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무슨 노래를 즐겨 듣냐고 물어보면 대답은 늘 보아다. 오늘만 해도 출근길에 ‘Girls On Top(2005)’을, 점심시간엔 괜히 차분해지고 싶어 ‘Little Bird(2020)’를 들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보아의 노래로 채우는 나. 그렇다, 나는 20여 년 동안 가수 보아의 노래를 듣고 응원하는 점핑보아(보아 팬클럽)다. 가사를 이해하고 싶어 일어를 공부하고 콘서트를 보기 위해 바다를 건너는 것도 서슴지 않는 나의 취미생활을 처음으로 꺼내보려 한다. 이왕 덕후임을 드러내는 김에 추천곡도 곁들이니 함께 들어보자.
CD 수집 - 어느새 100장이 넘었어요
BGM - Amazing Kiss(2001)
스트리밍 서비스의 시대라지만 나는 여전히 CD를 구입하고 듣는 걸 좋아한다. 어릴 적 한두 푼 모아 구매한 CD를 밤새 듣고, 가사지를 닳도록 보던 게 여전히 힐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23년째 음반을 발매하는 보아의 모든 CD를 구매하고 고이 간직하며 때때로 일본 옥션 사이트에 들어가 희귀한 앨범은 없는지 찾곤 한다. 그중 단연 인상적인 음반은 보아의 일본판 두 번째 싱글 ‘Amazing Kiss’. 처음 CDP에 넣어 들었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요즘도 마음이 힘들 때 종종 꺼내 듣는데, 음원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묘한 감동이 있다. 악으로 깡으로 최선을 다해 부르는 신인 시절 무대도 인상적인데, 위로가 필요할 때 한번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공연/콘서트 관람 - 이 좋은 걸 왜 나만 봐요
BGM – Hurricane Venus(2010)
경제력이 생긴 후에는 보아의 모든 공연과 콘서트를 섭렵하고 있다. 늦게 배운 덕후가 제일 무섭다던가. 광고주 시사를 마치고 바다 건너 일본 콘서트를 보러 가는 것까지 서슴지 않았다. 달랑 2곡 부르는 무대를 보겠다고 수원까지 찾아간 건 애교인 수준. 가장 잊을 수 없는 공연은 보아의 첫 국내 콘서트였던 「BoA Special Live 2013 ~Here I am~」. 데뷔 13년 만에 한국에서 처음 개최하는 콘서트였기에 나를 비롯한 보덕들에게는 남다른 의미의 콘서트이지 않을까 싶다. 오프닝 곡인 ‘Hurricane Venus’가 나오던 때, 13년의 설움을 원기옥처럼 모아뒀던 보덕들의 울부짖음이 아직도 귀에 선하다.
언어 습득 - 보덕이라면 3개 국어는 기본
BGM – The Greatest(2022)
보덕이라 하면 모름지기 3개 국어는 필수다. 일본어는 제2 외국어를 넘어 모국어 수준으로, 영어는 가끔 가사를 알아들을 정도로는 구사해야 한다. 보아가 지난 22년간 한국과 일본, 미국에서 세 차례 데뷔한 끝에 수많은 언어의 노래를 발매한 탓이다. 실제로 나는 이를 빌어 일어를 공부했다. 대학에서는 복수전공으로 일어일문학을 배웠고 때때로 일어 자격증도 취득하며 꽤나 건설적인 20대 시절을 보냈다. 노래 가사를 토대로 공부한 탓에 화자가 여성인 일본어를 구사하고 있지만(보아가 부르는 노래 가사니까) 아무렴 어때, 가사만 잘 들린다면 됐다. ‘돈나-후니 미츠메타나라 츠타에라레룬다로-’
이렇듯 내 삶 절반 이상은 보아와 함께였다. 광고라는 일을 하며 놓치기 쉬운 것이 ‘나의 삶’이라 생각하는데, 역으로 이를 놓치지 않는 것이 일을 오래 사랑하고 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나에게 덕질이란 그렇다. 마냥 향유하는 것을 넘어서 에너지를 얻고, 외국어라는 새로운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유익한 짓(?)이라 생각한다.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는 말이 있듯 언제까지고 보아를 응원할 참이다. 보아하니 가을쯤 새 앨범이 나올 눈치인데 올해도 나는 열심히 취미생활을 하려 한다. 혹 나와 같은 보덕이거나 때에 맞는 보아 노래를 추천받고 싶다면 메신저로 연락 바란다. 한미일 가리지 않고 추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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