼림바를 추천합니다’라는 문구를 봤다. 하지만 ‘내가 연주할 악기는 내가 고른다’는 마음으로 다양한 종류의 칼림바 소리를 모두 들어보고 악기를 골랐다. 결론적으로 나는 B키 로즈우드 목재의 플레이트 칼림바로 결정했다. B키는 흔히 아는 기본음보다 낮은 소리를 내는데, 내가 연주하고 싶었던 노래가 B키와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해 선택했고 지금도 만족한다. 칼림바에 도전할 대홍인이 있다면 유튜브에서 소리를 들어보고 마음에 드는 악기를 찾아보길 추천한다. 해리포터풍의 신비로운 느낌의 음악을 좋아한다면 B키를 구매해도 좋다!(B키 칼림바는 조율을 통해 C, A키로 바꿀 수 있다. 건반을 섬세한 망치질로 맞춰야 하지만 조율 과정도 나름 재미있다.)
숫자로 연주하는 악기
칼림바는 악보를 못 봐도 숫자만 읽을 수 있다면 누구나 쉽게 연주할 수 있다. 건반에 스티커를 붙여 악보 숫자를 그대로 치면 노래 한 곡이 뚝딱 완성된다. 흔히 들어본 아름다운 곡들, 영화 OST를 직접 연주해보는 건 어떨까? 알라딘의 영화음악 ‘Speechless’와 라푼젤 속 ‘I see the light’는 중저음의 오르골 소리를 한층 매력적으로 만들어 줘 종종 연주하는 곡이다.
내 손으로 만드는 힐링타임
마치 오르골 소리처럼 아름답게 울려 퍼지는 칼림바의 영롱한 소리를 들으면 누구든 귀를 기울이게 된다. 듣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다른 느낌인데 어떨 땐 한없이 맑은 소리로, 또 다른 때엔 구슬픈 소리로 위로를 해주고 힐링도 되는 매력적인 악기다. 악보에 집중해 연습하는 동안은 잡생각이 사라져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 된다. 통나무로 만들어진 내 칼림바에서는 은은한 나무향이 나는 덕에 연주 후에 손에 향이 배 후각적 힐링까지 선사한다.
퇴근 후 저녁시간, 직장인이 악기를 연주하기는 쉽지 않다. 이웃에게 피해를 줄까 염려되기도 한다. 하지만 칼림바라면 가능하다. 작은 소리로 밤에도 즐길 수 있고, 소리로 힐링하며, 들고 다니기도 쉽다. 저렴한 가격도 장점이다. 이번 기회에 칼림바를 하나 장만해보는 건 어떨까? 바쁜 일상 속 스스로 돌보고 챙기는 셀프케어로 스트레스를 해소해보자. 지친 몸과 마음에 칼림바 연주로 한 번, 영롱한 소리에 두 번, 작은 위로와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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