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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GING/d-Issue

소비자와 브랜드 그리고 커뮤니티

 

글 최지혜 /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서울대학교 소비자학 석·박사, <트렌드 코리아>(2014~2023) 공저. 소비자 심리 이해와 소비 트렌드 분석에 관해 강의하고 연구한다.

 


 

최근 관심사를 기반으로 소통하는 커뮤니티 문화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태그니티(Tagnity)’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관심사를 태그(Tag)로 표현하고 여기에 기반해 커뮤니티(Community)를 형성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태그니티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콘텐츠를 확대, 재생산하고 관심사를 기반으로 관계를 맺는다. 온·오프라인에서 취향을 공유하는 문화는 기업의 마케팅 패러다임도 바꾸고 있다. 기업은 이제 자사의 브랜드와 상품에 관심 있는 소비자와 직접 소통한다. 그 과정에서 기업은 자연스럽게 ‘찐팬’을 만들 수 있다.

 

취향 맞는 낯선 이들과 티키타카

이렇듯 색다른 커뮤니티 형태가 두드러지는 분야는 오픈채팅이다. 오픈채팅은 ‘친구 추가’ 절차 없이 서로 모르지만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끼리 카톡방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을 뜻한다. 카카오의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오픈채팅 사용자 수는 2019년 대비 약 76% 증가해 전체 대화량의 약 40%를 차지했다. 카카오는 오픈채팅 기능을 점점 강화하는 추세다. 또 2023년 5월 개편을 통해 오픈채팅 서비스를 어플 전면에 배치했으며, 특정 주제에 대해 실시간으로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라이브채팅 기능인 ‘오픈채팅 라이트’도 선보였다. 네이버 또한 2023년 신사업으로 커뮤니티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2022년 스포츠 중계를 보면서 자유롭게 채팅을 나눌 수 있는 ‘오픈톡’과 ‘이슈톡’을 선보였는데, 출시 한 달 만에 개설된 오픈톡 채팅방이 2000개에 달했다.

 

(위) 스포츠 경기 중계를 함께 보며 전략 토론, 응원을 즐기는 네이버 오픈톡 (아래) 다양한 호스트와 함께 영화를 보며 소통하는 이벤트를 준비한 왓챠파티 / 출처 campaign.naver.com, @watcha_kr

 

관심사에 기반한 커뮤니티가 성장하며 콘텐츠 시장에서도 이를 주목하고 있다. 일찍이 왓챠는 ‘왓챠파티‘라는 서비스로 커뮤니티의 가능성을 실험해왔다. 왓챠파티란 최대 2천 명이 동시에 접속해 채팅하며 같은 콘텐츠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서브기능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왓챠가 취향에 기반한 맞춤 콘텐츠 추천을 기반으로 성장한 OTT 서비스라는 점이다. 알고리즘에 기반한 개별 시청문화가 놓치고 있었던 소통의 즐거움을 왓챠파티가 겨냥한 셈이다. 트렌드에 발맞춰 티빙도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는 콘텐츠를 보며 시청자들이 채팅할 수 있는 ‘티빙 톡’ 기능을 제공한다. 연애리얼리티 프로그램 <환승연애> 채팅방은 뜨거운 인기를 끌었던 바 있다.

 

자발적인 소통과 공유가 이뤄지는 곳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Z세대가 있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SNS에 익숙하다.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창작자로서의 역할이 어색하지 않다는 뜻이다. 또한 자신이 창작한 콘텐츠를 다른 사람이 보고 인정했을 때 즉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쳤을 때 효용감을 느낀다. 따라서 이들은 콘텐츠 소비자이자 생산자로서 주체적인 행태를 보인다. 이처럼 1차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2~3차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문화매개자’라고 한다. 이는 사회학자 부르디외가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소비자가 중심이 되어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활동 또한 해당 개념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즉 기업이 문화매개자로서 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이들이 자유롭게 콘텐츠를 생산하고 타인에게 영향력을 전달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에 기업들은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심점으로 한 커뮤니티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추세다. 일본의 캠핑 브랜드 스노우피크의 ‘스노우피크웨이’는 성공적인 커뮤니티 사례로 꼽힌다. 1998년 시작된 스노우피크웨이는 우수 고객을 캠핑장에 초대해 2박 3일 동안 스노우피크 직원들과 함께 캠핑을 즐긴다. 그동안 스노우피크는 자사 제품의 활용법 교육은 물론 고객 커뮤니티를 만들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인다. 세포라의 온라인 커뮤니티 ‘뷰티 인사이더’도 주목받는다. 소비자들은 뷰티 인사이더 커뮤니티 내에서 제품 후기를 공유하고 메이크업이나 피부관리 팁을 나눈다. 뷰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커뮤니티 멤버 수는 2022년 말 기준 약 570만 명 정도이며 포스팅 수는 270만 개가 넘는다.

 

우수 고객을 초대해 직원들과 함께 캠핑을 즐기는 스노우피크웨이 / 출처 snowpeak.com

 

더 나아가 최근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는 커머스들이 결국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커뮤니티 기반형 커머스를 ‘콘텐츠 플랫폼’이라고 부르는데, 단순 쇼핑몰을 넘어 유저 간의 자발적인 소통과 공유가 이뤄지는 플랫폼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30 세대의 패션 플랫폼으로 통하는 무신사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무신사는 2001년 ‘무진장 신발 많은 곳’이란 프리첼 운동화 동호회를 기반으로 시작됐다. 2005년 ‘거리패션’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무신사의 대표 콘텐츠 ‘스냅’ 또한 패션피플들이 다양한 스타일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에 기반한다. 오늘의집도 마찬가지다. 2014년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오늘의집은 2년 만에 커머스를 오픈하면서 국내 대표 인테리어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취향에 기반한 커뮤니티는 단순히 관심사를 공유하는 것에서 나아가 소비자와 브랜드를 연결하는 장으로 기능한다. 더불어 새로운 비즈니스를 탄생시키는 인큐베이터의 가능성을 내포함은 물론이다. 결국 미래형 커머스의 성패가 커뮤니티의 구축에 있는 만큼 찐팬을 모을 수 있는 브랜드의 디테일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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